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선수들과의 소통은 물론 현대야구와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은 송일수 감독 체제를 1년 만에 끝냈다. 송 감독은 그 흔한 인터뷰 하나 없이 홀연히 KBO리그를 떠났다. 대신 프랜차이즈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했다. 2000년대 두산이 임명한 4명의 감독 중 3번째 포수 출신 감독이다.
이용찬, 홍상삼 등 주축 투수들의 군입대 공백을 채우기 위해 오랜만에 FA 시장에서 지갑을 열었다. 투수 최대어로 꼽힌 좌완 장원준에 4년 84억 원을 베팅해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반대급부로는 두산에서만 137세이브를 올린 베테랑 불펜투수 정재훈이 롯데로 건너갔다. 좌완 정대현도 kt 특별지명 선수로 팀을 떠났다.
여전했던 니퍼트, 무난했던 마야 등 외국인 투수들과는 재계약. 대신 기대치를 밑돈 외국인 타자 칸투는 같은 우타 3루수인 잭 루츠로 교체했다.
이용찬, 홍상삼, 이원석의 입대는 손실이지만 대신 나간 선수보다 더 많은 선수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투수는 진야곱, 이현호, 조승수, 이원재가. 타자는 정진호, 유민상, 류지혁이 한꺼번에 제대해 민간인 신분이 됐다.
예상 라인업 (2014 wOBA, wRC+)
포수 – 양의지 (0.372, 105)1루수 – 김재환 (0.386, 114)2루수 – 오재원 (0.390, 117)3루수 – 루츠 (기록없음)유격수 – 김재호 (0.320, 72)좌익수 – 김현수 (0.393, 119)중견수 – 정수빈 (0.367, 102)우익수 – 민병헌 (0.399, 123)지명타자 – 홍성흔 (0,405, 127)
그러나 좋은 공격력에 비해 실제 경기에서의 득점력은 리그 6위(687득점)로 매우 저조했다. 여기에는 납득하기 힘든 작전과 창의적인 선수 기용으로 팀의 득점력을 억제한 송일수 전 감독의 지분이 상당하다. 2014년 두산의 팀 희생번트는 84개로 SK에 이은 최다 2위였다. 경기 초반인 3회 이전, 5회 이전 희생번트도 SK 다음으로 많았다. 공격력은 좋은데 투수력이 약한 팀은 경기 초반에 이런 식으로 아웃카운트를 낭비하지 않는 게 상식이다. 대량득점을 가로막던 장애물이 해체된 만큼, 올 시즌에는 좀 더 많은 득점 생산이 기대된다.
문제가 있다면, 두산의 야수 뎁스가 더 이상 예전처럼 ‘포지션당 주전 2명’이라 할 정도로 두텁지가 않다는 점이다. 2013 시즌의 경우 두산에서 wRC+ 리그 평균(100)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무려 14명에 달했다. 주전 9명을 제외해도, 리그 평균 이상의 득점생산력을 가진 타자가 5명이나 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의 야수진을 보면 예년에 비해 주전과 비주전 사이의 기량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허경민, 최주환, 박건우, 오재일 등 한때 ‘주전 같은 백업’으로 평가받던 선수들도 어느 순간부터 ‘그냥 백업’ 선수가 됐다. 과거의 두산은 주전 한 두 명이 빠져도 베스트와 거의 차이가 없는 라인업을 꾸릴 수 있는 팀이었다. 이제는 주전 한 두 명이 빠지면 라인업의 무게감이 확 떨어진다. 예전 두산이라면 이럴 때 완전히 새로운 얼굴이 퓨처스리그에서 ‘짠’하고 나타나곤 했는데, 올 시즌에는 어떨까.
이 선수를 주목하라: 두산 주전 타자들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이 보장되는, 소위 말하는 ‘에버리지’가 있는 선수들. 결국 새로운 얼굴인 루츠와 김재환의 활약이 두산 공격력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루츠는 이미 시범경기 기간 2홈런 장타율 0.778로 기대에 부응하는 파워를 보여줬다.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산 타율 0.226에 출루율이 0.351에 달할 만큼 선구안과 파워를 겸비한 타자다. 전임자인 칸투보다 공수에서 기여도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8년차 유망주’ 김재환도 올해는 1루수로 1군 주전 자리를 노린다. 2008년 데뷔한 김재환은 그 동안 뛰어난 타격 재능에도 1군 주전 포수와 1루수의 높은 벽을 좀처럼 넘지 못하다 지난 시즌부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0.868의 OPS는 팀 내 타자 중 5위, 0.176의 순장타율(ISO)은 팀 내 타자 4위에 해당하는 좋은 숫자다(50타석 이상). 좌완투수 공략이 약점이지만, 대신 우완투수를 박살내는데 탁월한 능력(2014년 우완 상대 타율 0.407 2홈런)을 보여준 만큼 플래툰으로 적절히 기용하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예상 투수진 (2014 FIP)
1선발: 니퍼트 (4.17)2선발: 장원준 (5.01)3선발: 마야 (4.66)4선발: 유희관 (5.08)5선발: 이현승 (4.22)불펜: 노경은(마무리) / 윤명준 / 김강률 / 이재우 / 오현택 / 함덕주 / 장민익 / 변진수 / 진야곱
여기서 퀴즈 하나. 2014시즌 리그에서 무실점 승리가 가장 적었던 팀은 어디일까? 금방이라도 ‘한화!’라는 대답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지만, 한화는 아니다. 정답은 두산 베어스다. 두산은 지난해 총 2번의 팀 완봉승으로 3번에 그친 한화를 제치고 이 부문 최하위를 기록했다. 작년 두산 마운드가 얼마나 총체적 난국이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시즌 내내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켜준 투수는 니퍼트와 유희관 둘뿐. 볼스테드는 키 크고 비싼 배팅볼 기계였고 5선발 자리의 주인은 시즌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로테이션에 숭숭 구멍이 뚫리다 보니,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거의 2개월간 한 번도 연승을 거두지 못하는 일도 생겼다. 변진수-홍상삼 등 젊은 불펜투수들도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로 팬들을 시무룩하게 했다.
무엇보다 결정타는 ‘토종 에이스’로 믿었던 노경은의 부진. 2012-2013 2년간 팀 내 최고 투수로 활약한 노경은은 지난 시즌 나왔다 하면 거짓말처럼 난타를 당했다. 삼진과 볼넷의 비율은 1:1에 달했고, 100이닝-100자책점이라는 보기 드문 기록까지 세웠다. 자칫하다간 1982년 삼미 김동철이 세운 규정이닝 투수 평균자책 최하기록(93이닝 7.06)까지 갈아치울 뻔했지만, 다행히 대기록 달성까지 18.1이닝을 남겨두고 시즌을 마감했다. 송일수 감독이 뒤늦게 ‘평균자책점은 숫자가 클수록 나쁜 기록’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역대 100이닝 이상 투수 중 평균자책 최하(노경은 9.03, 김혁민 7.87)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올 시즌은 다를까. 일단 선발진은 작년 대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마야는 작년 11경기에서 2승 4패를 올리는 데 그쳤지만, 세부 성적을 들여다보면 9승 1패를 거둔 SK 밴와트와 거의 동일한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다른 조건이 동일한 가운데 올 시즌 150이닝 이상을 소화할 경우, WAR 3.0승 이상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정도면 리그를 씹어 삼키는 특급 외국인 투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킹스맨(니퍼트)를 보조하는 멀린의 역할은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여기에 장원준 영입으로 두산은 창단 이래 처음으로 두 명의 좌완 선발 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장원준은 2011년(WAR 4.00)을 제외하면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낸 적은 없지만, 매년 꾸준히 25경기 이상-150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준수한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평균자책점(4.59)과 승패 기록 때문에 예년보다 부진했던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타고투저 현상으로 인한 착시효과. 세부지표상으로는 볼넷%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치가 입대 전 기록한 평균치와 비슷했다. 부상만 없다면 올해도 WAR 2.0승 이상은 기본적으로 찍어줄 것이다. 이는 우리가 유희관에게 기대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던 불펜도 장민익-함덕주의 성장과 군제대 투수들의 합류로 훨씬 두터워졌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두산 불펜 투수들은 경쟁하듯 모두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우완인 윤명준과 김강률, 좌완인 함덕주와 장민익, 사이드암 변진수와 오현택까지 우완-좌완-사이드암의 구색이 갖춰졌다. 제대한 이현호와 진야곱까지 더하면 1군에서 기용할 수 있는 좌완 불펜투수만 4명. 항상 좌투수 기근에 시달리던 두산이 올해는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좌투수 풍년을 경험하게 됐다.
여러 가지 플러스 요인을 감안하면, 두산 마운드가 지난해보다 크게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걸리는 게 있다면 두산 야수진의 수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 늘 리그 상위권이던 범타처리율이 작년 6위(0.651)로 떨어진데 이어, 시범경기에서는 kt보다도 떨어지는 10위(0.664)에 그쳤다. 시범경기 기록이 시즌 때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계속되는 하향곡선이 불안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넓은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두산은 투수진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야수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발생한 이현승과 노경은의 부상 소식도 아쉬운 부분이다. 당초 5선발 기용이 유력하던 이현승의 부상으로 두산의 5선발은 올해도 주인 없이 시작한다.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한 노경은도 부상으로 4월까지는 출전이 힘들 전망. 마무리투수는 노경은에게도, 시즌 초반 임시로 9회를 책임질 윤명준-김강률에게도 처음 경험하는 생소한 보직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의 말대로 4월 한 달이 두산에게 아주 중요해졌다.
2015 전망: 2000년대 이후 두산은 상위권의 단골 후보였다. 젊고 재능 넘치는 야수들, 2개 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두터운 선수층은 선수난에 시달리는 다른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기 충분했다. 워낙 자원이 풍족하다 보니 이종욱-손시헌-최준석을 한꺼번에 내보내고 윤석민을 장민석과 바꾸는 ‘KBO 역사상 최악의 트레이드 Top 10’급 선택을 하고서도 2014년 여전히 팀 공격력이 상위권을 유지했을 정도.
하지만 이렇게 좋은 선수진에 비하면, 최근 4년간 두산이 거둔 팀 성적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1999~2003년 5년간 0.523, 2004년~2010년 6년간 0.550에 달했던 승률이 최근 4년 동안은 0.505로 간신히 반타작을 하는 수준에 그쳤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주전들도 나이를 먹어가고, 아무리 써도 새로 솟아난다던 화수분도 이제는 조금씩 말라가는 조짐이 보인다. ‘고’를 외칠 수 있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 그런 면에서 장원준을 영입한 두산의 베팅은, 핵심 야수들이 남아있는 동안 다시 한 번 승부를 걸겠다는 선전포고처럼 보인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타선은 여전히 살아있고, 선발진과 불펜도 리그 상위권을 다툴 수 있는 선수 구성을 갖췄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벤치의 역량, 선수들과 소통 문제도 사령탑이 교체된 만큼 나아질 게 분명하다. 관건은 더 이상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 특히 타선에는 여기저기 부상을 달고 사는 선수들이 많아서 144경기를 건강하게 치르는 게 최우선 과제다. 두산으로서는 시즌 전에 발생한 노경은-이현승의 부상이 ‘액땜’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예상 순위: 4-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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