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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평양 가고, MB는 휴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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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평양 가고, MB는 휴가 가고 [김종배의 it] 어긋난 한미공조부터 되살펴야
큰 사건이다. 상징성이 크고 여파가 적지 않다. 전직 미국 대통령이자 현직 미국 국무장관의 남편이 방북했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의 방북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궁금하다. 우리 정부는 알았을까? 사전에 미국 정부와 충분히 조율했을까?

분석이 갈린다. 언론마다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중앙일보'는 "(클린턴의) 방북이 한미간의 사전 협의 아래 이뤄지는 등 공조체제가 확고했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한국일보'는 "(클린턴의 방북 하루 전인)3일 미측으로부터 사전 통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또 다르다. "(우리 정부가) 클린턴의 방북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전달 받은 것은 지난 주말쯤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면서도 "우리가 미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것일 뿐"이라고 평했다.
▲ ⓒ연합뉴스

방점을 어디에 찍어야 할까? 어느 신문의 보도에 무게를 실어야 할까?

방증이 하나 있다. 한미간 사전조율과 공조 여부를 엿볼 수 있는 실마리다. 대통령과 장관의 휴가 일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부터 6일까지, 그리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3일부터 5일까지 휴가를 떠났다.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지난 주말에 클린턴의 방북을 사전에 알렸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3일에 휴가를 떠날 수 있었을까?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대통령 휴가 일정에 맞춰 자신도 3일부터 5일까지 휴가를 갈 수 있었을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처럼,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클린턴의 방북 의미를 억류 여기자 석방을 위한 인도적이고 개인적인 방문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억류 여기자 석방 문제와 북핵 문제는 별개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과 주무장관의 휴가를 클린턴의 방북을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클린턴이 한국을 경유한 것도 아니니까 '가나 보다' 하며 구경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리에 맞지 않는다. 한나라당과 정부를 제외하곤 그렇게 보는 사람도 없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보도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에 "양국의 공동관심사인 문제에 폭넓은 의견교환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분석했다. "여기자 문제만 해결하는 것이라면 소속 방송사 대표인 앨 고어 전 부통령이 갔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가 해석했다. 클린턴의 방북을 "(북미)직접 담판이 사실상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했다.

방증과 정황이 이렇다면 다시 살펴야 한다. 한미공조는 탄탄하다고, 통미봉남은 없다고 자신해온 정부의 태도를 새로 살펴야 한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를 위해서도 긴요하다.

합창한다. 평소 대북 문제에 다른 목소리를 냈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똑같이 주문한다. 북미관계가 진전될지 모른다는 전제 아래 우리가 소외되는 일을 막으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과감한 제안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주문을 받아들일 요량이라면 되살펴야 한다.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미공조가 어디서부터 어깃장이 났는지를 살펴야 하고, 정부가 어디서부터 판단 착오를 했는지를 짚어야 한다. 그리고 고해성사해야 한다. 그렇게 국론 통일 여지를 넓혀가야 한다.

느닷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는 고사하고 억류돼 있는 유씨와 연안호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180도 바꾸면 보수지지층이 황당해 하면서 반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뉴스블)'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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