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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또 참았다…이제 더는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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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또 참았다…이제 더는 못 참겠다" 故박종태 사망 보름…화물연대 '총파업' vs 경찰 500명 연행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참았는데, 이제는 평화적으로 못 합니다."

16일 오후 대한통운 택배 기사들과 함께 싸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종태 씨의 영안실이 있는 대전중앙병원 앞에서 한 화물연대 조합원이 "아저씨들, 평화적으로 해야지 폭력을 쓰면 어떻게 해요?"라는 한 시민의 말에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의 눈앞에는 1만5000여 명의 노동자와 110개 중대 1만 여 명의 경찰이 대치하고 있었다. 박 씨가 숨진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까지 행진을 하겠다는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물대포를 쏘아댔고, 노동자들은 결국 만장으로 만들었던 대나무를 경찰을 향해 겨누었다.

▲ 박 씨가 숨진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까지 행진을 하겠다는 노동자들에게 경찰은 물대포를 쏘아댔고, 노동자들은 결국 만장으로 만들었던 대나무를 경찰을 향해 겨누었다. ⓒ프레시안

"아니 그래도 비도 오는데, 다칠까봐 그러지"라고 걱정하는 시민을 향해 그 화물연대 조합원은 참아 왔던 말들을 쏟아냈다.

"사람이 죽었단 말입니다. 그런데도 저 인간들은 꼼짝을 안 하잖아요. 대한통운 앞까지 행진하겠다는데 그것도 못하게 하지 않습니까. 평화적으로 하면 우리만 자꾸 잡아가고 우리 말은 들어주지도 않는데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합니까?"

고 박종태 씨의 죽음으로 촉발된 노동계의 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조합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총파업을 통과시켰고, 민주노총은 다시 "이 투쟁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 끝내 '5·18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대한통운 대전지사 부근까지 행진을 했고, 경찰은 해가 진 뒤 해산하는 참가자들을 뒤쫓아 500명 가까이 무차별 연행했다. ⓒ프레시안

'5.18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대한통운 대전지사 부근까지 행진을 했고, 뒤로 물러서던 경찰은 해가 진 뒤 해산하는 참가자들을 뒤쫓아 500명 가까이 무차별 연행했다. 돌아가려고 버스에 올라탄 참가자들까지 일일이 버스에서 끌어내렸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집회 참가 차량을 세워 연행해갔다.

화물연대 "금호아시아나 뒤에 MB가 있다…철도·택시 등도 총파업 하자"

노동계가 박 씨의 죽음에 대해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매년 전라도 광주에서 열던 '5·18 정신계승 노동자대회'가 올해는 박 씨의 죽음을 불러온 대전에서 열렸다. 화물연대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총파업을 결의했다. 돌입 시기는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김달식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는 한 고속도로 봉쇄를 비롯해 상경 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며 "파업 돌입 시기는 정부와 대한통운 측의 대화의지를 본 뒤 다음주 중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김달식 화물연대본부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는 한 고속도로 봉쇄를 비롯해 상경 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화물연대는 이번 총파업이 대한통운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투쟁임을 강조했다. 화물연대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뒤에는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 정책이 있다"며 "경제 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이명박에 맞서 모든 조직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이번 총파업이 노동계 전체로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달식 본부장은 무대 위에 올라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지난 2006년 포항에서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하중근 씨와 한미 FTA를 반대하며 스스로 산화한 허세욱 씨를 언급하며 "화물연대의 힘만으로 싸우도록 그냥 두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 본부장은 "철도, 택시, 항공 등 운수노조 산하의 모든 운수 노동자들도 총파업을 결의해 달라"며 "민주노총도 총파업을 결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노동계가 박 씨의 죽음에 대해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프레시안

민주노총도 "6월 총파업 일정 가능한 앞으로 당긴다"

▲ 민주노총은 "6월로 예정된 총파업 일정을 가능한 앞으로 당기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민주노총 역시 "박 씨의 죽음을 계기로 정부와 정면으로 싸워야 한다"는 분위기다. 당초 "오는 16일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투쟁을 서울로 가져 가겠다"고 했던 임성규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는 평화롭고 지혜롭게, 슬기롭게 기다려 왔지만 정부와 대한통운,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이 시간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할지를 바로 저들이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며 "6월로 예정된 총파업 일정을 가능한 앞으로 당기겠다"고 선언했다. 임 위원장은 "뒤로 미룬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만큼 우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투입해 승리하자"고 덧붙였다.

유족 하수진 씨도 이날 무대 위에 올라 "나와 아이들의 가족으로 남기보다 여러분의 동지로 남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떠나간 남편을 여러분이 지켜달라"며 "남편이 그토록 바랐던 승리하는 싸움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미 건설노조는 오는 27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인력 감축 등을 놓고 '안전 운행 투쟁'을 하며 코레일 측과 대립하고 있는 철도노조도 같은 날 상경 투쟁을 벌인다.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도 오는 21일부터 1박 2일 동안 금호그룹 본사 앞에서 '전국 해고 노동자대회'를 연다.

정부 "화물연대 파업 불법…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및 운송자격 취소도"

대한통운 측이 "숨진 박 씨는 대한통운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을 비롯한 정부도 여전히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벌써 화물연대의 총파업 계획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참여한 사람에게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운송 자격을 취소할 것이며 불법 행동 주모자에 대해 형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사법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산하는 참가자 뒤쫓아 버스에서 끌어내리고 버스 통째로 연행하고

▲ 대한통운 측이 "숨진 박 씨는 대한통운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을 비롯한 정부도 여전히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경찰. ⓒ프레시안
경찰도 마찬가지다. 박 씨의 부인 한수진 씨는 "경찰이 공안 사건이라며 남편의 시신을 부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냉동조차 못 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씨는 "부검하지 않겠다는 유족의 입장을 무시하는 경찰로 인해 고인은 점점 썩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전에서 노동계가 2주 연달아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경찰의 대응도 강해지고 있다. 이날도 큰 충돌 없이 대한통운 앞까지 뒤로 물러나며 행진을 사실상 허가했던 경찰은 오후 9시 경부터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곤봉을 휘두르는 등 무차별 진압 작전을 벌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밤 경찰의 무리한 진압 작전으로 총 486명이 연행됐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30여 명은 구경하던 일반 시민 등이어서 곧바로 풀려나고 17일 오후 1시 현재 455명이 여전히 유치장에 갇혀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전체 연행자가 457명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귀가를 위해 버스에 탑승한 조합원가지 끌어내려 연행했고, 집회에 참가했다 돌아가는 금호타이어버스노동조합 버스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통째로 연행되기도 했다. 시위대가 행진을 하며 도로 위에 있는 버스를 파손한 그대로, 경찰 역시 노동조합 소유의 버스들을 곤봉 등을 이용해 부수기도 했다.

경찰은 연행자를 사법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검거하지 못한 불법행위자도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시민 사회 단체들과도 함께 박 씨의 죽음을 정부에 대한 투쟁의 도화선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어서 충돌은 상당 기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노동계는 시민·사회 단체들과도 함께 박 씨의 죽음을 정부에 대한 투쟁의 도화선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어서 충돌은 상당 기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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