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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에서 이겨야, 박근혜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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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에서 이겨야, 박근혜가 흔들린다 [초록發光] 영덕 주민 투표 생각
지금 정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 추진으로 사회적 시선이 한 쪽으로 쏠려 있다. 그러나 한국 역사에 새로운 장을 쓰게 될 대사건이 경상북도 영덕에서 종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11월 11~12일, 영덕 주민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짓겠다며 핵 발전 유치 여부를 가리는 주민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영덕의 탈핵 활동가들은 영덕에 주소지 등록된 4만 명 가운데 1만5000명 가까운 주민들로부터 주민 투표 실시를 동의하는 서명을 받아냈다. 핵발전소 반대의 지역 여론을 반영하는 성과다. 이제 20일 후 주민 투표만을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영덕에서 주민 투표를 통해 핵발전소를 거부한다면, 핵 마피아들이 어떤 곳에서도 핵발전소 부지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역사의 시작은 2011년 후쿠시마 핵 사고였다. 이웃 나라의 안타까운 불행이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게 큰 충격과 함께 교훈을 남겼다. 핵 발전과 안전,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군사 독재 시기에 먼 나라에서 벌어진 체르노빌 사고는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온갖 미디어를 통해서 알려진 후쿠시마 핵 사고는 달랐다.

여기저기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꿈틀되기 시작했다. 에너지 홀릭, 거대 도시 서울에서 원전(핵발전소) 1기 줄이기 사업이 시작되었다. 여당의 경기도지사도 핵 발전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에너지 독립'을 선언하며 서울시장 뒤를 따랐다. 중앙 정부는 후쿠시마 이후에도 거의 꿈쩍하지 않아도, 지역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이 후쿠시마 핵사고로부터 자동적으로 빚어진 것은 아니다. 다시 활성화된 한국 탈핵 운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모습은 예전과 조금 달랐다. 한국 사회는 예상치도 못한 탈핵 투사를 만나게 되었다. 분신을 하고 목에 쇠줄을 매고 굽은 허리도 산등성이를 오르고 또 오른 '할매'들의 초고압 송전탑 반대 투쟁은 한국 탈핵 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주었다. 국가와 거대 전력 기업 그리고 중앙 집권적 거대 기술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억압하는지를 일깨웠다. 밀양과 청도의 할매들이 중심에 선 탈송전탑 투쟁은 다른 곳으로 전파되었으며, 또 탈핵 운동과 연계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할매들의 '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를 쓰고 있는 대도시 시민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출근길 전철역 앞에 탈핵 피켓을 든 시민들이 등장했고, 외교부 앞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정기 시위도 열리고 있다. 일회적 움직임이 아니고 꾸준하다. 핵 발전으로부터 벗어난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에너지 시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은 피켓과 시위로 국한되지 않는다. 에너지 시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 운동에 동참하고, 에너지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스스로 태양광 발전에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혁신을 향한 새로운 드리마가 쓰이고 있다. 첫 번째 무대는 삼척. 작년(2014년) 가을 삼척 주민들은 주민 투표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영덕과 함께 신규 핵발전소 부지 예정지로 지목당한 삼척 주민들은 오랜 동안 지속해온 반대 운동을 주민 투표로 마무리 짓기로 결심하였다. 투표에 참여한 주민들 절대 다수가 핵발전소 유치를 반대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시책이라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중앙 정부의 위선을 폭로했다. 중앙 정부는 핵발전소 유치 신청은 지방자치단체 사무이지만, 한번 신청한 이후에는 국가 사무로서 지방자치단체는 취소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현행법을 들먹이지만 주민 대다수가 참여해 핵 발전에 반대 투표한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진짜 민주주의이고 누가 정당한가는 상식으로 판단할 일이다.

삼척의 승리는 두 번째 무대인 부산으로 이어졌다. 올해 6월에는 한국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멈춰 세우기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결정한 것이다. 핵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한 결정은 처음 있는 일로서, 한국 핵 발전을 둘러싼 역사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 핵발전소는 설계 수명이 끝난 후에도 한 차례 연장한 상태였고 핵사고시 영향권 내에서 340만 명이나 살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이 핵발전소는 진작 폐쇄되었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핵 발전을 고집하는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었다. 이 변화는 부산 시민들의 지속적인 운동이 지역 사회의 여론을 움직이고 정치권을 압박한 결과였다. 새누리당 조차도 고리 1호기 폐쇄를 자신의 성과라고 선전하는 현수막을 걸어 지역민들의 환심을 사야만 할 정도였다. 민주주의는 이렇게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세 번째 무대는 영덕이다. 가장 어렵고 힘든 투쟁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개발 욕구가 강한 농촌 지역, 적은 인구와 고령화된 주민 그리고 사회운동 역량의 미비. 중앙 정부와 핵 마피아들이 큰 저항 없이 핵발전소 부지 결정을 관철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지역이었다. 후쿠시마 핵사고로부터 시작하여, 각종 핵발전소 비리 및 위험 사고 은폐 사건, 삼척 주민들의 뼈아픈 반격 그리고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이 불가피했던 일시적 후퇴 등으로, 잠시 패닉 상태에 빠졌던 핵 마피아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 희생양 삼은 지역이다. 여기서 밀리면 다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전기가 남아돌고 있고 예측치보다 낮은 전력 수요가 보고되고 있더라도, 눈과 귀를 모두 닫고 "강행"만을 외치고 있다.

영덕 주민들이 오랜 논의와 준비 끝에, 중앙정부와 핵 마피아들에게 맞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척처럼 주민 투표. 세상에 영덕의 민의를 확인시켜서 핵 마피아들의 독선과 아집을 꺾고 민주주의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지역 내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주민 투표로 이 핵 발전 갈등을 끝내자는데 힘을 모았다.

전국의 단체들과 시민들도 힘껏 돕고 있다. 주말마다 수십 명씩 탈핵 버스를 타고 영덕에 달려가 주민 투표 서명 운동을 거들면서 응원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폐쇄로 '핵 괴물'의 꼬리를 잡았다면, 이제 영덕에서 신규 핵발전소 부지 확보를 무산시킴으로써 '핵 괴물'의 머리를 잡아챌 때다. 영덕 주민과 전국 각지의 연대자들이 이제 하려는 일이다.

11월 11~12일, 영덕 주민들의 위대한 승리를 기다린다.

이번 주 토요일(10월 24일), 영덕 주민들을 응원하기 하고 주민 투표 성사를 결의하기 위한 전국 집중 행동이 영덕 현지에서 개최됩니다. 녹색당을 비롯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서울에서 출발하는 탈핵 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 함께 영덕행 탈핵 버스를 타실 분들은 아래로 문의하면 됩니다. 또 11월 11~12일 주민투표 관리를 지원할 자원봉사자도 모집하고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 조직하는 투표이기 때문에 많은 일손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을 현장에서 함께 할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24일 영덕 탈핵 버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 안재훈 사무국장(010-3210-0988)

참가비 : 3만 원 (☞바로 가기 : )

주민 투표 관리 자원봉사자 모집

영덕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 투표 추진위원회 : 차천영 사무처장(010-6637-7741)

(☞바로 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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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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