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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쌍용차, 보름 만에 스트레스로 2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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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쌍용차, 보름 만에 스트레스로 2명 사망

집회 참여 후 심장마비…"쌍용차 노동자 생명 위태로워"

정리 해고를 막기 위한 총파업이 20일째인 11일 쌍용차 노동자 한 명이 또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다. 노조의 파업을 빨리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쌍용차 임직원들이 전날 개최한 결의대회에 참석한 뒤였다. 동료들과 회사 사이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갑작스런 죽음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노조의 파업에 참여해야 하는지 고심했던 쌍용차 노동자 엄모(41) 씨가 '스트레스로 인한 뇌졸중'으로 사망한 바 있다. 불과 보름 만에 쌍용차 노동자 2명이 잇따라 숨진 것이다. 2600명 정리해고를 둘러싼 쌍용차 노동자의 심리적 압박 수준을 드러낸다.

두 번째 사망자 발생…"파업 철회 집회 참석하곤 힘들어했다"

11일 새벽 4시 경 숨진 쌍용차 노동자 김 아무개(47) 씨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 부산분회의 조합원이다.

노조에 따르면 김 씨는 10일 경기도 평택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쌍용차 생산라인 정상화 촉구 임직원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 집회는 쌍용차 사무직, 연구직, 기술직 직원 1500여 명이 참석해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평택 공장 출근 투쟁을 하겠다"고 공언한 자리다.

"노조가 공장을 점거하고 회사를 공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한 이들의 목소리는 노-노 갈등을 부각시켜 노조의 파업을 흠집 내는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 불과 보름 만에 쌍용차 노동자 2명이 잇따라 숨졌다. 2600명 정리해고를 둘러싼 쌍용차 노동자의 심리적 압박 수준을 드러낸다. ⓒ프레시안

김 씨의 동료들은 "김 씨가 회사가 강제로 연 집회에 참석한 뒤 무척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집회 참석 뒤 부산으로 돌아가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한 자리에서 "회사가 결의대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고 하는 등 회사의 압박과 회유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여러 차례 토로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씨는 개인적 갈등으로 노조의 파업에도 참여하지 못하면서 동료들에게도 미안함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동료에겐 미안하고, 회사 압박은 무섭고"…그들의 공통된 사인

▲ 쌍용차 노동자 가운데 85.1%가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수준도 응답자의 33%나 됐다.ⓒ프레시안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에도 엄 아무개 씨가 쓰러져 입원 나흘 만인 27일 끝내 사망했다. 엄 씨의 사인에 대해 병원 측은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이라는 소견을 내놓았다. 엄 씨는 사망 전, "파업에 참여하지 말라"는 회사 측의 압박으로 잠조차 이루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끝내 또 한 사람의 목숨을 앗는구나…")

결국 두 노동자 모두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공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파업을 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참여하면 불이익이 간다는 회사의 압박으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잇딴 노동자들의 죽음에 쌍용차지부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지부는 이날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회사는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간질, 관제 데모 등 비열하기 짝이 없는 작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쌍용차 노동자, 85%가 우울증…해직 공무원보다 높다

실제 현재 쌍용차 노동자의 정신 건강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구체적인 조사 결과 확인되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지난 1~2일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전체의 85.1%가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수준도 응답자의 33%나 됐다.

이는 여타 업종의 노동자에 비해서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상대적으로 '고도 우울증' 응답률이 높았던 서비스 노동자도 불과 8.1% 수준이었다. 해직된 공무원도 우울증상을 보이는 비율은 55%에 불과했다.

당연히 스트레스 점수도 높았다. '사회 심리적 건강측정도구'를 이용해 측정한 쌍용차 노동자의 스트레스 점수는 일반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값 21.8점 보다 10점이나 높은 31.9점이었다. 정규직 노동자의 스트레스 점수 평균은 19.6점이다.

▲ '사회 심리적 건강측정도구'를 이용해 측정한 쌍용차 노동자의 스트레스 점수는 일반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값 21.8점 보다 10점이나 높은 31.9점이었다. 정규직 노동자의 스트레스 점수 평균은 19.6점이다. ⓒ프레시안

고통의 가장 큰 이유? "생계 문제, 불투명한 미래"

수면장애 수준도 야간 교대근무 집단보다 더 높게 나왔다. 수면 중 잠에서 깨는 평균 횟수가 3회 이상인 사람이 응답자의 43%, 이른 새벽에 깨 다시 잠들지 못하는 횟수가 일주일 평균 2회 이상인 사람이 무려 66%였다. 같은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화물차 노동자는 8%, 25%였고 택시 노동자가 19%, 28%였다. 3배가 넘는 차이다.

이들 단체들은 "최근 쌍용차 노동자는 작업 물량이 감소해 교대 근무를 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처럼 수면장애 수준이 높은 것은 우울증과 심한 스트레스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파업에 참여할 것이냐 말 것이냐,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될까 아닐까, 회사가 나오라는 집회에 가야 하나 등 지금 쌍용차 노동자를 괴롭히는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무엇보다 큰 고통은 역시 '생계'였다.

최근에 가장 힘든 것을 순서대로 두 가지 꼽으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9.9%가 경제적 고통을 1순위로 꼽았다. 2순위로는 불투명한 미래가 60.7%로 가장 많았다.

"정리해고자 아내, 아이들, 포함되지 않은 사람도 병들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이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다수의 노동자가 복합적 고통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은 치료 또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정리해고 대상자 외에도 그 아내와 아이들,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의 정신 건강 또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쌍용차 문제가 여러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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