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차기 당 대표 선출 및 국민의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내부 의견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열린 중진연석회의에서도 전당대회와 관련해 '중진 용퇴론'과 '단일대오론'이, 통합 이슈에 대해서는 '통합론'과 '자강론'이 맞부딪쳤다. 포문은 전날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한 서병수 의원(5선, 부산 진갑)이 열었다. 서 의원은 현재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주호영·정진석(이상 5선), 홍문표(4선) 의원들의 면전에서 '중진 용퇴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서 의원은 "아무런 고민과 논의 없이 과거 방식 그대로, 과거의 사람들이 나와서 지도부를 구성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물론 우리 중진 의원들이 여러 고민과 노력을 했고 혁혁한 성과도 거뒀지만, 스스로 한 번씩 돌아보고 '내가 정말 나서야 할 때인가', '내가 나서는 게 당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젊은 사람이 등장해서 새로운 정치 세대를 구축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인지',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울타리가 돼야 하는지 무엇이 돼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뒤돌아 보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번 선거는 좁게 본다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무능과 위선, 부패와 '내로남불' 심판 선거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크게 보면 1987년 체제 (즉) 직선제 이후 3당 합당으로 쭉 이어지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정치권 퇴진을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좀 더 새로운 사람들, 젊은 사람들이 국민들 생각과 감각에 맞는 정치를 펼쳐달라고 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회의 공개석상에서 '중진 용퇴론'에 대한 직접적 반박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진석 의원은 에둘러 불편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서 의원의 발언 직후에 "보선에서 국민이 우리를 선택해준 것은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정권교체를 하라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제1야당으로서 더 단단해지고 더 커지고 결속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민의에 올바르게 응답하는 길"이라고 했다. 특히 정 의원은 "단일대오의 단단한 진지 구축"을 강조하면서 "내부로 향하는 총구는 더 이상 없다. 총구의 방향은 정부·여당을 향할 것"이라고 했다. 4.7 재보선 승리의 의미를 '정치 세대교체'로 해석한 서 의원의 주장을 '선거 민심은 정권교체'라는 취지로 반론하고 중진 용퇴론을 '내부 총질'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회의 후 기자들이 서 의원의 '중진 용퇴'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의원들은 각자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만 했다. 사실상의 '노 코멘트'였다. 주 대행은 '비공개 회의 때 중진 용퇴 주장에 대해 더 논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논란이 더 없었다"고 답했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합당을 추진하겠다"(3.16)라고 했다. 선거 이후에는 "더 많은 당원·지지자·국민 말씀을 경청하면서 대통합의 길로 달려가겠다"며 "오늘 시도당부터 시작해서 당원들 의사를 묻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4.12)고 밝혀 내부 정비에 2~3주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대표가 통합을 회피하거나 몸값 높이기 시도를 하고 있다며 '선(先)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後) 양당 합당'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서병수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우리가 선거 때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각각의 당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단 실무기구를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합당에 필요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가는 작업을 하면서, 우리 원내대표 구성 문제나 지도체제 구성 문제는 우리 일정대로 계속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반면 구 친이계 중진들은 '통합 우선' 입장을 강하게 주장했다. 정진석 의원은 "최근에 무슨 자강을 먼저 해야 한다, 통합을 먼저 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는데, 저는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생각한다. 더 큰 제1야당, 더 단단해진 야권 세력을 구축하는 게 어떻게 자강이 아닐 수 있느냐"며 "야권이 통합하라는 국민 명령이 순리"라고 했다. 홍문표 의원도 "우리 당은 자강 시스템이 돼있지 않다. 바람이 어느 한 쪽에서 세게 불면 흔들리고, 제3지대에서 뭐가 나오면 흔들릴 수 있다"며 "5번의 비대위를 거치면서 우리 정체성이 있느냐? 그냥 몰려다니는 것뿐"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선거 (이후) 며칠 됐다고 우리 당도 오만에 빠져들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통합 문제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 모르겠지만, 실무진이 먼저 하는 것은 거꾸로 가는 것이고 선언부터 해야 한다. 안 대표와 우리 당 대표가 만나서 '몇 월 며칠까지 한다'고 대국민 선언을 하고 실무진이 그 안에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느슨하게 해서는 대통합이라는 역사를 만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박진 의원은 "당이 가야할 길은 혁신과 통합이다. 당이 아직 비상상황이고 정상적 당 지도부 구성이 안 된 상태인데 '승리하고 자중지란 일어났다'는 보도로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야권 통합은 국민의 지상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대행은 전날 통합 일정 관련 질문에 "16일 의원총회에서 합당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민의당 시간 계획표를 확인한 다음에 우리 당 의원총회에서 확인된 뜻에 따라서 (통합 추진을) 할 것"이라고 했었다. 한편 이날 중진연석회의에서 옛 친박계 4선 권영세 의원이 "간단하게 한 말씀 드리겠다"며 발언 기회를 얻고는 "마시던 물에 침 뱉고 돌아서는 것은 현명한 분이 할 행동은 아니다. 이상이다"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당을 떠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전날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국민의힘에) 애정이 없다"며 당 중진들을 "정당을 왜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공개 비판한 일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소위 당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단일화를 앞두고 우리 당 후보를 내는 데 관심이 없었다. 이런 행동을 보고는 선거 끝나고 바로 당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의힘엔 절대로 (다시) 안 갈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안 갈 것 같다. 저 아사리판에 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라며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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