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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원 평가를 주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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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교조, 교원 평가를 주도하라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더 이상 외면받는 전교조는 안 된다
2010년 교원 평가 전면 도입을 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정부는 전교조가 찬성하든 안 하든 2010년부터 교원 평가를 전면 도입한다고 합니다.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수석교사제를 따내며 교원 평가를 찬성하고 나섰습니다. 일부에서는 전교조가 근평 폐지를 조건으로 교원 평가의 대안을 내며 조건부로 받아들인다는 설도 돌지만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교사가 승진하는 길은 특이합니다. 오랫동안 교원 승진에 가장 필요한 조건은 능력보다도 윗사람에게 아부하면 대체로 승진하는 구조였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구나 교사가 승진만 포기하면 누가 건드리는 사람이 없이 철밥통 삶이 보장됩니다. 교사가 진급을 포기하는 순간 학생들 눈치 안 봐도 되고 아부도 필요없고 최소한 상식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바른 교육을 하는 교사들이 대부분이 외면하는 평가인데 유독 충성을 강조하며 진급에만 권한을 발하는 교원 평가가 바로 지금의 근평이라는 제도입니다. 현존하는 교원 평가틀입니다. 당연히 근평은 폐지해야지요. 그런데 교원 평가가 근평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다보니 마치 교원들은 평가 무풍지대에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작금의 상황입니다. 전교조도 억울할 것입니다.

최근 학부모단체를 비롯해 시민사회 이곳저곳에서도 교원 평가를 받아들이라고 전교조에 무언의 압력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일간지들이 교원 평가를 강하게 주장하는 사설을 주기적으로 싣고 있습니다. 전교조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번에 교원 평가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로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원 평가를 전면 수용하면 조합원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고 교원 평가를 전면거부하면 국민들 신뢰가 날아갈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모두들 전교조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 2007년 10월 전교조가 서울 여의도에서 차등성과급 반대, 교원 평가 법제화 저지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여는 모습. ⓒ뉴시스

나는 교사는 아니지만 교사들과 오랜 시간 교육 운동을 같이 해왔던 사람으로서 교원 평가는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2004년 일입니다. 안병영 당시 교육부장관이 사교육비를 줄인다며 진선여고 강당에서 교원 평가 도입을 주장했을 때 나는 그런 식으로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는 교원 평가를 반대했습니다. 해방 이후 공교육의 눈부신 발전과 미흡함은 정부, 교사, 학부모 모두의 희생을 바탕으로 얻은 성과이자 책임입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러 교사만 탓 한다는 것은 부당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른다고 비판을 해도 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해방 이후 부족한 교육 재정 아래 사회적 경제적 부족함을 긍지로 버티고 교육 관료제 아래 교사들이 무기력했던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특히 윗사람에게만 잘보이면 승진하는 제도를 오랫동안 방치한 결과는 실로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교원 평가하면 사교육비 줄어든다고 누가 그럽디까? 한국 사교육비 문제는 대부분 입시 경쟁에서 남보다 더 좋은 학교를 가려고 발버둥칠 때 나오는 고비용 아닌가요? 사교육비 문제는 교사가 다 뒤집어쓸 문제는 아닐뿐더러 교원 평가해도 사교육비는 그대로일 것입니다. 교사들도 어쩔 수 없는 피해자 아닌가요?

이번 정부의 교원 평가 안은 40만 교원 중 상위 0.1%는 안식년을, 하위 0.1% 장기연수를 보내는 것이 핵심이며, 학생은 수업만족도, 학부모는 학교만족도와 다면평가는 참고사항입니다. 별 특별한 내용은 없는데도 논란이 되는 것은 교원 평가가 의제를 넘어서 정치문제화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교원 평가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 갈등을 무릅쓰고 평가를 강행 하는 이유는 인사는 근평(근무평정)에서 이미 윗사람 중심의 기존 평가틀이 있어서 손해볼 것이 없는 데다가 향후 적용 여부는 칼자루 쥔 사람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교원 평가의 잇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교원 평가에 학생 수업만족도가 들어 있다는 것은 언제나 학생들 위에 군림해온 교사들이 학생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이루며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조성해 학생인권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교육현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대학교수 평가처럼 강의 만족도를 중심으로 교원 평가를 하라고 제안합니다. 교수들은 개르치는 일외에 연구논문도 중요시됩니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수들과는 달리 논문을 쓰지 않고 연구 수업이라는 것을 합니다. 많이 왜곡되어 있지요. 그래서 교원 평가가 어렵습니다.

교원 평가의 기준도 불분명하고 비리사학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분명 학교 민주화는 더욱 퇴행하고 교사 억압 사례는 빈번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배워야할 많은 교육목표가 추상적이고 특히 인간 교육이란 항목은 측정도 안 됩니다. 그러자니 자꾸 수치에 치중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대학 입시 합격률입니다. 그러니 교원 평가하다가 교육이 망가진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립학교에서 이사장 전횡은 다시 고개를 들 것입니다. 물론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담글수는 없겠지요. 올여름을 계기로 전국의 읍면에서 '학교평가결과 1등'을 운운하는 플랜카드가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경쟁.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것이고 교원 평가도 한몫을 담당할것입니다. MB 교원 평가를 받아들인다 해도 교육 현장은 더욱 벼랑으로 치닫게 되어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제고사로 전국적으로 서열화된 교육 현장에 또다시 회오리 바람이 본격 몰아칠 것입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그렇게 열망하던 부적격 교사는 피해갈 것입니다.

정부가 교사 양성, 임용, 연수, 승진정책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에 대한 불신은 정부에 대한 불신과 같은 말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교사와 함께 교원전문성 문제를 풀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교사탓, 남 탓만 하는 것, 비겁한 일입니다. 실제 정부 주장대로 사교육대책으로 교원 평가제를 도입한다면 실패할 것이 뻔합니다. 교원 전문성 문제는 교사의 양성과 임용과 연수와 승진이 한 몸입니다. 그런데 그중 평가만을 전문성 신장이라며 똑 떼어놓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것이지요. 교원근무평정(근평)으로 소숫점 둘째짜리 점수가 똑같은 교장 임용 대상자가 막상 교장으로 부임해서는 천차만별입니다. 기존 평가 체제가 뭔가 문제가 있으며 올바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반증입니다. 몇 년 안에 기존 교원 평가 체제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교조는 이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책임감 있는 자세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전교조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 풀리지 않으면 한국 교육 해답은 없습니다. 책임있는 주체로서 전교조도 답을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언제까지 정부 탓만 할 것입니까?

흔히 국민과의 소통을 이야기합니다. 국민이 70%이상이 교원 평가를 바란다고 합니다. 솔직히 국민은 교원 평가의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프레임상 '교원 평가를 받으면 사교육비 덜 들고 교사 책무성이 높아져 교육이 발전한다' 고 믿는 것입니다. 안타깝고 섭섭하지만 그에 대신할 설득 논리를 개발하지 못한 점, 통탄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현실이기도 합니다.

어떤 결정이든지 전교조의 결정을 존중할 생각이지만 교원 평가 문제에 발목 잡혀 더 이상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사회적 발언력을 상실하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지난 몇 년처럼 정부 측이 주장하는 대로 수세에 몰려 끌려다니며 내부 분열 일으키지 말고 책임있는 주체로서 판단하고, 행동하고, 주도할 것을 주문합니다. 가장 학생들을 위한 교육, 교원 평가의 대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당당히 제시하십시오. 전교조가 이미 교원 평가에 대한 대안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교조가 벼랑에서 구르면 한국 교육도 위태로워집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도 위축됩니다. 그러니 한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했고 앞으로도 기여해야 할 전교조 조직이 이번 고비를 슬기롭게 넘겨 밝고 평화로운 한국 교육을 만드는데 일조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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