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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가는 대통령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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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가는 대통령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화제의 책] 실타래처럼 얽힌 현안, 책으로 풀어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26일부터 여름 휴가를 갑니다. 국내외에 골칫거리가 산적한 상황에서 가는 휴가이니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휴가를 가서도 심신이 편할 리 없습니다. 잠 못 이루고 뒷척이다가 괜히 '오기'만 키워오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프레시안> 기자들이 준비했습니다. 국내외 산적한 실타래처럼 얽힌 현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엄선하고 또 엄선해 비교적 최근에 선보인 책 여섯 권을 선정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 책을 꼭 읽고, 휴가에서 돌아와서는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책을 권하고 보니 걱정이 앞섭니다. 행여 노파심에서 하는 말입니다만, 이 대통령이 책 읽느라 밤을 새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여러 사람이 지적했지만,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잠을 충분히 못 자는 데서 오는 것 같으니까요.

자, 책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편집자>

■ "남북 핫라인은 전화통이 아닙니다"…<피스메이커>(임동원 지음, 중앙books 펴냄)
▲<피스메이커>(임동원 지음, 중앙books 펴냄) ⓒ프레시안

요즘 금강산 피격 사건이 안 풀려서 골치 아프시죠? 말은 세게 해놨는데 북한은 끄덕도 없고.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 구상'이 없었다면 북한이 저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왔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좀 오래 갈 것 같습니다. 이럴 때 <피스메이커>란 책이 나왔다는 건 대통령께 엄청난 행운입니다. 그 행운을 놓치지 마세요. 책 안에 길이 있습니다. 남북관계사(史)마저 외국 사람들이 쓴 책을 제일로 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스메이커>가 나옴으로써 한국인의 눈으로 남북관계를 보는 정통한 책을 비로소 가지게 됐습니다.

너무 두껍다면 1992년 저 유명한 '훈령 조작 사건' 얘기만 골라 읽어도 본전 뽑습니다. 대선 승리에 눈이 먼 냉전세력들이 어떻게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는지 잘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 당선된 YS 시절의 남북관계는 암흑이었습니다. 당시의 얘기를 읽어보면 선거 때 만든 비핵-개방-3000이 왜 떨쳐버려야 할 대상인지를 알게 될 겁니다. 누구보다 잘하지는 못해도 YS보다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남북 핫라인이 만들어진 얘기도 꼭 읽어보세요. 한나라당 대표란 분이 핫라인도 끊겼다고 과거 정부를 씹었다죠? 그런데 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끊어진 게 왜 과거 정부 탓입니까? 핫라인은 단순히 전화통이 아닙니다. 그 위에 있는 남북의 신뢰가 진짜 핫라인입니다.

■ "이건 '크루그먼 괴담'이 아닙니다"…<미래를 말하다>(폴 크루그먼 지음, 예상한 외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펴냄)
▲<미래를 말하다>(폴 크루그먼 지음, 예상한 외 옮김, 현대경제연구원 펴냄) ⓒ프레시안

폴 크루그먼의 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크루그먼 정도는 돼야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경제'에 관한 한 국내에 경쟁자가 없다고 자부하는 이 대통령 눈에 찰 것 같기 때문입니다.

크루그먼이 누구입니까? 노벨경제학상보다 더 받기 힘들다는 '존 베이크 클라크 메달'을 1991년 수상했고, 경제학자로는 첫 <뉴욕타임스> 고정 칼럼을 맡았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경제학자입니다. 이런 화려한 경력 탓에 로렌스 서머스, 제프리 삭스와 함께 세계 경제학계의 '3대 스타'로 꼽히는 사람이지요.

게다가 미 쇠고기 협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을 때, 크루그먼은 미국의 허술한 검역 체계 등이 근본 문제라며 미국인들이 반한 감정을 갖는 것을 막아서는 등 이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크루그먼의 책이 4년 만에 나왔습니다. 그것도 이 대통령이 좋아하는 미국 얘기입니다. 이 대통령이 따라가고자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미래'를 말하고자 하는 책입니다.

크루그먼은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을 주장합니다.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의료보험 의존도가 높은 미국의 의료체계를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37위'로 평가했습니다. 1인당 의료 비용은 미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2~3배 많이 지출했지만 기대 수명은 가장 짧습니다. 또 크루그먼은 상위 1%에게만 혜택을 주는 특권적 조치인 감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느 선진국과 달리 미국에서만 급격히 쇠퇴한 노조도 되살려야 한다고 진단합니다.

안타깝게도 크루그먼의 해법은 'MB노믹스'와는 정반대입니다. 이래도 전국민을 '747비행기'에 태우고 위험한 비행을 계속하시려는지요? 앗? 뭐라구요? '크루그먼 괴담'이라고요?

■ "이젠 '2MB' 소리, 그만 듣고 싶지요?"…<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강양구 지음, 프레시안북 펴냄)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강양구 지음, 프레시안북 펴냄) ⓒ프레시안

휴가를 가더라도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팎의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을 만합니다. 특히 수개월째 폭등하고 있는 유가만 보면 아찔하지요? 치솟은 기름 값에 아예 생계를 포기한 서민은 아찔한 정도가 아닙니다. 입을 다물고 있어도 저절로 곡소리가 나니까요.

그런데, 이런 고유가 시대를 뜬금없이 원자력 에너지로 극복하자, 이런 얘기가 들리더군요.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입한 원유의 대부분이 전기와는 무관한 산업용, 수송용으로 쓰이는데,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 에너지 확대가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정책이라니요?

후보 시절 독일 가서 도대체 뭘 보고 온 건가요? 운하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곳곳의 풍차는 못 봤나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는 일찌감치 태양 에너지, 풍력 에너지와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언제 도래할지 모르는 석유 고갈 사태에 대비하려고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닙니다. 그 나라들은 이런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을 통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습니다. 진짜 '미래 에너지'를 찾고 있는 거지요?

아직도 '감'이 잘 안온다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라는 책이 있습니다. 최근의 에너지를 둘러싼 온갖 문제를 아주 쉽게 설명하면서 갖가지 대안까지 내놓고 있으니 에너지에 문외한으로 보이는 이 대통령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자, 휴가 때 이 책을 일독하십시오. 그리고 대통령이 모른다고 안이한 낡은 정책을 고집하는 관료들 앞에서 '폼' 한 번 잡아보십시오. '경제 대통령'이라면 고유가 대책으로 원자력 운운하는 관료에게 "너 '2MB'냐!" 하고 불호령을 내릴 정도의 교양은 있어야지요.

■ "우리는 당신의 '국민'에 포함되지 않는 건가요?"…<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권성현 외 엮음, 후마니타스 펴냄)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권성현 외 엮음, 후마니타스 펴냄) ⓒ프레시안

"국민을 섬기겠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 나라 국민도 아닌가보다"라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혹시 알고 계신가요? "이 나라에서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구나"라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려 850만 명에 달한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들입니다.

4인 가족 가운데 1명은 비정규직 노동자인 시대입니다. "일자리가 있으면 서민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들의 일자리는 늘 '오늘 내일' 위태롭습니다. 서민의 축에도 완전히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이라도 보장해 달라"고 소리쳐 보지만, "회사도 정부도 우리 얘기가 안 들리나보다"라고 합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이랜드 노동자의 파업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는 취임 6개월도 못 돼 반 토막이 난 지지율 속에서도 국정 운영에 힘 쏟느라 미처 돌아보지 못하신, 그 '국민'들의 이야기입니다. '운동권'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심지어 대통령께서도 즐겨 부르셨다는 '아침 이슬' 노래도 잘 모르는, 그저 돈 벌어 아이 키우고 살림하느라 힘겨웠던 아줌마들이 '투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파업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어 울면서도 거리에 서 있는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수차례 정독하셔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평범한 우리 시대 '엄마들'을 거리로 나서게 하는 이 사회가 대체 어디서부터 뒤틀리고 틀어진 것인지 알아야 고치지 않겠습니까?

더불어 "이렇게 잘릴 줄도 모르고 그동안 바보 같이 너무 열심히 일했다"는 그들의 목소리는 혹 정부가 기업과 똑같이 일부 국민의 피눈물을 담보로 경제를 살리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기업이 '경영 효율화'만 바라보고 맹렬히 달려갈 때, 국가는 "겹겹의 얇은 막과 같아서 하나의 고통에도 여러 층이 있는" 이들의 고통을 어루만져 줘야 하지 않을까요?

마음은 굴뚝같지만 "3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경제 위기" 때문에 여유가 없으셨다면, 모처럼의 휴가 기간 그들의 삶과 눈물을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그들도, 이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 "완벽한 언론 통제를 꿈꾸는 그대에게"…<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V for Vendetta>(앨런 무어 외 지음, Titan Books 펴냄) ⓒ프레시안

아무리 '얼리버드' 대통령이지만 휴가는 휴가입니다. 휴가엔 역시 만화책입니다. (사실 '만화책'보단 '그래픽 소설'이라는 말이 걸맞은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고심하다가 '명박산성', '물대포'를 즐기시는 정치계 '액션 달인'의 취향에 맞도록 장르도 '정치 SF 액션' 드라마로 골라봤습니다.

1981년 이 만화는 영국 대처 총리의 극우 보수 정책을 비판하고자 나온 것이라고 하니, '글로벌 극우 대통령'의 필독 도서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촛불 집회 와중에 한 'DVD커뮤니티' 회원들이 이 만화 주인공이 쓴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국내엔 번역판이 나오지 않아 영어로 된 원작을 봐야 합니다. 그러나 '영어 몰입'에 능하신 대통령이니 어렵잖게 읽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혹 '실용 영어'에만 치중하다보니 독해가 잘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원작을 잘 살려 제작한 같은 이름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촛불 집회를 거치며 더욱 인기를 얻게 됐으니, 이 대통령은 이 영화의 뒤늦은 흥행에 기여한 셈입니다.

만약 휴가 기간 동안 상반기 국정 참패를 두고 KBS, MBC, 인터넷에 대한 분노를 곱씹으며 '언론 장악 시나리오'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돌아올 예정이었다면 수만 명의 시민이 같은 가면을 쓰고 의사당 앞으로 몰려든 마지막 장면만큼은 꼭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만화 속 전체주의 정부는 이 대통령보다 훨씬 더 언론 통제에 능했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했으니까요.

참, 제발 '<브이 포 벤데타>의 '선동' 탓에 시민이 '괴담'에 현혹됐다'는 조·중·동 류의 감상평은 떠올리지 말길.

■ "혹시 아베 전 총리와 전생에 형제였나요" …<아마추어 정부의 몰락>(우에스기 다카시 지음, 남윤호 외 옮김, 중앙books 펴냄)
▲<아마추어 정부의 몰락>(우에스기 다카시 지음, 남윤호 외 옮김, 중앙books 펴냄) ⓒ프레시안

어쩌면 이렇게 쌍둥이처럼 닮았을까요? 일본의 아베 전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 말입니다. 일본의 노련한 정치부 기자 우에스기 다카시가 르포처럼 그려낸 아베 정부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국 이야기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더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비슷해지고요. 이명박 정부를 향해 쏟아지는 비판의 다수가 '아마추어 정부'라는 걸 염두에 두면, 이 책은 예언서라 할 만합니다.

정권 출범 즈음의 압도적 지지율을 금방 까먹고 우왕좌왕하는 총리관저(우리로 치면 청와대) 비서관들, 도덕성 문제를 걸러내지 못해 정권에 타격을 입힌 각료 인선, 언론 편 가르기, 정치적 승부수에 강한 전임자(고이즈미, 노무현)에 대한 과도한 신경전, 자승자박 북한 때리기 등…혹여 이 대통령이 일부러 아베 전 총리를 따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줄 정도입니다.

특히 아베 총리 시절 총리관저에서 '이치, 로쿠, 산케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는 대목은 압권입니다. 관영매체인 이치(NHK)와 보수매체인 로쿠(TBS), 산케이(산케이신문)만 총애를 받아 특종 행진을 이어갔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아사히신문, 텔레비전 아사히는 줄고소를 당한 끝에 '총리 간담회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지요. 최근의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모골이 송연합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7년 9월 2차 대전 후 28명의 총리 가운데 9번째 단명 기록을 세우며 365일의 재임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 빈자리는 자민당 파벌연합이 옹립한 후쿠다 총리가 메웠지요. 우경화된 외교·경제 정책에선 문제점을 남겼지만 정치 개혁 면에선 뚜렷한 족적을 남긴 고이즈미의 유산이 아베로 인해 다 날아가 버린 셈입니다. 이 대목이라도 달라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이 대통령의 휴가 필독서로 이 책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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