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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환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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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환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홍성태의 '세상 읽기'] 촛불의 의미
10대 여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 집회가 어느덧 두 달을 맞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회유와 폭력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으로 생명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추가 협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도 금지되지 않았으며, 내장을 비롯한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은 정식 수입 품목으로 규정되었으며, 그리고 검역 주권도 여전히 확보되지 않았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민들은 촛불을 밝혀들고 잘못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광화문 주변의 상인들이 촛불 집회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며 촛불 집회를 비난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강요하는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상인들은 촛불 집회를 비난하기 전에 시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올바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시민들이 촛불 집회를 열고 싶어 여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촛불 집회를 열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인들이 정말로 비난해야 하는 대상은 생명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지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의 산물인 촛불 집회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잘못을 비판하는 시민들을 난동꾼으로 모욕하면서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둘렀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할 일도 많은데 수많은 시민들이 매일 밤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광우병을 유발할 수 있는 잘못된 정책을 시민들에게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장 큰 책임은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바로 이 가장 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하고 있다. 너무나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고 묵살하고 있다. 이에 맞서 일부 시민들은 '폭력'을 사용해서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로 가고자 했다. 그러자 보수언론과 뉴라이트는 때를 만났다는 듯이 촛불 집회가 변질되었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진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노골적인 폭력을 휘둘렀다. 방패와 곤봉에 맞고 짓밟힌 시민들이 이미 너무나 많다. 아래에 몇 가지 사례를 적는다.

참여연대의 안진걸 간사는 불법연행 중에 마구 폭행을 당해서 "이렇게 죽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YMCA의 이학영 사무총장이 10여 명의 전경들에게 마구 짓밟혔다. 30대 초의 한 여성은 경찰의 폭력으로 아예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쓰러진 상태에서 경찰의 곤봉에 맞고 피를 토했다. 이미 진즉에 경찰이 방패와 곤봉으로 시민들을 폭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경찰은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더 폭력적으로 되었다. 심지어 유모차에 대해서도 소화기 분말을 뿌렸다.

경찰이 사용하는 폭력의 도구도 방패와 곤봉, 그리고 물대포뿐만 아니라 아주 다양하다. 돌이나 아스팔트 조각 같은 물체를 집어던지기도 한다. 나도 지난 토요일 집회를 중계하던 중에 경찰이 던진 아스팔트 조각에 맞았다. 왼쪽 다리에 맞았는데 찰과상을 입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 걸음 차이로 머리나 얼굴에 맞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소화기 분말은 경찰 폭력의 한 상징이다. 그런데 경찰은 소화기 분말을 뿌릴 뿐만 아니라 아예 소화기를 던지고 있다.

일반 시민들만 폭행당하는 것은 아니다. 기자들도 폭행당했고, 나아가 국회의원들도 폭행당했다.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이 처절하게 강제 연행되었고, 통합민주당의 안민석 의원과 강기정 의원이 경찰에게 폭행당했다. 도대체 이명박 대통령과 어청수 경찰청장이 어떻게 지시했기에 경찰이 이렇게 막가는 걸까? 박종철, 이한열, 강경대 등 경찰의 폭력으로 살해당한 젊은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불법 집회'에 간 것이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과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에 대한 반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녕 폭력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촛불 집회가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촛불을 끄기 위해 온갖 폭력이 자행되는 와중에 각종 '망언'들도 계속 이어졌다. 이 '망언'들을 잘 모아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최근의 망언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의 책임자인 김종훈 본부장의 발언이다. 그는 "내장이 SRM이 아니다", "국내산 곱창은 되고 외국산 곱창은 안 되냐"는 등의 말을 했다. 내장이 SRM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협상을 했으니 올바른 협상을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 미국산 곱창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광우병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지 경제적으로 차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사람은 하루빨리 미국 축산업계의 로비스트로 전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윤양하 전 영화배우협회회장이라는 사람도 이상한 발언을 했다. 이 사람은 대종상영화제에서 '시나리오상' 시상자로 무대에 섰다. 그런데 시상의 발언이랍시고 "가정에서도 국가적인 면에서도 시나리오가 잘 되어야 혼란이 없다. 작금의 일어나는 아픔의 촛불 집회도 시나리오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잘못된 것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정책이다. 이 잘못된 정책에 맞서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펼쳐지고 있는 촛불 집회는 생명의 위협을 깨달은 모든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공연하는 위대한 실천이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망언에는 '가장 웃기는 망언상'을 주고 싶다. 그는 "언론에서도 이제부터 촛불 집회라는 표현은 안 써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수에 의한 불법·폭력 시위'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허구성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는 촛불집회의 덕을 가장 크게 보고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부동산 투기에 언론 외압 문제까지 밝혀져서 진즉에 해임되었어야 하는 사람인데 촛불 집회 때문에 화살을 피할 수 있었다. 사실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진즉에 사임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제는 오히려 촛불 집회를 전면적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종교인들이 발 벗고 나섰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서울광장에서 미사를 올리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잠도 많이 안 자고 휴일도 없이 열심히 일하면서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잘못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큰 문제가 아닌가? 오세훈 시장은 이런 사실을 모르는가? 오세훈 시장이 황당한 발언을 한 날, 서울시 공무원 86%가 오 시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촛불이 원하는 것은 생명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시민들에게 죽음을 강요하지 마라. 잘못을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계속 강요한다면, 시민의 불신과 우려는 계속 깊어질 것이다. '사제단'을 비롯한 종교인의 실천은 죽음의 위협에 맞서서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절박한 염원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원천봉쇄해야 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가 아니라 광우병의 위험이다. 재협상은 그야말로 '못 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서 못 하는 것'이다.

끝으로 백무산 시인의 '촛불 시위'라는 시를 소개한다. 10년 전에 쓰인 시이지만 촛불 집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명박 세력은 없는 배후를 억지로 만들려고 애쓰면서 스스로 치명적인 '빨갱이 병' 환자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말고, 광우병 위험에 맞서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절박한 염원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당한 죽음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촛불도 언제까지고 꺼지지 않을 것이다.

촛불 시위

하나의 불꽃에서
수많은 불꽃이 옮겨 붙는다

그리고는
누가 최초의 불꽃인지
누가 중심인지
알 수가 없다
알 필요도 없어졌다

중심은 처음부터 무수하다

그렇게 내 사랑도 옮겨 붙고
산에 산에
꽃이 피네

(<길은 광야의 것이다>, 창비,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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