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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을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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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 미래에 표를 던지자 ①] 안정론인가 견제론인가?
프레시안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의제27, 공동대표: 정해구, 홍종학, 김호기)'은 오는 4월 9일 총선을 맞이해 공동기획 '우리 미래에 표를 던지자'를 준비했습니다. 앞으로 12번에 걸쳐 연재될 이 기획은 최근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요 지역구들을 중심으로 이번 총선이 갖는 의미, 과제, 전망 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로 지난 한 달여 진행된 공천과정을 평가하고 2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될 18대 총선의 의미를 검토하는 김윤태 교수의 글을 싣습니다.<편집자>

1815년 3월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엘바섬에서 탈출하여 칸느에서 파리까지 행군한 시기는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기간"이라고 회상할 만큼 그에게 환희에 찬 순간이었다. 2007년 12월 이명박 후보도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어쩌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백일천하'가 워털루 전투로 끝난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호시절'도 2008년 4월 총선으로 끝날 것처럼 보인다.

국정안정론인가, 견제균형론인가?

전문가들의 예측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18대 총선은 대선과 너무 가까워 '밀월효과'로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실망했다는 여론이 늘어나면서 '견제심리'가 커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 후 3개월 동안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인수위원회 시기부터 대운하와 영어몰입교육으로 파란을 일으키더니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총선 민심은 점차 '국정안정론'에서 '견제균형론'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총선을 목전에 둔 한나라당의 위기감은 커진 반면, 통합민주당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 ⓒ연합

하지만 기대가 곧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는 약 45~49%로 아직도 확고한 반면, 통합민주당의 지지도는 약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통합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는 있지만, 강력한 대안세력으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의 지지율도 매우 미약하다.

현재의 선거 판세로 보면 18대 총선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압도적 우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보수세력의 분화로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무소속연대가 각개약진하는 반면, 통합민주당과 다른 정당들은 호남 지역 이외에는 몇 석 건지기도 힘들어 보인다. 이제 1990년 '3당합당' 이후 호남에 고립된 평민당의 비극적 역사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공당이기를 포기하고 개인의 이름을 내건 '친박연대'가 성공한다면 분명히 '총선의 희극'으로 기록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의 정당 내부의 공천과정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매우 우려할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당 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서 도입한 '상향식 공천'이 사실상 사라졌다.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243곳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80여 곳, 한나라당은 20여 곳 안팎, 새천년민주당은 70여 곳에서 경선을 실시했다. 이러한 상향식 공천은 지역 유권자의 의사를 확인하여 당 지도부의 전횡을 막는 제도적 장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4년이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전국 어느 한 곳에서도 경선이 실시되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사라진 '공천혁명'

19세기 후반 독일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는 그의 유명한 저서 <정당>에서 독일 사회민주당이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서 대중정당을 만든 사회민주당이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당대의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 했다. 현대 사회에서 합리성이 증가할수록 관료제가 확대된다고 분석한 막스 베버의 제자답게 미헬스는 정당에서 '과두제'가 강화되는 현실을 두려워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과 북미의 정당들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공직후보 선출과 정책결정에 풀뿌리 당원들이 참여하는 개혁을 추진했다. 이제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민당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축조심의와 표결을 통해 정강정책을 결정하고, 중앙당이 아니라 지구당에서 당원들이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한다. 토니 블레어 총리와 게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처음에는 상향식 공천을 통해 정치경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8대 총선부터 상향식 공천이 사라지면서 정당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 물론 정당 민주화라는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통합민주당은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바람에 당원과 대의원 명단도 서로 믿을 수 없다니, 사실상 정당의 기반이 붕괴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경선을 하지 않고 하향식 공천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경선 과정에서 조직동원과 금품살포가 문제가 되었지만, 이는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 해결하거나 선관위가 직접 관리하면 되지 경선 자체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것과 다름이 없다.

둘째, 경선 대신 여론조사가 공천의 잣대가 되면서 대의원과 당원의 역할은 실종되었다. 1996년 15대 총선 이후 공천심사를 위해 여론조사를 참고했지만, 이번처럼 여론조사가 공천을 결정하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이제 정당의 당원들은 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택하는 대신,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기다려야 하는 판국이다. 이처럼 여론조사로 공천을 결정한다면 인지도에서 우위에 있는 현역 의원이나 유명인사의 진출이 용이한 반면, 신진인사나 전문가들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셋째, 정당의 공천 심사에 외부 인사들이 주도권을 갖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번 18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의 공천심사에 외부 심사위원이 대거 참여하면서 '공천혁명'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특히 통합민주당의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개인비리' 전력자들을 배제하자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통합민주당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인물의 숙청'에 비해 '제도적 후퇴'가 나타나면서 '정당 민주주의의 퇴보'라는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외부 인사들이 공천심사위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위원장까지 맡게 된 일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드문 일이다. 그럼 이제 정당은 스스로 후보를 정할 능력조차 없는 상태에 빠졌다고 보아야 하는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외부 심사위원을 모셔올수록 정당에 대한 신뢰는 더욱 추락하게 되는 악순환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한다.

왜 투표가 도덕적 의무가 되지 못하는가?

정당 민주주의의 퇴보는 민주적 정치제도의 위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이 정당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수록 투표율은 낮아지고, 정치 엘리트의 질은 떨어지고, 결국 국회는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18대 총선에서 야당이 호남 이외에 모든 지역에서 대패한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은 매우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17세기 영국의 존 로크가 주장한 이래 의회는 행정부의 오만과 독주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았다.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압승으로 통합민주당과 진보세력이 100석은커녕 50석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한국의 국회는 그야말로 허수아비가 되고 말 것이다. 이제 야당의 위기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18대 총선은 한국 정치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었다. 이는 한국 정치를 항상 불안하게 만든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점차 민주적 정치제도가 정착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은 지역주의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양대정당의 발전을 통해 여야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룰 정도로 더욱 공고해졌다.

19세기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한 대로, "질서와 안정의 정당"과 "진보와 개혁의 정당"은 둘 다 정치활동의 건강한 상태를 위해 필요하다. 영국의 보수당 총리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강력한 야당이 없다면 어떤 정부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행정부,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에 이어 국회마저 특정 정당의 압도적 지배를 받게 된다면 민주주의의 원칙인 '권력의 분점'은 사라지고 사실상 일당지배체제가 될 것이다. 보수파들은 두바이와 같은 왕정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일당국가를 꿈꿀지 모른다. 하지만 국회의 토론과 심의가 사라지는 대신 장외에서 소수파의 격렬한 저항만 커질 수 있다.

그럼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민주적 정치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정당과 광범위한 대중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당이 유권자의 실제 생활과 동떨어진 정치투쟁과 이미지 변신에만 몰두한다면 분명 민주주의는 퇴보할 것이다. 정당의 책임정치를 되살리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정당은 구체적 정책과 공약을 내걸고 총선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제라도 여당은 이명박 대통령에만 매달리지 말고 대운하, 영어공교육 확대, 물가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한다. 야당도 막연한 '견제균형론'에만 기대지 말고 분명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비전과 좋은 정책이 경쟁해야만, 토마스 페인이 말한 대로 "투표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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