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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가' 그레인키가 그랜달을 칭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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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가' 그레인키가 그랜달을 칭찬한 이유 [베이스볼 Lab.] 실책으로 숨겨진 그랜달의 가치
LA 다저스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차전에 선발 포수로 출장해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이날 다저스는 경기 후반 수비실책과 구원 투수진의 방화로 파드리스에게 4점 차로 패했다.
사실 그랜달은 기대를 모았던 포구에서도 시범경기 때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무릎 수술을 받은 후유증이다. 2013년 받은 무릎 수술은 홈 플레이트 뒤에서의 기동력을 앗아갔다. 풋워크가 느려진 그랜달은 시범경기부터 패스드볼(포일)을 몇 차례나 기록했었다.
그 절정은 3월 18일에 있었던 류현진과 첫 호흡을 맞춘 경기였다. 몇 번이나 위태위태한 포구를 보였던 그랜달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그나마도 정확하지 않았던 2루 송구를 하는 바람에 경기를 망쳤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호흡을 맞춘 잭 그레인키의 생각은 달랐다. 그레인키는 8일 등판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알려졌던 것보다 공을 잘 받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였다"라고 말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레인키는 독설가로 유명하다. 립서비스로 이런 극찬을 할 선수가 아니다. <브룩스 베이스볼>의 자료에 따르면 이날 그랜달은 그레인키가 던진 공 중에서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난 공 3개를 스트라이크로 만들어냈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갔는데 볼이 된 공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레인키의 입장에선 지난해 경기 당 1.41개의 스트라이크를 볼로 둔갑시켰던 엘리스와 비교했을 때, 3개의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들어준 그랜달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AP=연합뉴스
그러나 TV나 컴퓨터를 통해 시청하는 입장에서 포수의 프레이밍(잡은 공을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을 알아채는 것은 쉽지 않다. 반면, 공을 뒤로 빠뜨린다던가 도루를 허용하는 것은 시청자와 관중들도 쉽게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선수와 팬들의 시각차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팬들의 눈에는 2014시즌 12개의 포일을 기록했던 그랜달의 수비가 2014시즌 단 2개의 포일을 기록했던 엘리스의 수비보다 안 좋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수비 지표를 통한 분석 결과는 팬들의 '느낌'과는 다르다.
엘리스와 그랜달의 수비지표

rSB: 엘리스 -2.0, 그랜달 -4.0
RPP: 엘리스 -1.1, 그랜달 -2.5
RPF: 엘리스 -6.9, 그랜달 17.8
dWAR: 엘리스 -1.1, 그랜달 1.2

미국의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의 자료에 따르면 야스마니 그랜달은 지난해 607.2이닝 동안 포수로 나서 rSB(도루 허용/실패를 통한 득실) -4를 기록했다. 또한 RPP(블로킹으로 인한 득실)에서 -2.4를 기록했다. 이는 773.2이닝 동안 rSB -2, RPP -1.1을 기록한 A.J. 엘리스에 비해 3.3이 낮은 수치다. 즉, 그랜달은 도루 허용과 블로킹 실패로 인해 엘리스와 비교해 3.3점 팀에 손해를 끼쳤다.
이제 프레이밍을 살펴볼 차례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자료에 따르면 그랜달은 지난해 1624.9개의 스트라이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120.1개의 스트라이크를 프레이밍을 통해 추가로 만들어냈다. 반면 엘리스는 2045.5개의 스트라이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제로는 1999개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데 그쳤고 이는 46.5개의 스트라이크를 볼로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통계 전문가 필 빔바움에 따르면 포수가 프레이밍으로 스트라이크를 추가했을 때 얻는 득점가치는 하나 당 0.1389점이다. 스트라이크 하나 당 기대득점이 0.0829점 낮아지고, 볼 하나 당 기대득점이 0.0560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수치를 믿는다면, 그랜달은 엘리스와 비교해 24.7점만큼 팀에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두 수치를 더하면 다저스의 주전 포수가 그랜달로 바뀌었을 때 21.4점 이득을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시즌 1승에 해당하는 득점(R/W)이 9.117점이므로, 21.4점은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2.3에 해당한다. 즉, 2014시즌 다저스의 주전 포수가 그랜달이었다면 다저스는 그랜달의 수비만으로도 2.3승을 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방망이를 더하면 둘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2014시즌 wRAA -10.8을 기록한 엘리스에서 wRAA 4.9를 기록한 그랜달로의 변화는 다저스에게 15.7점의 이득을 주게 되는데 이는 WAR 1.7에 해당한다. 여기에 수비로 인한 WAR 2.3을 더하면 다저스는 4승을 더 기록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레인키가 한 경기만으로 그랜달이 다저스에게 4승을 추가로 안겨줄 포수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되겠지만(물론 통계지표에 관심이 많은 그레인키라면 직접 계산해봤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그레인키는 팬들과는 달리 그랜달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그랜달이 공을 잘 받기 때문이다. 포수의 가장 큰 임무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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