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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와의 싸움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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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와의 싸움은 계속된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민주주의 수호 국민회의'를 구성하자
63번째 '광복절'을 맞는다. 광복절은 일본에게 빼앗겼던 국권을 되찾은 날이다. 일본은 침략과 전쟁을 통해 수억 명의 사람들을 죽음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우리는 물질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아직도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광복절을 그저 기쁜 마음으로만 맞을 수는 없다. 광복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문제들을 돌이켜 보고,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날이어야 한다.

이번의 광복절은 더욱 더 그렇다. 친일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이지만, 여기서 나아가 그들이 아예 광복절을 폐기하려고 획책할 줄은 차마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과거가 없이는 현재가 없으며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여기서 명확히 확인하게 된다. 광복과 함께 친미파로 둔갑한 친일파는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면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고, 식민과 친일의 역사를 지워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민족주의자들을 '빨갱이'로 매도하고 심지어 살해하기도 했다. 친일파의 자손은 대부분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살고 있지만, 독립군의 자손은 대부분 그야말로 못 먹고 못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일파는 이제는 아예 광복절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 정부는 15일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중앙 경축식 행사를 위해 광화문 외벽에 대형 무궁화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광복절을 맞아 우리는 친일파의 문제를 다시금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이 나라를 또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친일파는 우리의 정체성 자체를 근원적으로 부정하며, 자기의 이익을 위해 민족과 국가를 아무렇지도 않게 팔아먹는다. 친일파는 오늘날 우리가 맞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역사적 원천이다. 친일파의 청산은 민주주의의 위기에 맞서는 것이며, 이 나라를 더욱 튼튼한 민주주의의 반석 위에 세우는 것이다. 일본의 지배로 이 나라가 크게 발전했으며 '정신대'는 '자발적 창녀'였다고 주장하는 친일파들이 계속 위세를 떨치는 한,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계속 위기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다. 친일파의 청산을 위해서도 민주주의의 심화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지금 이 나라는 한창 역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반민주적 세력인 친일파이다. 친일파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촉발하고, 민주주의의 위기는 친일파를 강화하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 집회를 열어 이 나라의 역행을 일시적이나마 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촛불 집회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저지하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인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역사적 관점에서 촛불 집회의 성과를 평가하고,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권력의 폭력적 행사에서 이미 명확하게 드러났다. 좀더 구체적으로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정책이다. 이명박 세력은 '대운하', 광우병, 학교 자율화, 민영화 등 대다수 국민이 명백히 반대하는 정책을 강행해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야기했다. 둘째, 사면이다. 이명박 세력은 경제를 위하는 것이라면서 중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들을 모두 사면해 주었다. 이명박 세력이 추구하는 경제는 '횡령 경제', '배임 경제', '폭력 경제'인 모양이다. 이런 경제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셋째, 방송 장악이다. 이명박 세력은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을 장악하기 위한 전술을 강행하고 있으며, 여기서 나아가 인터넷마저 강력히 규제하기 위한 전술을 강행하고 있다.

이렇듯 확연히 드러난 민주주의의 위기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결국 친일파의 나라, '강부자'의 나라, 토건족의 나라, 양극화의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는 촛불 집회의 향후 전망에 관한 토론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명박 세력이 야기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사실 촛불 집회를 통해 가장 명확히 드러났다. 촛불 집회의 향후 전망에 관해 현재 크게 세 가지 주장이 제기되어 있다.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전면적으로 추구하는 '투쟁위 결성론'('투위론'), 각자의 자리에서 개혁을 추구하는 '산개론' 또는 '생활 촛불론', '대책위'의 조직적 성과를 계속 이어가는 '승계론'이 그것이다. 여기서 '투위론'과 '산개론'은 극단적으로 대립하지만 비현실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우리는 '승계론'의 관점에서 새로운 실천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이제 시민사회의 노력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민주주의 수호 국민회의'('민주회의')의 구성과 활동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뉴시스

나는 두 가지 내용으로 새로운 조직화 작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대책위'는 더 이상 상황실을 운영하기가 어려운 상태이므로 일단 활동을 중단하되 해산하지는 않는다. 촛불 집회의 과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는데 '대책위'를 해산하는 것은 잘못이다. 계속 전개될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 집회를 위해서도 '대책위' 자체는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민사회의 노력은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민주주의 수호 국민회의'('민주회의')의 구성과 활동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노력을 이어받아 원로, 종교인, 교수 등의 인사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명칭이나 과제에 대해서는 더 넓고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피땀으로 이룬 촛불 집회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조직화 노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63번째 광복절을 맞이하면서 친일파의 문제를 얘기하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크게 우려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우리의 우울한 현실이다. 그러나 촛불 집회에서 우리는 커다란 희망을 보았다. 지난 100일 여의 촛불 집회에 전국적으로 600만 명을 훨씬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주의의 심화를 열망하고 적극 실천하는 주체들이 이미 이 나라 곳곳에 있는 것이다. 이 주체들이 힘을 모아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크게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민주주의의 위기를 직시하도록 하자. 이 나라는 지금 민주화의 시대에서 반민주화의 시대로 빠르게 역행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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