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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겪는 성폭력 심각...LGBT 청소년 피해는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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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겪는 성폭력 심각...LGBT 청소년 피해는 더 커 [LGBT 차별을 넘어] 심각한 성소수자 청소년의 피해
22. 사춘기 학생들 일상적인 성희롱에 시달리는데 그 가운데 성 소수자가 겪는 고통은?

미국 사춘기 청소년들이 동료나 하급생을 들볶는 행위 가운데 가장 심한 것은 면전에서 모욕하기나 소셜미디어 또는 문건을 통한 성희롱인데, 이를 학교 폭력 전문가나 지도교사 등이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플로리다 대학 심리학 교수인 도로시 에스펠라제 박사가 2016년 12월, 일리노이주의 중고등학교 학생 1300명을 대상으로 학교 내 괴롭힘, 성희롱과 관련해 5년 동안 실시한 연구조사 결과를 전문지에 발표하면서 밝혀졌다. 조사 결과 조사대상인 중학생의 43%는 성적인 농담이나 몸짓과 같은 성희롱에 피해를 입었고, 여학생의 경우가 특히 심했다.

이들 성폭력에는 육체적 폭력도 포함되는데, 조사 학생 21%는 신체 만지기나 강제로 껴안기 등을 당했고 18%는 동료의 노골적인 성폭력 행위를 강제로 당했다. 이들 학생들은 강제 키스, 신체 은밀한 부분을 동의 없이 만지기, 심지어 바지나 셔츠를 여럿이 보는 앞에서 강제로 끌어내리기 등의 수모를 겪었다.

피해자 14%는 성적 농담의 대상이 되었고, 9%는 학교 탈의실 등에 노골적인 성적 낙서의 대상이 되는 피해를 당했다. 16%는 동성애 혐오 농담의 대상이 되었고, 일부는 동성애자라는 놀림을 받자 자신이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동료학생이나 이성 학생을 성희롱하는 충동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LGBT 청소년은 학교에서 심하게 놀림감이 되었을 경우 청년이 되어 우울증, 자살 충동, 성병,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등의 피해를 입는다. 사춘기 당한 성폭력이 성년이 되어서까지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는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스테판 러셀 교수 등이 2011년 21~25세의 LGBT 성향 청년 245명을 대상으로 성적 정체성과 환경 영향 등에 대해 실시한 연구결과 밝혀졌다.

LGBT 청년들은 사춘기에 학교에서 성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상당한 정도의 피해를 당했을 경우, 피해 정도가 경미했던 경우보다 자살 충동을 5.6배 더 느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울증과 성병에 걸리는 경우가 2.5배 더 많았고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은 4배가 많았다.

게이와 양성애자 남성, 트랜스젠더 청년의 학창 시절 성폭력 피해가 레즈비언과 양성애자 여성보다 더 컸다. 학교에서 피해를 경미하게 당한 경우의 LGBT 성인은, 피해를 심하게 당한 경우보다 자존감, 현실 만족, 학교 적응 등이 높았다.

이런 연구 결과는 메릴랜드 주 에반스톤에 위치한 노스 웨스턴 대학 페인버그 의과 대학원 교수 브라이언 무스탄스키 박사가 2016년 2월 248명의 LGBT 청소년을 상대로 성희롱 등의 피해를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조사대상 청소년 가운데 84.6%는 4년 동안 피해의 정도가 감소하는 경험을 한 반면 10.3%는 심각한 놀림감이 되는 등 피해가 커지는 경험을 했다. 5.1%는 4년 내내 높은 수준의 피해가 유지되는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스탄스키 박사는 이들 청소년이 입은 피해를 대중은 흔히 '평범한 동료 아이들이 놀린 수준'으로 인식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학교가 아닌 곳에서 발생했다면 경찰을 불러야 할 정도의 육체적인 성적 공격이었으며 심지어 범죄적 공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교 시절 수년 동안 그런 경험을 할 경우 그 상처가 심각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4년 동안 피해자들을 관찰한 결과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에서와 같이 성적 소수자를 포함한 청소년들이 학창 시절 당한 괴롭힘이 10여년 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밝혀지면서 성폭력 피해 학생의 보호 조치가 가정 및 학교 등을 포함한 범사회적 차원에서 실시되어야 한다는 점이 절실해 졌다.

이와 관련해 사춘기 LGBT 청소년에 대한 가족의 태도는 특히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LGBT 자녀를 포용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청소년기 성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겪는 심신 상태에 큰 차이가 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카이틀린 리안 교수가 2010년 12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LGBT 청소년에 대한 가족의 태도와 행동이 수용적일 경우 성인이 된 뒤 전반적 건강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 따르면 LGBT 청소년의 부모나 그 보호자가 자녀들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긍정하거나 자녀들의 의사표현을 지지할 경우, 해당 청소년이 청년이 되었을 때 우울증이나 약물 남용, 자살 충동을 방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춘기 LGBT 청소년을 가족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일 경우 청년이 되면서 높은 자긍심이나 사회적 지원, 또는 건강 상태를 보였다. 반면 가족들의 지지가 낮았을 경우 성소수자 청년의 자살 충동이나 자살 시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배 높았다. 대체로 기독교 신앙심이 깊은 가족 구성원이 LGBT 자녀를 수용하는 정도는 낮은 경향을 보였다.

현실 사회에서 자녀가 LGBT라는 성적 소수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힐 경우 그 가족들은 대부분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사춘기 자녀가 받은 가족의 영향이 성인이 되면서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LGBT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리안 교수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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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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