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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안영명은 정말 새로운 투수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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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안영명은 정말 새로운 투수가 되었나? 4월의 깜짝 스타, 하지만 봄날은 간다

2015시즌 초반 KBO리그에서 가장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 하나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한화 이글스의 안영명을 첫 번째로 지목할 것이다. 안영명은 4일 현재까지 4승 무패로 다승 부문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선발로 전향한 최근 4경기에서 내리 승리를 거두며 단숨에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물론 이제 대부분의 야구 팬은 승-패가 투수의 능력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안영명은 평균자책점도 1.69를 기록하고 있기에, 단순히 타선의 지원을 받아 승을 챙긴 선수라고 볼 수도 없다. 선발투수가 아닌 중간계투 보직으로 시즌을 시작했기에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지금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한 채로 규정이닝을 채운다면 양현종(2.31)을 제치고 여유 있게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게 된다.

한화의 초반 상승세와 맞물려 안영명의 대활약은 오랫동안 야구로 고통 받던 한화 팬들의 마음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커뮤니티와 SNS에는 연일 안영명이 새로운 투수로 진화했다는 팬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정말 그럴까. 2014년까지 통산 평균자책 4.67에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은 -1을 기록하던 안영명이 올 시즌 완전히 새로운 투수로 진화한 것일까? 한화 팬들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정말 안영명이 환골탈태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 평균자책점이 지난해 4.52에서 1.69로 크게 좋아진 선수를 두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일까? 평균자책점은 크게 낮아졌지만 안영명의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은 작년의 4.76과 크게 다르지 않은 4.5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안영명이 정말로 다른 투수가 되었다면 ERA보다 훨씬 더 투수의 고유 능력을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FIP 수치도 함께 좋아졌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안영명의 FIP과 ERA의 큰 격차를 만들었을까? 여기에는 비정상적인 BABIP(페어 지역으로 인플레이 된 공이 안타가 될 확률)이 큰 기여를 했다. 작년 안영명의 BABIP 수치는 .334였지만 올해는 .197를 기록하고 있다. 1999년 미국 시카고 로펌에서 일하던 보로스 매크라켄이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는 인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것을 통제하는 능력의 차이가 거의 없다’라는 명제와 함께 제시한 BABIP는 메이저리그 뿐 아니라 KBO 리그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실제 리그를 대표하던 한화 출신 슈퍼에이스인 류현진마저도 통산 BABIP 수치는 0.300으로 리그 평균과 별 차이가 없었다.

물론 BABIP에 투수의 능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작년보다는 나아진 한화의 수비수 덕을 봤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KBO 리그 역사상, 선동열-최동원-박철순이 뛰던 시대를 포함하더라도 20회 이상 선발등판 하면서 1할대의 BABIP를 시즌 끝까지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즉 안영명의 .197이라는 BABIP는 적은 샘플사이즈에서 일시적으로 나올 수 있는 현상이며, 표본이 쌓일 수록 작년 수치에 가깝게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안영명의 2014년까지 통산 BABIP는 0.293으로 오히려 리그 평균보다 낮은 편에 속했다.

안영명의 제구력이 정교해졌기에 범타를 유도할 확률이 늘어났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제구력은 정확한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은 아니지만, 볼넷과 몸에 맞는 볼 수치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다. 안영명의 9이닝당 평균 4사구 수치는 작년의 4.5개에서 올해는 8.1개로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상승했다. 9이닝당 4사구 수치가 저만큼 상승했는데 ‘제구력이 오히려 좋아졌다’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닝당 거의 한 개 꼴로 볼넷이나 몸 맞는 공을 내주는 선수가 ‘제구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그 전에는 스트라이크를 아예 던질 줄 모르는 수준의 선수였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 때 2000~3000개의 공을 던졌기에 제구력이 잡혔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역시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단순히 공을 많이 던진다고 제구력이 잡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제구력이 잡힌다 쳐도 3000개를 던진 결과가 지금의 볼넷 비율이라면 5000개는 더 던져야 할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지난해도 있었다. 안영명의 팀 동료 유창식도 지난 시즌 3~4월 동안 엄청난 활약을 했다. 5경기에 선발로 나와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하며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팬들은 마침내 유창식의 잠재력이 폭발했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당시 유창식과 올해의 안영명은 많은 공통점이 있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BABIP로 인해 수비무관 평균자책점과 실제 평균자책점의 괴리가 크게 났다는 점과, 엄청나게 많은 4사구를 내주면서 4사구 대비 삼진 비율은 도저히 수준급의 투수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유창식은 봄날의 운이 시즌 내내 지속되지 못했고 4.14의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따지면 이전보다 좋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FIP는 5.36으로 데뷔 이래 가장 나쁜 수치를 보였다. 올해의 안영명도 아마 작년 유창식의 길을 그대로 밟게 될 확률이 매우 커 보인다. 물론 시즌 내내 운이 따르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이는 실력이 아닌 확률의 문제다.

매년 4월의 깜짝 스타는 나오기 마련이다. 팬들은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고 생각하지만 봄날의 대활약은 대부분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마찬가지로 올라갈 선수는 올라가고 내려갈 선수는 내려간다. 누구에게나 짧은 기간 동안, 적은 샘플사이즈 안에서는 운이 따라줄 수 있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144경기에 걸쳐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4월까지의 활약으로 안영명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로 치솟았지만, 지금의 안영명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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