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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면 애 더 낳는다? 그 머릿속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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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면 애 더 낳는다? 그 머릿속이 궁금하다"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출산 파업 시대와 만 5세 초등학생 탄생
국가 출산 파업 시대이다. 가임 젊은이들이 도무지 애를 낳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출산 파업이 아니고 무엇이랴? 한국이 세계 최저 출산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내 세대 무렵에는 아이 세 명을 데리고 택시를 기다리면 '야만인'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댔다. 그랬던 게 불과 15년 안팎이다. 아무리 사회 변화가 빠르다지만 국가가 그녀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 한번 한 적 없이 이제 와서 애를 더 낳으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를 많이 낳기를 원하는 젊은 부모들도 없고 시어머니든 친정어머니든 손주들을 키워줄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별로 없다. 양육이 고통이고 짐스러워진 국가 출산 파업시대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춘다고 한다. 만 나이를 계산하는 것이 번거롭기는 한데 만 5세면 한국 나이로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래기획위원회가 11월 25일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한 '취학연령 1년 단축' 방안에 대해 학계, 학부모들의 찬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고 한다.

찬성 측에서는 취학 연령 단축이 저출산 등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고 반대 편은 아동 발달 단계상 조기에 초등교육을 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솔직히 저출산과 취학연령, 이 두 가지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유치원교육이 돈이 많이 든다고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출 것이 아니라 차라리 돈이 많이 드는 만 5세 교육을 국가가 책임 지면 되는 것이다. 이른바 유치원 무상 교육이 본질이다.

현실적으로 유치원 부모들이 유치원 교육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달에 적게는 10여만 원부터 영어유치원의 경우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사립 유치원 중 소문난 곳은 한달 교육비가 50만 원이 넘고 그밖에 특기 교육을 한두 가지 추가하면 어린 아이 한 명 교육비가 대학 등록금 만큼 많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만6세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 어떤 결과가 올까? 더구나 한살 먼저 입학시킨다고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아마 줄지 않을 것이다.

▲ 이명박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춘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살 먼저 입학시킨다고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뉴시스

5살 입학은 유아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오래전 나는 '7살 초등학생'의 엄마였다. 그런데 유치원에 다닐 때는 똑똑하고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없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더니 공부는 둘째치고 학교만 다녀오면 초저녁부터 쓰러져 다음날 아침까지 잠을 잤다. 여름방학 무렵엔 아예 병치레를 했다. 학교 생활이 힘드니까 아예 몸살을 앓는 것이다.

처음엔 내가 건강 관리를 잘못해서인 줄 알았는데 초등 3학년 때까지 같은 증상이 반복되었다. 그만큼 학교라는 곳이 주는 심적, 육체적 부담이 큰 것이다.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무리없이 정착한 때는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1997년 무렵, 초등학교에 일찍 보내도 되는 조기취학 선택제가 도입되었으나 그리 호응을 받지 못했고 도리어 만 7살 취학을 유예시킨 부모들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있다. 참고로 선진국 가운데 취학연령을 만5세 이하로 하는 나라는 영국,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하고 유관기관이 지혜와 돈을 모아 문제해결에 주력했다. 그 당시에도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가 심각했다. 남성들이 군대와 장기간 교육 등으로 취직 연령이 너무 늦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됐다. 남자들이 30세가 넘어야 결혼을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젊고 건강한 부모는 2세 건강상 꼭 필요하나 현실에서는 첫 아이를 낳는 시기가 자꾸 뒤로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취지로 2007년 2월 총리실은 "학제개편을 통해 입직연령 5년 단축, 정년 5년 연장한다"는 내용으로 학제개편 안을 제시한 적이 있었지만 여론의 반발로 백지화한 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학제개편 방안에서는 '9월 학기제 도입, 입학연령 1년 단축, 학제를 유-5-3-3-4제로 개편 등을 기조로 내세우고 유치원 공교육화를 제시했다. 그 당시는 반대했는데 2~3년간 무엇이 달라졌다는 말일까? 이번도 유아교육학계쪽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참여정부 말기에 제2기 대통령자문 저출산고령사회위원(위원장 박주현 변호사)으로도 참여하고 전국 유치원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 경험에 따르면 엄마들이 가장 첫 번째로 요구하는 것은 공립 유아원 등 공립 유아 교육기관을 많이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공립 유치원마다 입학 대기자가 줄을 섰고 추첨으로 선발하는 입학 경쟁률이 높아 다들 못 들어와서 한이었다. 젊은 엄마들 소원은 '많은 사교육비를 쓰지 않더라도 양질의 유치원 교육을 국가가 책임져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안을 보면 도리어 공립 유아 교육기관에 대한 예산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모순이다.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일찍 보낸다고 교육비와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7세 아이들을 맡아왔던 보육 기관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2008년말 노무현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니 새 정부가 해당 위원회를 폐지하지 않을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해당 위원회를 해체하더니 슬그머니 비슷한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초등학교를 일찍 들어가고 일찍 나오게 하자는 정책은 결국 취학 시기를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한 것이다. 초등학교에 일찍 들어가게 하면 그렇지 않아도 조기교육의 바람이 거센 한국사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 덩달아 일제고사를 보는 나이도 어려지고 초등학생은 나이에 맞지않은 교육을 받느라 심신이 지쳐갈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다루려면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그냥 '돈 더 주면 애 낳는다'식 발상은 여성들의 자기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셋째 아이부터 무상교육인가? 그런 차별적 정책은 처음 봤다. 세상에 어느 정신줄을 놓은 여자가 정부 말만 믿고 셋째 아이를 낳는다는 말인가? 이러한 정부 정책은 자녀 양육과 관련된 여성의 복잡한 인생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녀 양육에 교육이 중요하면 셋째 아이가 아니라 첫째 아이부터 교육 기회 확대와 교육 수준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지 지금과 같이 초등학교를 빨리 입학시키고 유치원 교육을 1년 줄여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납득하기 어렵다.

1000만 원 등록금 때문에 고생고생하는 대학생들이 앞으로 애를 낳을 것 같은가? 동생의 등록금 때문에 술집에서 일한다는 여성이 앞으로 결혼한다고 해서 애를 더 낳을 것 같은가? 어림없는 일이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해결의 열쇠를 외면하면서 '셋째 아이 교육비'를 운운하는 것은 '쪼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교육이 정치, 경제에 종속된지 오래라고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 정책이 하나 둘씩 발표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암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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