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소속 지방의원과 당원들에게 "우리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지시사항에 충실하자"고 말했다. 제1야당 당수가, 현 정부 고위관료에 대해 신뢰와 긍정적 평가를 보낸 셈인 동시에, 여당이 주장하고 있는 '코로나 확산 야당 책임론'을 일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 비대위원장은 18일 대구에서 온라인 강연 형식으로 진행된 통합당 지방의원 연수에 강연자로 나서, 최근 통합당 지지율 상승에 대해 "저희 당이 최근에 조금은 조용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철이 좀 들어가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 조금 여론조사상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거기에 절대 만족해선 안 된다. 다시 국민 지지가 돌아서는 그런 상황을 절대 만들어선 안 된다"면서 "당원 동지 여러분이 각각 상황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하고, 행동과 말을 조심해 달라. 지금 더구나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 때에, 정은경 본부장 지시 사항에 우리가 충실하자"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8.15에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의 제반 시책에 반대 의사를 가졌던 많은 시민들이 나와 시위를 했다. 우연찮게 이때 코로나가 창궐하는 상황이 전개되니, 더불어민주당에서 마치 우리 당이 광화문 시위를 주도한 것처럼 비난하는 얘기를 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그런 것을 봤을 때 민주당의 처사에 대해 '굉장히 유치한 사람들이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라고 여당 주장을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할일이 없어서 코로나 창궐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해서 민주당에 어떤 도움이 되리라고 그런 생각을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그는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도 "여권도 방역에 온 힘을 쏟아야지 전광훈 목사나 광화문 집회와 통합당을 엮을 때가 아니다"라며 "코로나 문제를 국민 편가르기 용도로 쓰려는데, 그런 식으로는 민주당이 절대 성공 못 한다. 대응하지 말고 방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었다. 최근 논란이 된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경축식 연설 관련 내용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2차 대전 후에 새롭게 태어나, 과거 우리를 다스렸던 사람들(일본)과 동등한 자격으로 국제사회에서 활동할 터전을 확보한 것이 우리 대한 국민이고 그 기간 동안 나라를 이끌어온 정당이 우리 통합당의 과거 정당들인 자유당·공화당·민정당"이라며 "물론 그 동안 여러 잘못된 점이 있었지만 나라를 위해 보다 많은 성과를 이룬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광복절에 광복회장이 나와 하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세상에 그런 극단적인 소리를 해서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집권세력에 대해 애석한 심정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헌법 전문을 보면 3.1 운동 정신을 계승한다고 돼 있는데 식민지 국가가 식민지가 된 지 10년 만에 독립운동을 한 나라는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 외에 없다"며 "그 때에 비해서도 우리 국민의 지식·정보능력 수준이 향상됐다. 그래서 통합당은 국민을 믿자. 국민을 믿고 우리는 우리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면 (국민은) 우리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뒤에서 잘 판단하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면서 "일반 국민은 정치권이 제발 좀 쓸데없는 일을 갖고 소란을 피우는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조용한 모습을 보여 우리 당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으로, 당 내 불만 세력에 대한 견제인 동시에 "(그런 면에서) 민주당은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대여 공세의 자락을 편 것이기도 했다. 그는 전날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통합당이 영수회담을 거부했다'는 발표를 한 일을 거론하면서 "이 사람들이 굉장히 답답하구나. 오죽 답답하면 자꾸 이슈를 만들어 엉뚱한 짓을 하려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국민은 민주당을 굉장히 유치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공격도 이 맥락에서 나왔다. 한편 그는 통합당 혁신과 관련해서는 "당원동지 여러분, 절대 실망하지 말고 희망을 놓지 말자. 저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반드시 이겨낼 수 있도록 비대위를 통해 그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하고, 그 다음에 대선에서 다시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근 비대위가 준비 중인 새 정강정책 내용을 홍보하기도 했다. 그는 "새 정강정책은 우리나라의 현재 변화하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접근하려는 노력을 했다"며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보수당이 이윤 추구를 비판하는 정강을 채택했던 사례를 들고는 "정당은 항상 시대 변화에 따라(야 하고), 국민 의식 변화에 적응하지 않는 정당은 존재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새 정강정책안이 지나치게 '좌클릭'한 것이라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통합당이 보수정당이란 것은 대한민국 누구한테 물어봐도 부정하는 사람이 없다. 거기다 더 이상 자꾸 이념을 강조해 봐야 우리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또 그는 "(왜) 지난 2017년도에 탄핵이라는 사태를 맞이하게 됐느냐 다시 새겨봐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 대국민 약속(경제민주화 등)을 당선되고 나서는 글자 하나 남겨두지 않고 지우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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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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