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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에도 '형님 권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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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에도 '형님 권력'이? '정권-재벌 나눠먹기'로 점철된 민영화 역사
또 '괴담'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수돗물 사유화 정책의 배후에 '형님'이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사장을 지냈고, 현재 고문으로 있는 코오롱 그룹이 물산업에 진출했기 때문에 제기되는 의혹이다. 지난 2006년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해 물산업에 본격 진출한 코오롱은 지난 3월 관련 7개 계열사로 구성된 '코오롱 워터'라는 새 브랜드를 내걸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형님 권력' 논란이 공기업 민영화 문제에서도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수정된 물산업지원법

수돗물 사유화 정책의 근간이 되는 '물산업지원법'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부터 준비됐던 것. 이 법은 처음부터 물을 '경제재'로 규정하면서 세계적인 물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내걸었었다.
▲ 지난 3월 코오롱워터가 후원한 청계천 걷기 대회 행사 사진. ⓒ코오롱그룹

이명박 정부 들어 만들어진 수정안에는 초안에 없던 내용까지 새로 추가되면서 물기업 입장이 대폭 반영됐다. 물산업지원법 9조 2항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상수도 사업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외의 자, 즉 외국인과 외국법인을 포함한 민간과 공동 출자하여 상법에 의한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출자 지분 제한과 관련된 규정이 따로 없어 외국기업을 포함한 민간자본이 51% 이상의 지분을 갖고 상수도 회사의 대주주가 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조항은 초안에는 없었다.

이런 내용이 추가된 것은 기업들의 요구를 이명박 정부가 적극 수용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KBS <9시 뉴스>와 인터뷰에서 물산업지원법 손질 과정에서 코오롱, GS건설, 포스코, 쌍용, 대우, 삼환기업 등 기업 관계자들과 수시로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도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민영화 내지는 전문사업가에게 많은 참여를 허용하는 쪽, 개선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수돗물 사유화에 대한 반대 여론을 감안해 4일로 예정됐던 물산업지원법 입법 예고를 연기했다. 하지만 이만의 장관은 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물산업지원법에 대해 "그 근본 뜻은 앞으로 물산업을 키워가지고 해외시장까지 나가보자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코오롱워터는 지난 3월 서울시가 주관하고 <문화일보>가 후원하는 '워크포워터(Walk for Water)' 행사를 후원하면서 만든 브랜드 이름"이라며 "법인이 아니므로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워터의 사장이라는 등 인터넷을 떠도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특혜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물산업지원법은 수자원공사의 100% 독점을 보장해주는 법"이라면서 "민간 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민간 기업이 상수도 사업과 관련해서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수자원공사하고 입찰이 붙었을 때 민간 기업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오히려 베올리아, 수에즈 등 외국기업이 국내 물시장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님 괴담'의 뿌리는 공기업 민영화의 '얼룩진 역사'

수돗물 사유화와 연관된 '형님 괴담'은 아직 의혹에 불과하다.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 고문으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돗물 사유화 정책은 이제 막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님 괴담'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유난스럽게 '음모론'을 즐기기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 우리나라 공기업 민영화의 역사가 정권과 재벌이 결탁한 '그들만의 잔치'로 점철되어 왔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층의 친인척 내지 이들과 유착된 기업이 국민들의 혈세로 운영하고 성장해온 공기업을 인수해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일이 '괴담'이 아니라 이승만 정권부터 계속 있었던 '역사'였다.

1954년 이승만 정권은 5개의 정부 소유 시중 상업은행을 민영화했다. 이승만 대통령과 가까운 삼성물산은 흥업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또 저축은행은 이기붕 부통령과 가까운 삼호기업이 인수했다.

박정희 정권은 1968년 대한항공, 인천중공업, 한국기계 등 12개 기업을 민영화시켰다. 박정희 정권에서 추진된 공기업 민영화는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중화학공업 투자 실패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진행됐고, 때문에 재벌들에게 공기업을 헐값으로 넘겼다. 박정희 대통령은 조중훈 당시 한진 회장을 청와대로 직접 불러 대한항공 인수를 요청했다는 것은 당시 공기업 민영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당시 대한항공이 적자를 보는 부실기업이었다는 점에서 억지로 떠맡은 것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10대 재벌에 진입하게 됐다.

노태우 정권은 한국이동통신을 SK로 넘겼다. 노태우 전 대통령 딸인 노소영 씨는 최태원 SK 회장의 부인이다. 사돈에게 공기업을 선물한 셈이다. 덕분에 SK(옛 선경)는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재계 서열이 가장 많이 상승했다. SK는 노 대통령 취임 당시에는 재계 서열 7위였는데 지난해 3위로 올라섰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형님 괴담' 이전에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대통령 친인척 개입' 특혜 의혹이 일었다. 산업은행 소유인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주간사로 지난 4월 골드만삭스가 선정됐는데, 이상득 의원의 장남이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사장이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대우조선의 경쟁업체인 중국 조선업체에 지분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져 국내 방위산업의 기밀 누출 가능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돼 자격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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