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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비극이 반복되는 현실, 지켜만 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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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비극이 반복되는 현실, 지켜만 볼 텐가" [홍성태의 '세상 읽기'] 숭례문 화재와 용산 참사
국보 제1호 숭례문이 한 시민의 방화로 불타고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국보 제1호'라는 규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숭례문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고귀한 문화재였다. 그런 만큼 숭례문의 소실은 그야말로 모든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대사건이었다. 조만간 새로운 숭례문이 건축된다고 한다. 그리고 숭례문 주변의 땅과 성벽도 일부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숭례문은 대부분 영원히 사라졌지만 재건과 복원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숭례문 화재의 원인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6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등 온갖 환난을 이기고 그 자리를 지켜온 숭례문이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어버린 것에는 길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문화재를 한갓 볼거리로 여기는 그릇된 문화재 정책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러나 이와 함께 우리는 불을 지른 시민의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는 개발과 투기의 광풍 속에서 커다란 박탈감을 느꼈고, 그로부터 비롯된 분노를 지극히 잘못된 방식으로 해소하고자 했던 것이다.

숭례문 화재는 개발과 투기를 부추기는 토건국가가 문화재 파괴의 중대한 구조적 원인이라는 사실을 처절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에서는 오히려 '토건국가의 극단화'라고 불러야 마땅할 토건국가 확대 정책이 격렬히 강행되고 있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나 '경인운하', '한탄강댐'은 그 단적인 예이다. 불필요하고 반생태적인 대규모 토건사업들이 전국 곳곳에서 버젓이 경제성이나 '녹색'을 내걸고 강행되고 있다. 이러한 토건국가 확대 정책에는 심각한 사기와 폭력의 문제마저 동반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아침에 발생한 '용산 참사'도 이러한 토건국가 확대 정책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잘 이해될 수 있다.

▲ 1년 전 2008년 2월 10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재로 여기는 숭례문이 어처구니없는 화재로 전 국민이 바라보는 가운데 소실되었다. 이렇게 시작부터 대한민국을 공격했던 화마는 결국 무자년이 끝날 무렵인 지난 1월 20일 여섯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뉴시스

'용산 참사'는 개발·투기 세력이 더 많은 이익을 노리고 더 많은 개발을 서둘러 강행한 결과로 졸지에 철거민의 처지로 내몰린 불행한 시민들이 끔찍한 죽음을 당한 참담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오히려 더욱 더 커다란 의혹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일부 비정상적 무리들이 철거민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모욕해서 유족들은 물론이고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정병두 본부장이 지휘한 검찰수사본부의 수사 과정과 결과는 철거민들을 아예 '자해공갈단' 또는 '자살특공대'로 만들어 버린 것 같다. 검찰은 정녕 '정권의 검찰'인가?

검찰은 철거민의 잘못을 입증하겠다며 독자적 동영상 해석을 제시하고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화재의 직접적 발단이 된 경찰특공대의 투입을 결정한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소환 조사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무전기를 꺼놨다는 그의 일방적 주장을 그냥 받아들이고 모든 조사를 끝냈다. 검찰에 대한 거대한 의혹과 불신은 모두 검찰이 자초한 것이다.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 있다.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해, 그리고 정병두 검찰수사본부장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는 것이다.

검찰이 초래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용산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는 없다. 과잉 진압을 최종 결정한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정식 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여론에 밀려 뒤늦게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모든 것을 덮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장 수칙을 지키지 않고 과잉 진압을 강행해서 엄청난 참사를 야기한 경찰에 대한 재수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은 명백히 이행해야 할 과제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경찰과 용역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발급하고 말았다. 따라서 특검을 구성해서 '용산 참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특검은 검찰의 의혹까지 환히 밝혀야 할 것이다.

엄청난 참사를 야기한 경찰의 과잉 진압은 물론이고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2월 9일 아침의 라디오연설을 통해 '사과'는 하지 않고 새삼 '원칙'을 강조했다. 대체 그가 강조하는 '원칙'은 무엇인가? 용역 폭력을 방치해서 철거민들이 어쩔 수 없이 농성에 돌입하도록 하는 것인가? 현장 수칙을 전혀 지키지 않고 과잉 진압을 강행해서 철거민들이 불에 타 죽도록 하는 것인가? 참담한 사기와 폭력을 통해 '강부자'들이 더 많은 투기이익을 챙기도록 하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 '경인운하' 등에서 계속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용산 참사'마저 일으킨 것이 아닌가?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를 외치고 '경제 죽이기'를 하더니, '강 살리기'를 외치며 '강 죽이기'를 강행하고, 이제는 도처에서 '준법'을 외치면서 법치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 사회를 '폭력사회'로 만드는 '용역'이라는 이름의 폭력집단이 경찰과 함께 '용산 참사'를 일으킨 것은 그 단적인 예일 것이다. '용산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법을 올바로 지키는 것이다. 불법폭력과 학살만행을 규탄하는 외침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중산층조차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전락시키는 각종 (재)개발 제도를 발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 결과 투기를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만들고 전국에서 개발의 광풍을 일으키는 비정상적 토건국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월 9일 오전에 발표된 검찰의 '용산 참사' 수사결과를 보자니, 학살당한 이들의 원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학살당한 이들을 오히려 학살자들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결국 이명박 정부가 강행하는 토건국가의 극단화가 검찰을 이 지경으로 망친 것이 아닌가? 이 나라의 흥망 자체가 토건국가의 해소에 달려 있다. '용산 참사'도, 숭례문 화재도, '강 죽이기'도, 경부운하도, 한탄강댐도 모두 토건국가의 필연적 산물이다. 참담한 토건국가의 극단화를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문제를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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