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1차 지명의 역사…LG·해태는 웃고 한화·롯데는 울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1차 지명의 역사…LG·해태는 웃고 한화·롯데는 울었다 [베이스볼 Lab.] 데이터로 보는 KBO 신인 1차 지명의 모든 것 (2)

'데이터로 보는 KBO 신인 1차 지명의 모든 것 (1)'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다음으로는 출신 고교별 1차 지명 선수 배출 현황을 살펴볼 순서다. 1987년부터 2014년까지 단 1명이라도 1차 지명 선수를 배출한 고등학교는 총 52개교. 이 중 가장 많은 1차 지명자가 나온 학교는 7명의 타자와 15명의 투수를 배출한 천안북일고등학교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북일고는 1987년 투수 안성수, 김대중이 빙그레 이글스에 1차 지명 받은 이래 총 22명의 졸업생이 1차로 프로에 입성했다.


북일고 외에는 18명이 1차 지명을 받은 광주일고(타자 9, 투수 9)와 14명이 나온 군산상고(타자 8, 투수 6), 13명의 경남고(타자 3, 투수 10), 12명의 경북고(타자 6, 투수 6), 11명의 부산고(타자 2, 투수 9), 10명을 배출한 인천고(타자 4, 투수 6)가 뒤를 이었다. 반면 현재도 야구부가 운영중인 제물포고, 제주고, 춘천고, 부산공고, 화순고, 인창고는 각각 1명씩을 배출하는데 그쳐 대조를 이뤘다. 또 경주고, 야탑고, 원주고, 강릉고, 울산공고 등은 아직까지 1차 지명 선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1차 지명자를 많이 배출한 학교가 반드시 프로야구 스타 선수를 많이 키워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역대 1차 지명선수의 통산 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WAR)를 살펴보면, 출신 선수들이 가장 많은 WAR를 만들어낸 고교는 광주일고(WAR 245.7)인 것으로 나온다. 광주일고는 이종범(WAR 58.2), 박재홍(WAR 53.5), 이강철(WAR 29.1) 등 KBO리그 역대 최고 선수들을 대거 배출하며 이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고수했다. 1인당 평균 WAR도 13.6승으로 13.4승을 올린 상원고를 앞선 1위를 차지했다(5명 이상 배출 학교 기준).



광주일고 다음으로는 이진영, 조계현, 조규제 등을 배출한 군산상고가 WAR 118.4승으로 2위를 기록했고 이어 상원고(WAR 94), 동산고(WAR 89.4), 서울고(WAR 88.9), 충암고(WAR 83.8)가 약간의 차이로 뒤를 따랐다. 반면 최다인원을 배출한 북일고 출신 1차 지명 선수들의 통산 WAR은 62.9승으로 1인당 평균 2.86승을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 그나마 이 중 대부분은 혼자 WAR 52.4승을 기록한 한화 4번타자 김태균의 몫으로, 김태균 다음으로 높은 WAR를 적립한 선수는 4.8승의 양용모였다. 13명이 1차 지명을 받은 경남고도 출신 선수들의 WAR 합계는 5.3승으로 1인당 평균 0.4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한편 배출한 선수 수는 적지만 소수정예의 활약이 돋보인 고교도 있다. 충북 청주시에 자리한 세광고는 1차 지명 선수는 4명에 그쳤지만, 송진우(WAR 41.1)의 ‘하드캐리’ 덕분에 10명을 배출한 인천고(WAR 45.5)와 맞먹는 44.9승을 쌓아 올렸다. 박정태-문동환을 배출한 동래고(WAR 46.1)와 봉중근-조인성의 신일고(WAR 41.2)도 각각 3명씩 배출한 1차 지명 선수들이 하나같이 프로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SK 최정의 출신학교인 수원 유신고도 1차 지명자는 4명이지만 WAR은 39.3승으로 상위권에 들었다.


이번에는 출신 대학별 1차 지명자 배출 현황을 살펴보자. 1987년부터 2014년까지 1차 지명자를 1명 이상 배출한 대학은 총 19개교. 이 중 최다 인원을 배출한 학교는 총 20명의 한양대(타자 9, 투수 11)였고 이어 19명의 고려대(타자 9, 투수 10)와 14명의 연세대(타자 7, 투수 7), 12명의 동국대-단국대, 11명의 영남대-원광대가 뒤를 이었다. 반면 홍익대는 투수 1명(최상덕)만을 1차 지명자로 배출했고 경남대와 동의대, 인천전문대에서는 각각 2명씩의 1차 지명자가 나왔다.



대졸 1차 지명 선수들의 프로 입단 이후 활약상을 살펴보면 학교와 지역에 따른 격차가 뚜렷했다. 한양대(WAR 209.7), 고려대(WAR 197.6), 연세대(WAR 195.4)까지 서울권 3개 학교 출신 1차 지명 선수들이 WAR 602.7승을 기록하며 대졸 입단 1차 지명 선수 전체 WAR 1190.4승 중 50.6%를 올렸다. 이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교 유망주 대다수가 프로 직행보다는 대학을 거친 뒤 프로에 입단하는 과정을 선호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특히 서울권 명문대학인 연세대·고려대·한양대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독식하며 다른 학교는 물론 프로 구단과도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을 벌였다.


이제 각 연고지역별로 얼마나 많은 1차 지명자를 배출했는지, 그리고 1차 지명자의 실제 프로에서 활약은 어땠는지 알아볼 순서다. 당연하게도 1차 지명자가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은 두산과 LG(그리고 최근에는 넥센)가 공동으로 연고권을 가진 서울 지역이다. 1987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지역 고교 출신 중 총 72명의 선수가 1차 지명을 받았는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7%다. 이어 총 30명을 배출한 부산이 11%로 2위, 28명을 배출한 광주가 10.5%로 3위, 27명이 나온 대구가 10.2%로 4위에 올랐다. 반면 강원과 제주는 각각 1명씩만을 배출했고 총 7명의 1차 지명자가 나온 전남은 1.9%의 비율을 점했다. 지역 소재 야구부 수가 많지 않은 대전(7명), 경북, 충북(8명), 경남(9명) 등의 지역도 1차 지명자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베이스볼 Lab.>은 앞서 기사를 통해(관련기사: 프로야구도 지방은 식민지다) 한국야구의 지역별 선수자원 격차와 유망주의 서울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경향은 각 지역별 1차 지명 선수들이 만들어낸 WAR 수치를 살펴봐도 잘 나타난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서 살펴보면 서울과 광주전라 출신 1차 지명 선수가 가장 많은 WAR을 만들어낸 것을 볼 수 있다. 서울지역 출신은 WAR 515.4승으로 1인당 평균 7.16승을 기록했고 광주·전라 출신도 WAR 387승으로 1인 평균 7.74승을 올렸다. 이어 대구·경북(WAR 235.6승, 1인 평균 6.73승)과 경인·강원(WAR 195.5승, 1인 평균 6.52승) 출신 선수들이 프로에서도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반면 대전·충청 지역과 부산·경남권 출신 1차 지명 선수들은 성공한 사례보다는 실폐한 사례가 더 많았다. 대전·충청 1차 지명자들은 총 WAR 178.3승으로 1인 평균 4.57승을 기록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부산·경남에서는 1차 지명선수 WAR 합계 130.2승으로 1인 평균 3.34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는 단순히 구단의 육성 과정이나 스카우트 실패 때문이라고 볼 수 없는 문제다. 연고지 1차 지명은 구단이 보유한 연고지에서 가장 좋은 선수를 뽑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해 해당 연고지에 얼마나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국 랭킹 2~30위권 수준의 선수를 1번으로 뽑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1990년대 대구 지역 아마추어 야구가 침체되면서 다른 팀이라면 절대로 뽑지 않을 선수들을 울며 겨자먹기로 1차 지명해야 했다. 이 기간 삼성의 1차 지명자 중 프로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한 선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게다가 한화의 연고지인 대전·충청 지역처럼 야구부 있는 고교가 4~5개교에 불과한 지역에서는 그만큼 뛰어난 선수가 나올 확률도 적을 수밖에 없다. 30개 이상의 학교가 각축을 벌이는 서울 지역과는 애초에 공정한 경쟁을 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는 29일에 발표된 2016 1차 지명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서울의 3개팀(두산, LG, 넥센)은 올해 서울 지역에 좋은 유망주가 많아 행복한 고민을 했다. 최중연과 박세진을 놓고 고민한 삼성 역시 행복하기는 마찬가지. 반면 SK와 KIA, 롯데의 연고지에는 눈에 확 띄는 대형 신인이 나오지 않아 앞의 팀들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고민을 안겼다. 지역간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1차 지명이라는 제도를 고집하는 이상, 올해와 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각 구단의 역대 1차 지명이 해당 팀에 얼마나 많은 이득을(또는 손해를) 가져왔는지 알아볼 것이다. 먼저 역대 구단별 1차 지명 타자와 투수 숫자를 정리한 다음 그림을 살펴보자.


ⓒ프레시안(장보화)

프로 원년부터 자리를 지킨 삼성이 총 36명으로 가장 많은 선수를 1차 지명했고 이어 한화가 총 35명(빙그레 시절 포함)으로 뒤를 따랐다. 롯데, LG( MBC 포함), KIA(해태 포함)는 총 33명을 1차 지명했다. 구단별로 지명자 수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일부 선수들의 경우 지명을 거부하고 실업팀에 입단하거나 구단 측에서 지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구단은 1차 지명에서 타자보다는 투수를 선호했다. 특히 투수만 25명을 뽑은 롯데(타자 8)를 필두로 한화(투수 17, 타자 5), 두산·SK·KIA(투수 13, 타자 3)는 대부분의 1차 지명권을 투수를 뽑는 데 할애했다. 반면 타자 10명, 투수 7명을 뽑은 해태와 타자 14명, 투수 13명을 뽑은 LG는 타자를 투수보다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LG는 전신인 MBC 시절에도 타자 6명, 투수 3명으로 프랜차이즈가 바뀐 뒤에도 타자 중심의 전통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어느 팀의 1차 지명 선수들이 프로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을까. 의외일지 모르나, 답은 LG 트윈스다. LG의 역대 1차 지명 선수들이 생산한 WAR 합계는 287.5승으로 모든 프랜차이즈를 통틀어 1위다. 전신인 MBC 시절을 합하면 WAR 346.5승으로 2위와의 격차가 더 커진다(1인 평균 9.6승). 특히 타자 쪽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LG의 1차 지명 타자들은 총 228.3승을 만들어내며 1인 평균 16.31의 통산 WAR을 기록했다. 물론 과거 이정길, 이형종 등 가슴 아픈 실패 사례들도 있지만 대체로 LG의 1차 지명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같은 연고지를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는 LG와는 정반대로 1차 지명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OB 시절 포함 총 32명의 1차 지명 선수가 WAR 합계 170.9승을 기록했는데 이는 LG와 MBC가 올린 승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두산은 전통적으로 1차 지명에서 타자보다는 투수를 확보하는데 주력했지만, 총 22명의 1차 지명 투수들이 생산한 WAR는 49.9승으로 옛 태평양 돌핀스의 1차 지명 투수 8명 합계(81.7승)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두산은 과거 OB 시절 지명 우선권을 놓고 LG와 벌인 동전던지기에서 번번히 패하면서 이상훈, 유지현, 임선동 등 대어급 선수들을 눈앞에서 놓쳐야 했다.


하지만 두산의 실패도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에 비교하면 웃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한화로 구단명을 바꾼 뒤, 이글스가 지명한 22명의 선수가 합작한 WAR은 59.6승으로 1인 평균 2.7승에 그쳤다. 특히 한화로 바뀐 뒤 뽑은 17명의 1차 지명 투수들의 합작 WAR은 2.7승으로, 그나마도 이 중 대부분은 유원상이 LG로 이적한 뒤 기록한 것이다. 13명이 WAR 114.1승을 만들어내며 1인 평균 8.8승을 올린 빙그레 시절 성과와 비교하면 끔찍한 수준이다. 더 비참한 건 롯데의 역대 1차 지명. 총 33명이 합작 WAR 126.8승으로 1인 평균 3.8승만을 거뒀다. 이는 신생팀인 NC와 kt를 제외하면, 모든 프랜차이즈를 통틀어 가장 적은 승리기여도에 해당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2001년부터 KIA로 이름을 바꾼 타이거즈의 1차 지명 잔혹사다. 해태 시절에는 17명의 1차 지명 선수가 WAR 227.3승을 만들어내며 다른 팀을 압도했지만, KIA가 된 이후에는 16명이 합계 38.5승에 그쳐 1인 평균 2.4승만을 기록하고 있다. KIA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높은 통산 WAR를 올린 선수는 5.5승을 기록중인 한기주다. 이 정도면 사실상 1차 지명 성공사례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2000년대 이후 KIA의 지속적인 부진도 이런 1차 지명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수많은 실패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1차 지명 선수들은 프로에서 일정 수준 이상 성공적인 경력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역대 KBO리그 기록에서 1차 지명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나타난다. 1987년부터 2014년까지 KBO리그 선수들이 생산한 WAR은 6156.9승. 이 중에서 1차 지명 선수들은 전체 WAR의 26.6%에 해당하는 1641.9승을 만들어냈다. 1차 지명 이후 드래프트에서 구단별로 7~10명의 선수를 추가로 뽑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1차 지명 선수들의 활약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볼 수 있다.


1차 지명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프로 입단 이후 1군 무대에서 상당 기간 활약하며 성적을 남겼다. 타자의 경우 총 94명 중 절반 이상인 53명이 프로에서 500경기 이상 출전했고 18명이 10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또 94명 중 19명은 500타점 이상을, 18명은 10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통산 WAR 10승 이상을 적립하며 ‘스타급’으로 활약한 선수로 33명으로 1차 지명 타자 중 1/3 이상이다.


투수 역시 마찬가지. 총 172명의 1차 지명 투수 중 74명이 100경기 이상 등판했고 43명은 통산 30승 이상을, 16명은 30세이브 이상, 21명은 20홀드 이상을 올렸다. 또 43명의 1차 지명 투수가 통산 WAR 기준 3승 이상을 기록하며 프로 무대에서 주력 투수로 활약했다.


1차 지명 선수 중 프로에서 1경기도 뛰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는 극소수다. 은퇴선수 기준으로 전 롯데 선수 이승훈, 한화 이성갑 등 총 12명의 투수가 1군에서 단 1경기도 던져보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타자 중에는 1경기도 못 뛰고 은퇴한 선수는 아직까지 없지만, 대신 1안타도 못 치고 옷을 벗은 타자는 있다. 쌍방울 박상수, KIA 김성호, 태평양 최광천, OB 김원식 등 총 4명이 안타 기록 없이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1차 지명 타자 중 통산 WAR 1위는 삼성 양준혁(80.2)이고 최하위는 KIA 김주형으로 -4.1승을 기록 중이다. 투수 중 통산 WAR 1위는 한화 송진우(41.1)이며 최하위는 한화-두산을 거친 김창훈(-1.5)이다.


1차 지명 외에 신인 드래프트 관련 각종 데이터는 올해 신인 2차 드래프트가 열리는 주간에 특집을 통해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기록출처: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