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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Q 부모와 양성 부모의 차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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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Q 부모와 양성 부모의 차이는 없다 [LGBT 차별을 넘어] 동성애 부부 입양 반대, 설 자리 없다
21. LGBTQ 부모의 자녀는 양성(兩性)부부의 자녀와 차이가 있나?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의 정치권이나 종교계는 한 아버지와 한 어머니, 즉 양성(兩性)부부 가 어린이를 양육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가부장적 전통이 여전한 지역에서는 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사회과학적 실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자녀는 홀어머니나 홀아비가 아닌, 부모가 함께 키우는 것이 정상이라는 의식이 뿌리 깊다보니 동성애 부부의 아이 입양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최근까지 20개 가까운 국가가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하면서 이런 고정관념은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

레즈비언 부부나 게이 부부가 부모로써 부적절하거나 이들이 양육한 자녀들의 심리발달이 이성 부부의 자녀들보다 뒤쳐진다는 증거는 없다. 레즈비언 부부나 게이 부부가 자녀에게 제공하는 환경은 양성 부부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레즈비언 부부나 게이 부부의 경우 그 자녀들이 보기에 두 어머니, 두 아버지로 보이기 때문에 이성 부부, 즉 한 어머니, 한 아버지라는 가족 구성과는 다른 환경이 조성된다. 이 때문에 레즈비언 부부나 게이 부부의 자녀들은 부모의 성적 정체성 때문에 힘든 경험을 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 켄터키 대학의 레이첼 파르 교수는 2017년 8월 발표한 레즈비언, 게이 부모와 양성 부모가 입양한 자녀들의 성장에 대한 연구논문을 통해 "동성 부부의 자녀 양육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성장 과정에서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동성 부부가 입양해 키운 자녀의 성 정체성 발달 양상은 이성 부부의 입양 자녀와 차이가 없었고, 이들 자녀들이 취학 전 즐겨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 성장 과정에서 성격이나 직업 결정에 명백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르 교수는 106쌍의 레즈비언, 게이 부부와 이성 부부 형태에 따른 입양 자녀의 행동발달 특성, 장난감이나 그것을 가지고 노는 특성 등에 대해 부모에게 설문지를 돌려 조사한 뒤 5년이 지난 후 자녀들을 인터뷰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가족 구성이 자녀의 성 정체성 발달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특히 레즈비언이나 게이 부부가 자녀의 성장 과정에 불편함을 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양 부모의 성 정체성이나 가족 형태가 입양 자녀의 성적 발달에도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이들 어린이 대부분은 취학 전 가지고 놀던 장난감의 종류나 노는 모습으로 각자의 성 정체성 특질을 나타냈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노는 방식과는 동떨어진 행동이나 직업 선택을 성장한 뒤 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미국 버몬트 대학 등에서 강의한 아를렌 이스타 레브(Arlene Istar Lev) 교수는 2010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LGBTQ 성향의 부부가 양육하는 자녀들은 통념과 달리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학교 성적도 우수하며, 그들 부모보다 사회적 문제를 덜 일으킨다고 밝혔다. 이는 LGBTQ 부모는 자신의 자녀들이 다른 부모의 자녀들처럼 정상적으로 성장하게끔 더 노력한 결과로 추정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레브 교수는 LGBTQ 부모의 자녀는 이성애 성향 등 여러 성적 지향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들이 부모들로부터 정상적인 청소년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충분히 받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LGBTQ 부모는 사회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소외받는 성적 소수자로써 자녀들의 성적 지향성을 수용하고 양육하는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게이 부모의 경우 일반적인 이성애 부부처럼 게이나 성전환 어린이를 자녀로 둘 수 있는데, 이 자녀들이 당면할 어려움을 알고 있고, 사회적 압력 때문에 고민함을 더 잘 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뉴욕 대학의 주디스 스테이시 교수 등은 2010년 1월 홀어머니, 홀아버지 가정이나 게이와 레즈비언 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 구성에 따른 자녀의 가정 양육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자녀는 남녀 성을 가진 부모가 양육하는 것이 당연시 되면서 누구도 그것을 비판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남녀 성에 따른 자녀 양육 능력의 차이는 자신의 젖을 직접 먹이는 수유행위와 같은 예외를 제외하고 뚜렷한 차이를 발견치 못했다. 부모의 성이 자녀의 심리적 적응과 사회적 성공에 유의미한 증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스테이시 교수는 레즈비언 부부나 이성 부부가 키운 어린이들 사이에 차이보다 유사성이 더 많았다면서 두 어머니는 자녀와 더 많이 놀아주고 물리적 훈육을 덜 하면서 맹목적인 태도로 자녀를 키우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양성 부부의 경우처럼 레즈비언 부부의 양육에서도 스트레스와 갈등이 발생했다. 특히 레즈비언 부부 가운데 어머니 역할을 하는 여성의 아이를 돌보는 책임감은 남성 역할의 여성보다 강해 양성 부부의 자녀 양육에서와 같은 불균형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두 남성으로 구성된 게이 부부의 경우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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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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