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민간병원으로 자처하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거점이 되면서 결국 병원이 폐쇄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하루 외래 환자 8000여 명, 응급실 환자 200여 명이 온다는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14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외래 진료 및 입원, 응급실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다. 수술도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 모두 중단됐고, 현재 입원 중인 환자들에 대한 면회도 전면 제한됐다.
"삼성서울병원, 감염 역학에는 수준 이하"
이번 사태는 삼성서울병원이 상업화된 의료에는 세계적인 수준인지 몰라도, 병원 감염을 막는 역학에 대해서는 수준 이하라는 것이 드러난 사건으로 규정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른바 슈퍼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로 인해 메르스 확산의 거점이 되었지만, 이때만해도 삼성서울병원 측은 "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이 병원 응급실 이송 요원인 137번 환자가 메르스 증세가 나타난 후에도 9일 동안 이송 업무를 계속 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14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정부가 요구한 폐쇄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발표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미 메르스 확산의 거점이 된 민간병원에게 스스로 감염확산을 막는 책임을 맡긴 것 자체가 정부의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 폐쇄 사태의 배경에는 '영리병원'을 추구하는 대형병원에서 급속히 늘려가고 있는 업무의 '외주화'가 있다는 지적도 주목받고 있다.
137번 환자를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 90명이 모두 용역이며, 삼성서울병원은 "직원을 관리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관리를 정규직 직원만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대형병원에서 일하면서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간접노동자들이 메르스 관리대상에서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서울시는 삼성서울병원 내 비정규직 2944명 전원에 대해 감염 증상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현재 부산이 '메르스 비상'에 이 걸린 배경에도 병원 외주화와 관계가 있다. 부산에서 메르스 환자로 두 번째 확진이 된 143번 환자는 지난달 25~28일 대전 대청병원에서 슈퍼전파자로 불리는 16번 환자와 함께 있다가 감염됐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격리 대상에 이 환자가 포함되지 않았다.
143번 환자는 컴퓨터업체 외주직원으로 대청병원에서 2주간 파견근무를 했지만,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망에서 제외된 것이다. 지난달 30일 부산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2일 미열·설사 증상이 나타나자 부산에서 병원·약국 등을 오가며 742명과 접촉했다. 부산시는 이날 이 환자가 입원했던 좋은강안병원 12층 병동을 폐쇄했다.
삼성서울병원과 대청병원 사례를 계기로 응급실 이송요원·청원경찰 등 병원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메르스 확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