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보궐선거 이후 본격화될 내년도 대선 판도와 관련,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상당히 높은 평가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안철수·홍준표 등 야권의 다른 주자들에 대한 혹평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26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야권에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지금까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도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그랬으나 지금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 않느냐"며 "우리가 당을 변모시켜서 우리 힘으로 대통령 후보도 만들어 낸다는 이런 각오를 가져야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나올 것으로 보느냐'는 이어진 질문에 대해 "내가 보기에는 별다른 다른 초이스(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며 "보궐선거가 끝나고 5월 중순쯤 가면 아마 어떤 형태로든지 본인의 의사 표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나온 것에 대해 "'별의 순간'을 포착한 것 같다"며 "포착을 했으니까 이제 준비를 하면 진짜 별을 따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성공 가능성에 관해 "지금부터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저런 사람이 하나 나타나면 속된 말로 파리가 많이 모이게 돼 있다. 그 파리를 잘 골라서 치울 건 치우고 받을 건 받는 것을 앞으로 능숙하게 잘 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 '검사 경력밖에 없고 경제·외교에 식견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대해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과거 대통령들도 이것저것 다 알아서 대통령 한 사람 별로 없다"면서 "9번이나 (사법)시험을 보는 과정 속에서 여러가지 자기 스스로 우여곡절을 많이 겪고, 그 동안 이것저것 책도 많이 읽은 것 같다. 그래서 저 사람이 얘기하는 걸 보면 단순한 검사만 한 검사가 아니고 대단히 정무 감각이 많은 사람"아라고 상찬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그런 (변모한) 모습을 보이면 그 사람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고, 자신이 그를 도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가 지금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 도와주고 안 도와주고 그런 얘기 할 수도 없다", "한 번 보자고 그러면 만나기는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 앞 정계 개편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이번에 우리가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 국민의힘이 중심이 되는 정계 개편을 할 수 있어야 되는데, 단 여기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정계 개편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인간들, 이런 사람들이 또 들어와서 혼란을 겪으면 안 된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정계 개편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은 어떤 인물들이냐'는 재질문에 그는 "욕심들이 있어서, 무슨 '내가 들어와서 대권을 잡아야 되겠다'는 이런 사람들이 와서 또 패거리 싸움을 하게 되면 모든 게 될 수가 없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을 거론한 데 대해서는 "합당은 안철수 씨가 나중에 이제 급하니까 하는 소리"라며 일축하는 반응을 보였다. 라디오 진행자가 '왜 안 대표를 싫어하느냐'고 묻자 "나는 안 대표를 안 좋아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솔직하게 얘기해서 내가 그 사람에 대한 인격이나 모든 점에서 지도자로서의 훌륭한 자질이 있다고 스스로 확신을 가졌으면 내가 안 후보(로) 단일화하는 데 찬성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런 확신이 없는 한은 나는 그런 짓을 못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자신이 안 대표에게 날을 세워온 이유를 풀어 말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시장 도전은 좌절됐지만 대선에서의 역할은 여전히 꿈꾸고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글쎄. 꿈이야 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 24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안 대표를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또 지금처럼 무슨 단일화 가지고 옥신각신하는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우에서 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 '안 대표의 별의 순간은 이미 지나갔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도 김 위원장은 "2011년도에 안철수 씨의 별의 순간이 그때 떴다. 국민의 지지도가 근 40% 가까이 됐을 때"라며 "그때 그 순간을 놓쳐버린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 선출 과정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 당에 들어와서 (경선을)했으면 안 대표가 아마 후보가 됐을 것"이라며 자신의 지난 1월 '입당 후 경선' 제안을 뿌리친 것이 안 대표의 실기(失期)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6일에 안 대표가 나를 찾아와 '단일 후보로 출마를 하겠다'고 해서 (나는) '단일 후보로 출마를 하려면 가장 쉬운 방법이 우리 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하면 당신이 단일 후보가 아니라 그냥 원샷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 당에 들어오라'고 했다"고 당시 자신의 제안에 대해 설명하고 안 대표가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시간이 점차 지나가니까, 제1야당의 조직력과 안철수의 개인적 경쟁을 하니까 안 대표가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오세훈 후보의 승인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바탕이 됐고 그 동안 본인이 반성도 많이 한 것 같다. 소위 시대의 흐름에 어떻게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인식도 했고 그럼으로 인해서 오 후보 자체가 중도 성향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선 판세에 대해서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면서 "20%(포인트) 차이가 다 이어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면서도 "한 5~7%(포인트) 차이 정도로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안철수 지지표가 22%가 된다. 그게 흔히 얘기하는 '안철수의 중도표'인데, 단일화가 됐다고 해서 그 표가 다 넘어오지는 않는다"며 "내가 보기에 3분의 2는 오세훈한테 오고, 3분의 1은 박영선한테 가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박영선 후보가 '하루에 2%포인트씩 지지율을 올리겠다'고 공언한 데 대해서는 "희망사항"이라고, 이해찬 전 대표가 보선 승리를 자신한 데 대해서는 "괜히 하는 소리", "박영선 후보를 위로하기 위해서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보선 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4월 8일이 되면 여기서 사라질 것"이라며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내가 이렇고 저렇고 얘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그는 선을 그었다. 정계 개편 과정에서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정계 개편하는 걸 밖에서 구경하는 게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 별의 순간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고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나 정치세력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도와주는 것도 '저 사람이 정말 나라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겠다'고 하는 확신이 섰을 때는 도울 수도 있지만 그런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은 내가 그런 짓도 안 하려 한다"면서 "아직은 내가 (그런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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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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