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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묻지마 민영화'의 수혜자는 재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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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정부 '묻지마 민영화'의 수혜자는 재벌 뿐" [인터뷰] 김주영 전력노조위원장
지난 2000년 민영화된 두산중공업(구 한국중공업)은 매출액이 2배로 증가했고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두산중공업 덕분에 두산그룹은 재계 순위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두산중공업을 민영화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을까?

매각 당시 3조 원에 달하는 자산가치를 갖고 있던 한국중공업은 두산그룹에 3057억 원이라는 헐값으로 팔렸다. 이 과정에서 많은 특혜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또 민영화 이후 두산중공업은 강제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을 통해 32% 직원을 잘랐다. 이 과정에서 2003년 배달호 씨가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의 성공은 두산그룹이라는 재벌의 성공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성공을 위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앉아야만 했다. 공기업 민영화의 '득실'을 '경영 효율화'라는 측면에서만 따질 수 없다는 얘기다.

민영화 대상이 전기, 수도, 의료, 도로 등 인간적인 삶을 영유하기 위한 기본권과 연관된 문제일 경우 더욱 그렇다. 가장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에게도 싼 가격에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이 전제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 민영화가 추진돼서는 안 된다. 일단 민영화되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수도 민영화 안 한다"던 MB 정부, 일주일 만에 "수도 전문화 한다"

이런 '불가역성'을 생각하면 305개나 되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민영화 방안을 취임 4개월 만에 발표하고 연말까지 이 문제를 마무리 짓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명박 정부에게 공기업 민영화는 이데올로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용정부'를 자처하지만 정작 "왜 민영화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민영화는 무조건 좋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돗물 괴담', '의료보험 괴담', '전기 괴담' 등 각종 '민영화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유통되면서 민영화 반대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이명박 정부는 지난달 22일 "수도, 전력, 도로, 의료 등의 민영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인 29일 행정안전부는 지방상수도를 권역별로 광역화하여 민간기업을 포함한 전문기관에 관리를 위탁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절대 민영화가 아니라 전문화"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노조는 "사실상 민영화 전 단계가 아니냐"며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관련기사 : 정부, '쇠고기 고시' 틈 타 '수도물 사유화' 발표)

이러다보니 전력, 도로, 의료보험 등도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그래서 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인터뷰는 지난 30일 전력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민영화되면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 더욱 증가"
▲ 김주영 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은 수돗물처럼 전력산업도 단계적인 민영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그는 수돗물처럼 전력산업도 단계적인 민영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한전의 10개 자회사 및 그룹사 중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한전KDN 등 3사의 매각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 등 5개 화력발전 자회사는 2010년께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판매(배전)부문만 따로 떼내 민영화시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5개 발전 자회사의 민영화 시기가 미뤄진 것은 '비현실적인 전기료'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일본의 60%, 영국이나 프랑스의 70% 수준으로 매우 싼 편이다. 지난 1982년부터 2006년까지 소비자물가가 200% 오르는 동안 전기요금은 3.3% 인상됐다. 발전연료를 100%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이처럼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규제와 교차보조제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는 연간 100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전남도 연간 1700억 원이 적자다. 충남.북, 경남 등 지방은 대부분 적자다. 이를 수도권, 부산, 인천, 경기 일부에서 나는 수익으로 메꾸는 것이다. 또 농사용 전기는 원가의 50% 미만으로 공급하고 있고, 공장에 공급되는 산업용, 학교에 공급되는 교육용 전기도 모두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세 등 계층간 교차보조도 실시되고 있다. 이런 교차보조제는 소득 재분배의 효과도 있다. 하지만 민영화될 경우 이런 것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부담해야할 전기요금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재 국제유가의 폭등으로 민영화하지 않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민영화될 경우 큰 폭의 전기료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전력노조가 민영화될 경우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전기요금은 최대 4배 가까이 급등했다. 2006년 실적 정산단가가 55.63원/kWh였는데, 1개 회사(남동발전)를 민영화할 경우 단가가 100원/kWh, 2개사(남동.남부) 민영화시 392원/kWh로 나타났다.

"가스비 동반 인상도 불가피"
▲김 위원장은 전력 민영화로 전기요금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스요금의 동반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발전연료로 석유, 가스, 석탄, 원자력, 수력 등을 사용하는데 에너지원의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기능을 현재 한전에서 하고 있다는 것.ⓒ프레시안

하지만 정부는 "민영화되더라도 요금인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민영화로 비효율적 구조를 없애고 경쟁이 촉진되면 오히려 소비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현재 정부가 갖고 있는 가격 결정권을 민영화 이후에도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규제계약'을 도입해 요금 인상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김 위원장은 주장했다. 정부규제계약이 끝나는 시점부터 전기요금이 급등할 수 있고, 이 경우 정부도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2002년 5월 민영화 이후 6개월 동안 소비자 요금이 2-3배 상승해 주 정부에서 세금을 전기요금 인상분을 환급해주는 사태가 발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2003년 주지사가 주민소환된 것도 그 배경에는 전력 민영화가 있었다. 1999년 전력 민영화가 이뤄진 후 2001년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발전회사들이 전기요금을 인상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발전시설 가동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전기요금이 70배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주 재정을 쏟아부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엄청난 재정적자를 낳아 주민들에 의해 주지사가 강제로 끌어내려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영국에서도 발전회사끼리의 담합으로 민영화 이후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 민영화 이후 북해의 유전이 개발돼 값싼 가스가 제공되는 등 16%정도 가격이 인하될 요인이 있었는데 하나도 인하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 전력 민영화로 전기요금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스요금의 동반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발전연료로 석유, 가스, 석탄, 원자력, 수력 등을 사용하는데 에너지원의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기능을 현재 한전에서 하고 있다는 것.

"가스의 경우 수요의 계절적 편차가 워낙 크다. 여름에 남아 도는 가스를 발전소에서 소화해준다. 민영화가 될 경우 이런 에너지원간 교차보조도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지금보다 가스 가격이 2배 정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MB정부와 대기업의 윈-윈 게임?

이처럼 대부분의 나라가 전력 민영화에 사실상 실패했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들의 경우 민영화 당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김 위원장은 지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왜' 민영화를 해야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도 제시하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몰아붙이고 있다. 전기요금은 지금도 낮은 수준이고, 한전의 비용 효율성이나 인건비, 판매관리비 등 경영 효율성도 해외 업체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왜 민영화를 고집하는가? 공기업들을 매각할 경우 들어오는 60조 원의 매각 대금이 진짜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대대적인 감세 정책 등을 통해 경기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부족해진 세수를 공기업 매각으로 메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에너지 공기업을 포함한 '알토란' 같은 공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재벌은 이명박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력노조 관계자는 "지금도 지식경제부에 재벌들이 빨리 민영화해달라고 로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관련기사 : 민영화 공기업, 재벌이 인수하면 안 돼)

김 위원장은 한국중공업, 한국이동통신, 대한석유공사 등을 언급하며 민영화가 '재벌 배불려주기'에 그친 사례를 들었다.

"대한석유공사도 다 재벌에 넘어갔다. 지금 재벌들이 정유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기름값이 떨어졌나. 한국이동통신은 대통령 사돈에게 특혜로 줬다. 이게 SK텔레콤인데 과연 통신요금이 떨어졌나."

한국조세연구원이 지난 2007년 발표한 공기업민영화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이래 민영화된 7개 공기업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공기업에서 생산성과 자본구조는 크게 개선됐지만 성장성은 큰 변화가 없고 고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장기투자와 취약계층 지원, 공정거래 등 공공성 측면도 크게 후퇴했다. 공기업을 인수한 일부 재벌들만 좋은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기업에 눈독 들이고 있는 것은 재벌들만이 아니다. 외국 에너지 회사들도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프랑스 공기업인 EDF도 한전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고, 일본의 전력민간회사들도 한국 시장을 눈독 들이고 있다고 전력노조 관계자가 밝혔다.

민영화의 정치적 효과, 일시적이거나 착시현상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인터넷을 통해 각종 '민영화 괴담'이 확산되면서 반대 여론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글로벌 시대에 외국과 소통이 잦아지면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 또 외국을 통해 괴담이 아니라 현실로 경험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프레시안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인터넷을 통해 각종 '민영화 괴담'이 확산되면서 반대 여론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글로벌 시대에 외국과 소통이 잦아지면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 또 외국을 통해 괴담이 아니라 현실로 경험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돗물 민영화, 전력 민영화의 부작용은 괴담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현실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는 선이고 공공부문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 같다"며 "이를 통해 광우병 정국을 덮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국 민영화를 통해 정치적으로 재미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후계자인 아베 내각은 얼마 못 가 무너지고 말았다"며 "민영화로 인한 정치적 효과는 일시적이거나 착시현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부의 '민영화 속도내기'와 관련해 "내가 전력노조 위원장을 7년째 하고 있는데, 그동안 지식경제부에서 한전 구조개편을 담당하고 있는 전기위원회의 사무국장은 7번 바뀌었다"며 "깊이 없이 단편적인 의견들을 집대성해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폴리페서들이 자리나 한 자리 차지하려고 터무니 없는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으로 65년 뒤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날로 치솟는 고유가와 눈 앞에 직면한 기후변화협약을 대비할 체제를 갖추는 것이 국가적인 의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현재 고민해야할 문제들은 민영화냐, 독점이냐, 경쟁이냐, 이런 논란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에 속해 있는 공공부문 노조들이 연대투쟁을 위해 만든 공공노협 의장이기도 하다. 이전과 달리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지배적인 만큼 반드시 이를 막아내겠다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그는 "공기업 내부의 문제에 대한 질타와 문제제기는 잘 알고 있다. 또 어떤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팔아넘기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론에 밀린 정부, 여론 떠보기?

2일 <한겨레>는 정부가 '전력산업 구조개혁 계획'을 사실상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1년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한전으로부터 분리했던 6개 발전 자회사(5개 화력발전, 한국수력원자력)를 다시 한전에 통합하기로 했다는 것. 이같은 방안은 전력노조가 이전부터 주장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김주영 위원장은 "한전에서 발전 자회사들이 분리되면서 우리 내부에서는 '그랜저가 30대 늘었다'고 말한다. 관리직 임원들의 숫자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 쪼개면서 오히려 관리비용이 늘게 됐다"며 한전의 재통합을 주장했다.

하지만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는 이같은 보도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전기위원회 관계자는 "전력노조에서 내놓은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얘기가 나온 게 아닌가 싶다"며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력노조 관계자도 "갑자기 정부 정책 방향이 바뀐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전력 민영화 방안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마다 다 다르다. 정부에서 나오는 얘기가 계속 바뀌고 있어 신뢰하기 힘들다"고 의아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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