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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보다 못한 사람들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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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보다 못한 사람들을 아시나요?" [미행] 정규직-비정규직-이주노동자, '큰 불평등' 가린다
이 기사는 "미행(美行) :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미디어 행동 네트워크"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지역 순회 사업, '미디어 게릴라들이 비정규 노동자들을 만나다'의 일환으로 작성되었다. '미행'은 블로거, 만화가, 노동자, 작가 등 다양한 미디어 생산자들이 함께 모여 비정규 노동의 현실을 고민하는 프로젝트 팀이다. 미행의 지역 순회 사업은 진보신당과 함께 진행된다. <편집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의 라인에서 오른쪽문은 정규직이 달고 왼쪽문은 비정규직이 단다는 것은 차별을 쉽게 설명하는 예 중 하나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구분으로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으로 불합리한 일인지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도 옛말이다. 대략 2000년 이후에 가동을 시작한 공장들은 정규직을 전혀 고용하지 않는다. 기왕의 공장들도 라인별로 '소사장'을 두거나 외주화해서 정규직이 한명도 없는 공장을 확인하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기아자동차 모닝을 위탁 생산하는 서산의 동희오토는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가 기아자동차의 직원이 아니고, 그렇다고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의 직원도 아니다. 공장의 부지는 현대자동차가 10년 동안 임대한 것이고 기아자동차에 30%의 지분이 있는 동희오토는 단지 150명의 사무 관리 직원만 있다. 나머지 생산현장의 850명 노동자는 모두 12개의 하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여기에 20%의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대략 생산라인의 한 업체당 20여 명 안팎으로 모두 200여 명이다. 대부분 중국인 노동자들이고 업체마다 연변의 한인 동포들이나 새터민을 고용해 통역도 하고 중간 관리를 맡긴다. 회사 자료를 본적이 없으니 알 수 없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이 2년마다 한 번 씩 바뀐다"고 하고 "관리자들뿐 아니라 라인에서 함께 일하는 내국인 노동자들이 쉽게 욕을 하기도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현장의 분위기가 참 흉흉하다.

그런데 얼마 전 동희오토에서는 업체마다 취업 규칙이 바뀌어 관리자들이 돌아다니며 서명을 받았다. 대부분은 일하느라 바쁜 와중에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서명했다고 한다. 바뀐 내용은 현재 600%씩 받고 있는 상여금을 성과에 따라 400%까지 차등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뒤늦게 이런 내용을 확인한 일부 노동자들이 "단협에 600%라고 돼 있는데 왜 일방적으로 바꾸려 하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미 지난 단협에서 노조 위원장들이 바뀌는 취업규칙과 동일한 내용을 합의해주었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소속 노동조합의 단협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조합원들은 어용노조 위원장에게 항의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소용이 없었다. 회사가 분노하는 노동자를 달래기 위해 한 소리가 참 가관이다.

"한국인들은 걱정하지 마라. 이 조항은 앞으로 취업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것일 뿐이다."

가장 큰 불평등은 회사를 경영하는 자와 생산하는 자 사이의 소득의 불평등이다. 뼈 빠지게 땀 흘려 주야간 노동을 하는 사람보다 관리자들의 소득이 더 많은 것이 문제다. 임원의 연봉은 10억이 넘는데 생산직 노동자는 6000만 원밖에 못 받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더 분노하는 것이 가장 큰 불평등이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 똑같이 생산노동을 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이 다르고, 똑같이 비정규직이라도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이 다르다. ⓒ미행

똑같이 생산노동을 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이 다르고, 똑같이 비정규직이라도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이 다르다. 다른 임금과 처우를 받는 노동자들은 단결하기 어렵다. 같은 임금과 처우를 받아도 업체별로 분할되어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하기가 어려운데, 이제 다시 비정규직 보다 못한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단결할 수 있을까.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그만인 것을 내국인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로 나누는 것은 비정규직보다도 못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주노동자의 눈물과 한숨이 섞인 더 많은 이익은 물론 고스란히 회사의 몫이 된다. 이 시스템에서 가장 나쁜 점은 생산직 사이의 불평등이 보다 큰 불평등, 즉 회사를 소유한 자와 일하는 자 사이의 불평등을 안 보이게 만들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이제 자동차를 만드는 라인에서 오른쪽 문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달고 왼쪽문은 이주노동자가 달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가 이주노동자이든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싸워야, 저만 살면 그만이라는 자본의 천박한 논리를 더럽다하며 밟아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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