메인화면으로
'묻지마 성장론'이 판치는 저질 정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묻지마 성장론'이 판치는 저질 정치 홍성태의 '세상 읽기' <16> 2007 대선의 다섯 가지 특징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조용한 아침을 찢어발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인가? 확성기를 통해 쏟아지는 유치하고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짜증을 넘어서 슬며시 화가 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나가서 제지하려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 '선거운동'하는구나, 라고. 이렇게 유치하고 시끄러운 '선거운동'은 언제나 사라질까? 이건 '선거운동'이 아니라 '소음난동'이라고 해야 한다.

12명의 후보가 난립한 데서 잘 드러났듯이 2007년 대선은 대단히 혼란스럽다. 심지어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혼란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복잡한 정략적 셈법에 따라 후보들의 '짝짓기'가 추진되고, 상품광고보다 더 믿을 수 없는 정치 광고들이 횡행한다. 여전히 정책에 관한 진지한 토론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시민들이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2007년 대선에 관해 여러 비판적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핵심은 대체로 정책에 관한 관심이 이보다 낮은 때는 없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정책이 사라졌을까? 어떻게 해야 정책에 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을까? 이제 정치는 정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나 인기도나 재벌과의 연줄로 하는 시대가 된 것일까? 이런 저런 뒤숭숭한 생각을 하다가 이제까지 드러난 2007년 대선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연예화이다. 정치의 연예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었던 현상이다. 연예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치인이 연예인을 흉내내거나, 아예 유명 연예인이 유력 정치인으로 변신한다. 이런 식의 변화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를 비롯한 정치과정이 연예행사처럼 치러지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진지한 정책토론은 이루어지지 않고 미심쩍은 인기조사의 결과가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그 대표적 예이다. 정책은 물론이거니와 정당조차 사라지고 오직 후보만 남아서 인기경쟁을 벌이고 있는 꼴이다.

둘째, 저질화이다. 연예인의 인기순위를 매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아니 사실 그보다도 더 후진적인 방식으로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그런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어떤 연예인이 큰 인기를 누리면, 그에 대한 다각적 분석이 바쁘게 이뤄진다. 한국의 연예산업은 정치한 연예비평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는 이제 정치비평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 정책도, 비평도 없고, 그저 인기도의 현란한 깃발만 펄럭이고 있다. 정치의 저질화는 필연적이다.

셋째, 보수화이다. 인기순위는 보수화의 정도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보수세력의 두 파벌을 대표하는 후보가 인기순위를 꽉 잡고 있다. 수구와 보수의 급등이요, 개혁과 진보의 급락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심리에 새삼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렵게 권력을 잡은 개혁과 진보의 세력이 개혁과 진보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는 하나 크게 미흡했고 심지어 수구와 보수에 가까운 일도 많이 했다. 개혁과 진보에 대한 실망감은 배신감의 지경에 이르렀고, 그것이 수구와 보수를 떠받치는 커다란 동력이 된 것이다.

넷째, 경제화이다. 정책이 가출한 것인지, 아니면 정책을 쫓아낸 것인지, 도무지 정책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오로지 경제에 관한 관심만 유별나게 팽배해졌다. 좋은 경제, 나쁜 경제에 관한 약간의 논란은 있지만, 후보들도 시민들도 그저 얘기하느니 경제 일색이다. 갑자기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가 난무하던 가난한 6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러나 한국의 문제는 결코 경제에 있지 않다. 무조건적 경제성장론의 횡행은 저질화의 중요한 양상이다.

다섯째, 통제화이다. 앞에서 말한 여러 부정적 양상들은 자연적인 것일까? 아무래도 그렇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난 번 대선과 이번 대선의 중요한 차이로 우리는 매체에 대한 통제의 강화에 주목해야 한다. 기성 매체는 물론이고 인터넷에 대한 통제가 크게 강화되었다. 그 결과, 후보들의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후보들에 대한 시민들의 토론도 크게 제약되었다. 따라서 보수언론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되었다. 인터넷은 막강한 보수언론에 대항하기 위한 시민들의 유력한 매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특징으로 미루어 보는 한국의 미래는 결코 밝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거대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통제화와 관련해서 한 가지만 더 얘기하고자 한다. 한나라당은 인터넷과 관련해서 많은 공을 들인 모양이고, 그 결과는 '네이버'라는 막강한 포털권력의 우호적 행태로 나타났다. 그 예로 '네이버'에서 '대선연대'를 찾으면, 참으로 황당하게도 사이트 정보가 다음과 같이 나온다.

사이트
MB연대
이명박 전 서울시장 팬클럽, MB팬클럽연대, 운하토론방, 대선 및 정치이야기 수록.
//www.mbf.com/ 인물, 사람들 > 정치인 > 이명박


'네이버'에서는 'MB연대'만 나오고 '대선연대'는 나오지 않는다. '다음'이나 '엠파스'에서는 당연히 '대선연대'만 나오고 'MB연대'는 나오지 않는다. '대선연대'를 'MB연대'로 연결해 놓은 '네이버'를 정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네이버'는 '대선연대'에 대한 심각한 왜곡과 모독의 문제마저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이 황당한 검색결과는 '대선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라는 오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색율 1위'를 자랑하는 '네이버'가 어떻게 해서 이런 허접한 문제를 일으킨 불량포털이 되었을까? <한겨레> 칼럼란을 통해 '네이버'의 정책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는 '네이버'의 홍은택 이사가 '네이버'의 이런 허접한 문제에 대해서도 친절히 설명해주기를 바란다.
▲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naver.com)에서 '대선연대'를 치면 'MB연대'만 나오고 시민·사회단체가 조직한 '대선시민연대'는 나오지 않는다. '대선연대'를 치면 '대선시민연대'가 나오는 '다음(daum.net)', '엠파스(empas.com)'와 대조적이다. ⓒ프레시안

끝으로 한마디. 오늘날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다. 문제는 경제의 정체가 아니라 지속적 복지의 정체에 있으며, 또한 경제의 쇠퇴가 아니라 여전한 부패의 만연에 있다. 최근에 발표된 '2007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넷 중 셋의 시민이 분배의 불공평을 지적했고, 겨우 열 명 중 한 명만이 소득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고성장 속의 양극화'가 한국의 진정한 문제이다. 경제성장만을 외치는 것은 시민을 속이는 것이다. 우리는 진정한 문제의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