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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대패, 해군 기강 문란이 진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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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해교전 대패, 해군 기강 문란이 진짜 원인이다" [박인규의 Inter-View]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1>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3월 25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 천안함을 타격한 후 북한으로 복귀했는데 (해군이) 이것을 제대로 탐지해내지 못했다"면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새누리당이 북한의 공격을 막지 못한 '안보 무능' 정당임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천안함 사건을 두고 야당 대표가 이처럼 단정적인 발언을 한 것은 결국 그에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은 천안함 국면을 넘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안보에 대한 확고한 철학 없이 따라가기만 하는 전략은 다른 안보 의제가 등장했을 때 또 다시 보수 '흉내내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자신의 언어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대표의 안보 행보는 보수층의 언어를 그대로 빌려서 이야기하는 흉내 내기로 가고 있다"며 여기에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탈하고, 그렇게 되면 새정치연합은 강경파 의원들이 있는 소위 '종북 숙주 정당'의 이미지를 뒤집어 쓰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나름의 안보 비전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재의 야당은 그럴만한 실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 김 편집장의 분석이다. 그는 심지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NLL 논쟁을 먼저 꺼낸 것은 문재인 후보였다면서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야당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또 지난 2002년 우리 측 해군 대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교전에 대해 보수층이 '햇볕정책이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그 책임을 김대중 대통령에 전가하는 데도 야당은 아무런 방어를 하지 않았다. 김 편집장은 "해군의 기강 해이로 일어난 사건이 당시 정권 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바꿔치기를 당했다"면서 사건 당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야당 인사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야당이 해야 될 일은 국가의 외교안보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진단하면서, 미래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고의 전략가들을 결집하여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며 "그때그때 안보 현안에 끌려다니면 2012년 대통령선거가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9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편집국에서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천안함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야당의 안보 정책과 지향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전반적으로 야당의 안보정책을 진단해 본다면?

김종대 : 안보 담론에 대한 야당의 대처 방식과 인식, 행동을 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에서 실패한 이후 안보 정책에 대한 트라우마가 차곡차곡 쌓여 왔는데, 그걸 벗어나려는 욕망이 안보에 대한 지향으로 표출된 것 같다.

그동안 천안함에 대한 야당의 정리된 입장은 '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정부 발표를 존중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게 가장 합리적인 답변이기도 하고, 실제로 제가 권유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여기에 현재 야당에서는 당 대표의 안보 행보, 안보 연구소 및 특위 조직 창설 등이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로 예비역 장성들과 안보 전문가가 영입되고 있다. 안보 정당의 이미지를 보이면서 자신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외부 공격을 차단하면서 경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물론 지금까지 야당 형편을 생각해 보면 이런 행동이 이해는 된다. 얼마나 지긋지긋했겠나. 제가 야당 지도부를 만날 때마다 들은 질문이 "천안함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야당 정치인 거의 대부분이 천안함 때문에 공격받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제적으로 보수와 동일한 목소리를 낸 것인데, 문제는 이것이 보수 안보의 프레임을 그대로 수용하는 답습이 된 것이다.

이것이 천안함이라는 한 가지 의제를 돌파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다른 의제가 또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년 총선 이전에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가 구체화 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이 제주 해군기지로 야당을 밀어붙인 것처럼 사드를 통해 야당을 무책임한 세력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가 나오지 않겠는가. 얼마 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 대표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야당"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관심이 있는가"라고 거꾸로 야당에 질문을 했다. 이건 뭘 말하나? 사드가 제2의 강정마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TV 조선>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출현했는데 진행자가 "사드 배치에 찬성하냐?" 묻고 심 대표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배치되지도 않을 사드 갖고 벌써 편 가르기가 나오고 야당은 말려들고 있지 않나? 그러면 그때 가서 야당은 또 종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드 배치에 찬성하고 나올 것인가?

참으로 답답한 것은 지금 야당의 준비 정도와 실력을 봤을 때 <조선일보>와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가 짜놓은 프레임에 말려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안보 문제가 불거지면 야권 내부에서 분열이 생긴다. 분명히 야당 강경파들은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고, 이러다 보면 보수 세력은 강경파 의원들이 있는 소위 '종북 숙주 정당'의 이미지를 새정치연합에 뒤집어 씌울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언어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대표의 안보 행보는 보수층의 언어를 그대로 빌려서 이야기하는 흉내 내기로 가고 있다. 여기서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탈한다. 또 다른 의제가 야권 전체의 목을 조를 것이다.

프레시안 : 문 대표의 천안함 발언이 나왔을 때 이런 행태가 여당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많이 나왔다. 이후 상황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김종대 : 말려든다는 프레임이 가만히 생각해보면 바로 역할 변경에 있다. 안보가 무너지고 국민이 불안한 실패한 안보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해야 할 당사자는 사실 정부 여당이다. 그런데 실패한 안보의 책임을 정부 여당에 야당에게 추궁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야당에 질문하고 야당은 답변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지금의 안보 논리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원래 야당이 안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가장 정상적 현상인데 거꾸로 된 것이다. 천안함, 제주 해군기지, 사드 배치 등이 바로 그렇지 않나? 이것이 정부 여당이 선호하는 프레임이다.

사드 배치 논란에서 새정치연합은 한 번도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정작 입장을 밝힌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요청도, 협의도 없었고 할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또 전임 이명박 정부 때는 천영우 당시 외교안보수석은 미국 MD에 우리가 왜 참여하느냐고 했었다. 그렇다면 사드를 반대하는 쪽에 가까운 것은 야당보다는 박근혜 대통령, 또는 전임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질문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잘못된 거다. 책임을 져야 할 세력이 질문을 받지 않으니까 안보에 무능력하고 무책임해진다.

왜 이렇게 되었나? 야당이 자신의 언어로 정부 여당에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이 집요하게 묻고 추궁하면서 물고 늘어지지 못하니까 이제는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이제는 야당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게 바로 강정마을의 교훈이다. 사드 배치? 그것이 유승민 대표의 개인 의견인가, 정부의 입장인가, 왜 추궁하지 못할까? 게다가 정부 여당이 그동안 안보에서 실패한 그 무수한 사례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추궁했더라면 야당의 위신은 얼마든지 설 수 있었다. 보수정권의 전략적 실패와 방산비리와 같은 부패사건까지 안보를 무너뜨린 건 보수정권인데, 이걸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못한다. 그러니 야당 책임만 남은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25일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 2사단 제3165부대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이건 안보 분야에서 추궁하는 검사가 여당, 답변하는 피의자가 야당으로 관계가 설정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까 안보에 대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정부 여당은 면책되고 야당은 자기의 입장을 검증받아야 할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의 효과다. 한 번 말려들면 무서워서 감히 말을 하지 못하는 그런 트라우마, 여기서 야당은 일종의 정신적 장애가 있다고 해야 한다. 엄한 아버지 앞에서는 말을 못하는 청소년과 같이 자기 언어로 표현을 하지 못하는 정신적 장애다. 사도 세자가 영조 임금 앞에선 오금이 저리다가 말 한마디 못하고 결국 뒤주에서 죽었다. 그렇게 야당은 안보세력 앞에서, 군복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뒤주에 들어가는 사도 세자와 꼭 닮은 것이다. 이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장수가 다 망쳤다? 팩트 몰랐던 문재인 후보

프레시안 :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야당에게는 외교안보정책이 중요한 자산인데 별로 공부도 안하고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지난 대선 당시 NLL 문제가 논쟁이 됐을 때 야당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하셨는데?

김종대 : 우선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3가지를 몰랐다. 남북정상회담 대화 내용, 대화록 작성 경위, 대화록의 소재 모두 알지 못했다. 그러는 와중에 캠프 내 일각의 분위기는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서해평화협력지대와 NLL 등 우리의 요구를 다 들어줬다는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중에 대화록이 공개되고 나니 이는 사실과 차이가 있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NLL 이야기를 들고 나오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NLL을 평화와 경제 지도로 덮자는 전략을 들고나온 것이었다. NLL에 대한 일종의 우회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마치 북한이 우리가 설정한 NLL을 인정한 것이라는 오인 내지 기대,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NLL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과 뜻을 같이 했으니 사실 관계도 밝혀지리라는 기대가 퍼졌다. 하지만 공개된 대화록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때도 NLL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었고 정상회담 이후 11월에 열린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때도 21개 항에 합의문을 내 왔지만 서해 문제는 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서해 문제는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된 것인데, 이 점을 인정하면서 서해평화협력지대라는 우회로의 실효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여기에 분명 문재인 후보의 불명확한 인식이 있었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2007년 8월 통일부-국방부-청와대가 모여서 NLL에 대한 최종적 입장을 정했다. 그런데 이날 하필이면 김장수 장관이 눈병이 났다. 그래서 김관진 합참의장이 대신 참석했다. 회의 이후 김 의장은 돌아와서 김장수 장관에게 NLL 수호에 대한 대통령 지침이 정해졌으며 군이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이렇게 입장이 정해졌는데 이 회의를 마치고 되돌아 온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국방부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면서 홍익표 정책보좌관과 당시 평화체제팀장을 시켜 국정브리핑에 NLL에 대해 협상할 수 없다는 것은 단견이라는 글을 기고하게끔 했다. 이 글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통일부와 국방부 간 싸움이 붙었다.

중요한 것은 통일부가 여기에 반발하긴 했지만 NLL 문제와 관련해 주도권은 이미 국방부로 넘어간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남북이 합의했던 서해평화협력지대와 주요 갈등 사안인 NLL 문제는 이후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 맡기자는 지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11월에 열린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로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됐다.

당시 열린 회담의 수석대표는 김장수 국방부 장관, 그리고 실무 책임자는 정승조였으며, 합참의장은 김관진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박근혜 정부 들어 국방 분야의 주요 직위를 맡았다. 김장수는 국가안보실장, 김관진은 국방부 장관, 정승조는 합참의장이 돼 있었다. 남북 국방장관 회담의 핵심 멤버가 박근혜 정부에 모두 입각해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가 NLL을 포기했다고 단 한 번도 밝힌 적 없다. 실제 포기하지도 않았고 만약 포기했다는 누명을 쓰면 본인들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NLL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2007년에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실현될 수 없었던 거다. 그런데 2년 전인가. 정승조 합참의장 시절에 합참의 간부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에 대한 인식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군의 입장이 정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그런데 문 후보가 엉뚱한 발언을 했다. 대선이 있던 2012년, 10.4 남북공동성명 5주년 기념식에서 문정인 교수와 대담을 하는 과정에서 문 후보는 당시 국방부 장관인 김장수 장관이 경직된 태도를 보여서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다 깨뜨리고 내려왔다고 이야기했다.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김장수 장관은 앞서 밝혔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대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실제 노 대통령은 국방장관회담을 가기 전 찾아온 김장수 장관에게 "국방장관의 뜻대로 하라"고 했다. 이후 김장수 장관도 본인이 노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NLL을 지켰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장관급 회담 당시 거론됐던 NLL 문제에 대해 문 후보가 팩트 자체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 기화점으로 해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10월 9일 노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4일 문 후보의 발언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새누리당은 "김장수 장관은 NLL을 지키려고 했다는데, 그랬던 김장수 장관이 일을 모두 망친 것이라면, 그렇다면 저 사람들은 NLL을 포기하려고 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결국 NLL 포기론으로 문 후보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이게 새누리당이 NLL 문제를 제기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다. 물론 그 의도는 나쁘다. 멀쩡한 NLL을 정치 쟁점화한 것 자체가 불순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 쪽에서 그럴 빌미를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때만 해도 박근혜 후보가 이 문제를 꺼내지 말자고 했다. 북풍이 불면 역풍이 분다는, 2010년 6.2 지방선거의 학습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새누리당의 소장파 의원들도 지금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북한 문제로 걸고 넘어지느냐는 입장을 보였고. 그래서 NLL 문제가 다시 나온다고 해도 이게 대선 쟁점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도 노 대통령의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과 같은 것이었다. 여야가 같은 선거 공약을 냈다.

그런데 제가 유심히 본 것은 그해 10월경에 육군 3군사령관 출신인 이 모 예비역 대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는 소식이었다. 이건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이었다. NLL 문제가 남북 간 제일 첨예한 대립으로 불거졌던 때는 2007년 5, 6, 7차 남북 장성급 회담이다. 이때 회담과 연관돼있었고, 당시 이 회담들은 남북한의 NLL에 대한 이견 때문에 제대로 된 합의를 내지 못했다. 만일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다면 그들에게 사활적인 이익이 걸린 NLL에 대해 합의가 나오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 그건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나 다를까, 11월부터 새누리당은 NLL에 대한 총공세에 돌입했다. 박근혜 후보는 TV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직접 이 문제를 따져 물었고, 새누리당 안보세력이 총동원되었으며 극우 논객들이 이 문제를 일제히 들고 나왔다. NLL을 둘러싸고 상황이 이렇게 전개됐다는 것을 당시 정부 인사들이 뻔히 아는데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착각했다.

프레시안 : 그럼 당시라도 이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 나서서 수습을 해야 했던 것 아닌가?

김종대 : 문 캠프의 사실관계 파악과 대응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문 후보 본인은 NLL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150번 정도 했다. 하지만 이미 NLL은 대선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돼 있었고, NLL 포기냐 아니냐는 논쟁이 붙기 시작했다.

당시 캠프의 중요한 인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이 남북정상회담, 청와대 모두 있어봐서 아는데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NLL을 다 인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북한에 대한 감상적 낭만주의, 희망적 사고에 젖어있다 보니 팩트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왼쪽 세번째)과 고 김정일(오른쪽) 전 국방위원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가장 어이가 없는 건 10년간 집권한 정당이 오히려 정보가 없고 당시 야당이었던 새누리당이 더 정확히 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문 캠프는 해명하기 바쁘고 우물쭈물거렸다. 그러다 보니 뭔가 숨기는 것 아니냐, 이상하다는 식의 여론이 형성됐다. 의제 관리에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만약 DJ 였다면 후보 입을 통해 그런 식의 엄청난 발언들이 나오기 직전에 반드시 크로스 체킹을 했을 것이다. 정보를 취사선택하려면 관점과 생각이 다른 보고서를 여기저기서 많이 올려보라고 해서 리더가 공통되는 부분을 찾고 비교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 캠프에서는 한 명이 가서 소설을 써버리면 나머지 전체가 다 바보가 되는 형국이었다. 대선 끝나고 당시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과 대북관계를 좀 알만한 의원, 국정원 간부 등에 물어보니 정확히 팩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보고해봤자 중간에서 끊기거나 엉뚱한 사람이 소설을 써버리니까 팩트를 교정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스스로 버린 햇볕정책, 누가 대신 지켜주길 바라나

프레시안 : 지금도 이 부분에 대한 사후 점검은 없는 것인가?

김종대 : 그렇다. 야당의 가장 큰 문제가 대선이 끝나고 나서도 자기들이 뭘 몰랐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데 있다. 민주당에 안보 전문가가 없었을까? 새누리당에도 없는, 연평해전 당시 무공훈장을 받은 사람이 2명이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NLL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을 때 "NLL 내가 지켰다. 앞으로 문 후보와 지키겠다"라고 기자회견 한 번 하는 걸 보지 못했다. 사람은 많은데 기민하고 체계적으로 문제를 관리하는 조직력을 이상하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NLL 문제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극우 논객들을 단 한 명도 고소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나중에 TV토론 때 새누리당에서 질문이 나오더라. 당신들 극우 논객이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고 하는데, 왜 고소하지 않느냐고. 이건 정말 치욕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에 노무현은 전자개표기로 대통령을 도적질한 사람이고 김대중은 민족반역자라고 명기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이런 허위사실을 야당은 고발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극우 논객이 허위사실을 말해도 야당은 정당한 법적 대응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당시 문 캠프는 거의 무장 해제 상태였다.

여태까지 뭘 실수했는지도 모르겠고, 사실 관계도 헷갈렸던 당시 캠프의 관성이 대선 이후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동안 전시작전권, 윤 일병 사망,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 등 대형 안보 이슈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당론을 낸 적이 없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만 해도 그렇다. 입장이 없다. 그냥 퉁 치고 지나가자, 모르겠다, 떠들면 불리하다 등등의 기류만 있다. 당 내에 북한 전문가와 안보 전문가가 그렇게 많은데도 사건 터져도 회의 한 번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MB 회고록,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 다 나와 있는데 완전 허위와 기만의 기록물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야당이 이런 문제에 대해 당내 외교안보전문가들끼리 단 한 번도 대책회의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이명박은 자신이 망친 안보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얼마나 행복한 대통령인가?

새정치연합은 외교 안보 관련 내부 소통체계가 완전히 붕괴된 정당이다. 일할 만한 능력이 있는 정치인은 일을 못하게 다 묶어놓았다. 예를 들면 통일부 정책보좌관을 지냈던 홍익표 의원은 '귀태' 발언으로 2년째 대정부질문을 못하고 있다. 또 야당에 예비역 장성과 해군 참모총장이 와있으면 이들을 써먹어야 하는데 다 남의 일이 돼버렸다. 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고질적으로 당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2002년 서해교전 때 햇볕정책 때문에 장병들이 죽었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매년 6월만 되면 이런 식의 담론을 계속 꺼내고 있다. 오죽하면 2함대 소속 병사들까지도 야당이 집권하면 자기들은 다 죽은 목숨이라고 알고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면 야당에서는 이 문제를 설명할 전문성이 없었을까? 교전 당일인 2002년 6월 29일, 그날은 청와대 점심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 박지원 비서실장 이하 전 직원 점심 식사 자리였다. 그날 오전 합참에 처음 올라온 보고 내용은 '적함이 불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측 피해는 보고가 안되니까 승전할 줄 알고 합참은 박수 치고 다 밥먹으러 가버렸다. 그런데 청와대에 있는 몇몇 장교들이 조사를 해보니 사건 발생 이후 2시간도 더 지나서 아군의 피해가 있다는 것이 파악됐다. 이건 김대중 정부의 치명적인 위기관리 실패였다.

그런데 정부가 서해에 일부러 우리 병사들 죽으라고 내몰았겠나? 군에는 교전 수칙과 작전 계획이 있다. 또 우수한 함정과 자동화된 사격 장비도 있다. 이렇게 깨질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이 사건이 벌어진 이유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때문이 아닌 해군의 기강 문란 때문이었다.

당시 아군 고속정 2척은 적이 자신들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시속 6노트로 기동하고 있었다. 적과 대치하면 시속 30노트에 육박하는 돌격 기동을 해야 한다. 그러다가 불과 150미터 거리에서 함정이 적이 쏜 포에 명중되고 승조원 28명 중에 6명 사망자를 포함,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배는 가라앉았다. 이 사실이 보고가 안 된 것이다.

이후 청와대 국정상황실을 통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해군의 작전 기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다 드러났다. 당시 합참의 작전본부장이 훗날 MB 정권에서 장관이 된 이상희,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남재준이었다. 이들은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한 국정상황실 장교에게 "해군이 까불다가 다친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상황이 자세히 드러난 보고서는 이후 국정상황실장에게 전달됐다. 당시 국정상황실장은 새정치연합 전병헌 의원이었다. 그리고 그 보고서는 박지원 당시 비서실장에게 갔다. 보고서에는 해군의 실수가 기록돼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해군 출신들이 당시 정권이 자신들을 죽였다는 식으로 황당하게 사실을 바꿔치기 해버린 것이다.

당시 이 보고서를 받았던 박지원, 전병헌 의원은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이에 대한 방어나 해명을 한 적이 없다. 지금도 남의 일이다. 진실을 몰라서 당한 것도 아니고, 다들 방관자가 된 것이다. DJ는 서해 교전이라는 안보 실패를 만든 정권, 심지어 반역자 정권이 되도록 그들 스스로 방조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대선 때 야당이 NLL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상대에게 빌미를 준 것도 일견 납득이 간다. 서해교전부터 지금까지 팩트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해명도, 방어도 하지 않은 채 싸움을 포기하고 투항해버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길 수 있는 싸움도 피하다가 진다는 점이다. 정당하게 자신의 가치와 이익을 주장해야 하는데 야당은 안보문제만 나오면 스스로 투항해 왔다.

역사의 진실에 등을 돌린 것은 민주당-새정치연합 자신들이다. 햇볕 정책을 스스로 짓밟은 것 역시 민주당이었다. 자기 스스로가 지키지 않는 가치를 남이 지켜주길 바라고, 이걸 국민보고 지지해달라고 하니 이게 말이 되나? 결국 이 당은 적어도 외교 안보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는 당이기 때문에 누구도 이 문제에 나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프레시안 : 대선 당시 NLL 문제와 관련, 문 후보가 남북정상회담 대화 내용도 몰랐고 협상 과정도 몰랐던 것은 캠프 내에 전문가가 없었다기 보다는 이 논쟁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가 없었다는 것 아닌가?

김종대 : 한 번도 TF 같은 것을 만들어서 새누리당의 의도와 방향을 분석해본 적이 없다. 경험자들의 팩트를 누군가가 정리해 준 적이 없다.

사실 문 후보한테 이 책임을 다 물을 수도 없는 것이 그는 2007년 정상회담에 들어가질 않았다. 막상 정상회담에 들어간 것은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 대화록 작성은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 대화록이 어디 있는지 밝혀내야 하는 사람은 대통령 기록관장, 홍보수석 등 기록물 책임자들이다. 이런 책임자들과 더불어 팩트를 잘 알고 있는 서훈 국정원 3차장도 당시 대선 캠프에 있었다. 팩트를 아는 사람은 넘쳐났다. 단지 문 후보에게까지 팩트가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프레시안 : 팩트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도 지키지 못하면서, 단순히 안보적인 측면에서 여당과 비슷해지려는 생각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김종대 : 진실규명과 그걸 통한 학습 과정을 건너 뛰고 보수층 흉내내기로 그냥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캠프 당시에는 자리싸움은 아주 치열했다. 누가 외교 안보를 주도하느냐, 자문단은 누가 이끄느냐, 차기 정권에서 청와대 수석은 누구고, 장관은 누가 가느냐 등등 경쟁과 다툼이 심했고, 목소리 큰 특정한 사람들이 주도했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토의하고 협의하는 문화가 아니었다. 좋은 정보를 나 혼자 독점해서 후보한테 줘야 그걸로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정보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후보에게 올라오는 정보를 정리하는 역할이 있었어야 됐는데 모두 자기가 정리하겠다고 하니까 협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안보조직은 차고 넘을 만큼 많았는데 전부 관리가 안 되는 경쟁체제에 놓인 것이다. 목소리 큰 개인에 의해 다 뒤집히는 구조였다.

햇볕정책이나 빌리 블란트의 긴장 완화 정책을 보면 지도자가 장기적인 일관성을 갖고 불굴의 신념과 용기를 발휘하는 주도세력이라는 것이 있을 때 그 정책도 역사 속에서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새정치연합에는 그게 없다. 그래서 기존에 자신들이 고수했던 핵심 가치를 저버리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도 이상해 보이지가 않는 것이다.

변화된 남북관계 읽지 못하면 야당에 미래 없다

프레시안 : 그런데 지금 야당에는 김대중-노무현이 추구했던 노선을 안아갈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김종대 : 그렇기도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와 지금의 남북 상황이 달라진 측면도 있다. 일례로 서해 같은 경우는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서해에 저렇게 많은 공격무기가 들어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지금은 서해 NLL을 중심으로 무기가 매우 많이 들어갔고 분쟁 잠재 요인들이 전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제 분쟁이 구조로서 정착돼있다. 이런 와중에 서해가 남북 간 정치적 급소가 됐는데, 과거 서해 평화협력지대라는 도그마를 지금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사드와 노동 미사일이 오르내리는 것도 남북 간 군비 경쟁의 단계가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이다. 우선 현재 이 상황에서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서해 NLL과 관련된 입장을 그대로 고수할 것인지, 수정할 것인지 아니면 더 나은 대안을 가져갈 것인지 고려해봐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성찰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해평화협력지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하면 진보 진영의 적이 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북한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백령도, 연평도에 공격 무기가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자신의 심장부 코앞에 공격 무기가 겨누고 있고 서해의 북한 항구는 사실상 NLL로 봉쇄되어 있는데 숨이 막혀 어떻게 사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G20 정상회의나 인천 아시안게임이 벌어질 때 서해가 얼마나 신경이 쓰였나? 이젠 서해의 안보로 인한 국가의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남북관계가 조금만 틀어져도 서해부터 신경이 쓰인다. 이렇고 어떻게 서해안 시대를 말할 수 있겠나? 지금 서해는 과거와 같은 꽃게잡이의 문제를 이미 초월했다. 완전히 새로 검토해야 한다.

서해 평화협력지대나 NLL 문제도 신중하게 재검토할 때까지는 이걸 너무 도그마로, 야당이 스스로를 잡아두는 의제로 유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도그마적인 조짐이 보이면 제2의 강정마을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거듭 야당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보수안보세력 흉내를 내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는 점이다. 지금 야당이 해야 될 일은 국가의 외교안보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진단하면서, 미래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고의 전략가들을 결집하여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대국적(大局的)관점에서 국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역량을 준비해야지, 그때그때 안보 현안에 끌려다니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2012년 대통령선거의 재현이 될 것이다.

*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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