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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죽는다"…재난의 역사,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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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죽는다"…재난의 역사, 이대로? [세월호+500] 김혜진- 세월호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 500일 주간을 맞아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안전, 존엄을 만나다'라는 길거리 강연이 진행됐다. 4.16연대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혜진 4.16연대 공동상임위원이 자신이 생각하는 안전한 사회,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이야기했다. 아래 그의 강연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내가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나도 고3 아이를 둔 엄마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비정규직 운동을 오래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KTX 승무원 파업 관련해서 연구한 적이 있다. 그때 황당했던 점은 승무원임에도 승객실에 불이 나면 소화기로 불을 끌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 권한이 승무원에게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승객이 비상약을 승무원에게 달라고 요구해도 줄 수 없었다. 마찬가지 이유였다. 승무원들은 직접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였기에 그런 권한이 부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런 권한은 누구에게 있었을까. 열차팀장에게만 권한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열차팀장은 한 명에 불과했다. 그 한 명이 1000명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구조였다. 그렇게 만든 구조는 돈 때문이었다. 안전보다, 사람 목숨보다 돈을 더 중요시하는 사회풍토가 그런 구조를 만든 것이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돈을 더 중요시하는 구조가 참사를 만들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왜 우리 사회가 이런 구조가 됐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모든 재난사건에서는 똑같은 결과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처벌받지 않는 책임자

세월호 참사에서 배가 가라앉은 것에 대한 처벌을 누가 받았는가. 세월호 참사로 배가 침몰한 것을 두고 각종 비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어느 것도 인정되지 않았다. 관련자들이 대부분이 무죄 판정을 받았다. 그나마 비리를 인정받은 이는 몇 명 되지도 않았지만 이들마저도 집행유예를 받았다. 아무도 참사에 책임지지 않았다.(광주고법 형사 5부는 지난 6월 9일 선박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 해양안전설비 사장 송모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한, 이사인 조모 씨도 징역 1년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앞서 광주지법 형사 11부는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관제업무를 소홀히 했다가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한 전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소속 관제사들에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1명이 기소됐지만, 1심을 거쳐 2심에서는 형량이 대폭 낮아졌다. 핵심 책임자가 아니라는 점과 구출하려 노력했는데 주변에서 귀찮게 해서 부득이 구출을 못 했다는 점이 반영됐다.(전 목포해경 123정 정장에 대해 지난 7월 14일 광주고법 형사 6부는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의문인 점은 그 사람이 핵심 책임자가 아니라면 그 윗선을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아무도 처벌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처벌받지 않은 세월호 참사 관련자들이 반성할까.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않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하다. 다시 이런 일을 저지를 것이다. 이전에도 무수히 많은 재난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 명 처벌받은 일이 없었다. 그나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는 백화점 회장이 실형을 받았다. 우리 사회에서 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다,

평등해야 안전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영상을 보면 선장과 선원들이 참사 직후, 구명보트로 옮겨 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 장면을 보고 모든 국민이 분노했다. 하지만 생각해볼 게 '그렇게 구조된 이가 선원의 전부일까'이다. 아니다. 그때 구명보트에 탄 이들은 선박직 직원들뿐이었다. 조리실에서 일하던 선원은 아무런 경고도 듣지 못했다. 결국, 참사 직후 우왕좌왕하다 한 명만 살았다.

재난이 발생하면 핵심직에 있는 사람들만이 정보를 공유한다. 나머지 이들은 아무런 정보를 가지지 못한다. 위험한 일이 터지면 돈이 많거나 정보가 많은 이들만이 빠져나오는 이유다. 재난은 늘 그런 식이었다. 천재지변이 모든 이에게 평등하다고 하지만 아니다. 힘없는 시민들만 피해본다. 그게 지금까지 재난의 역사였다.

'시키는 대로 해라. 가만히 있으라'는 건 정보를 알 필요도, 판단할 필요도 없이 자기네들이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모두에게 판단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자기네들이 판단한다고 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정작 권력을 가진 자들은 위험장소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한 해 동안 13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안전장치 없이 위험한 업무를 하다가 발생한 죽음들이었다. 원청은 하청업체에 단가를 후려치고, 하청업체는 돈이 없다며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하청노동자에게 일을 시켰다. 그 결과, 그 구조에서 가장 아래 있는 노동자가 죽음을 당했다. 이런 일은 계속 벌어진다.

▲ 강연하고 있는 김혜진 4.16연대 공동삼임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참여해야 안전하다

정부는 자기네가 안전의 주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자기네가 시키는 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객이 전도된 이야기다. 안전은 생명, 그리고 존엄이 지켜지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시민의 권리다. 그리고 그 권리를 지켜내야 하는 의무는 정부에 있다. 그것을 지키라고 시민이 만든 게 정부다.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존재 의미는 없다.

그래서 안전의 주체로, 권리의 주체로서 우리는 참여해야 한다. 안전에 관한 문제제기를 정부에 해야 한다. 그리고 요구해야 한다. 안전 의무를 이행하라고. 지금까지 우리는 그러한 요구를 한 적이 없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이런 부분을 고민했으면 한다. 우리의 권리를 더욱 요구해야 한다. 만약 그것을 정부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집회도 하고 서명운동도 해야한다. 우리 권리를 구체화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노력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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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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