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가 봐도 일반론…'탄핵' 용어는 부적절"
윤 전 총장은 신 정무실장 등 캠프 안팎에 자제를 당부하면서도 인사조치 등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세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정치를 하게 된 것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며 "이를 위해서는 당의 화합과 단결이 절실하다. 제가 캠프 모든 분들에게 '당의 화합과 단결에 해가 될 만한 언동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일각에서 신 실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본인이 잘못된 일이라고 사과한 이상 지켜보겠다"고만 했다. 그는 "제가 봐도 '어느 누구도 법과 원칙, 규정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는 일반론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탄핵'이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논란의 불씨가 된 18일 토론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그 부분은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은 후보들과 당 최고위, 캠프 입장 등을 종합해서 늦지 않게 결정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이준석의 '소나기 SNS'…휴가 중 4회 글 올리며 尹측 비난
앞서 휴가 중인 이 대표는 이날 SNS에 글을 4차례나 연이어 올리며 탄핵 발언 논란을 크게 키웠다. 이 대표는 이날 아침 6시반경 "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며 "대선을 앞두고 당 대표를 지속적으로 흔든다"고 신 실장을 겨냥했다. 이어 오전 8시반경에는 "지금까지는 보이콧 종용 사태 때도 '캠프 내 직이 없는 중진 의원들의 일탈 행동'이라고 회피했는데 캠프 내 주요한 직에 있는 사람들의 부적절한 언급에 대해서 어떤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가 있을지 보겠다"며 신 실장에 대한 캠프 차원의 조처를 요구했다. 이 시점에서 이미 '윤석열-이준석 갈등' 프레임은 일파만파 번졌다. 이 대표는 그러나 다시 9시반경 올린 글에서 "지도부 없을 때 (했던) 입당 직후부터 뭐가 그리 잘못돼서 당내 행사 보이콧 종용을 하고 이제는 탄핵 거론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 '탄핵 이야기를 꺼냈다'는 말의 주어는 신 실장이지만, '입당'은 윤 전 총장이 했다. 오후 2시, 오전에 '이 대표를 겨냥한 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던 신 실장이 재차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당과 당 대표께 부담을 드리게 된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그 직후 "언론에서 '탄핵 발언'에 대해서 사과 전화나 연락이 왔냐는 문의가 많은데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 없었다. 전화, 문자 일절 없다"는 글을 올렸다.진중권 "이준석이 과잉해석…없는 갈등을 만든다"
신 실장의 '탄핵' 발언이란, 그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방송 진행자에게 '유승민 캠프에서는 당 대표 결정대로 토론회를 해야 된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 당 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대한민국 대통령이라 해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것 아니냐"며 "(토론회 개최는) 제도적 근거도 없고 관행상으로 그런 전례도 없다"고 했던 것을 말한다. 방송 진행자 중 한 명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현장에서 들었을 때는 그냥 일반론을 얘기한 것으로 들렸는데 자고 일어나니 뉴스가 되어 있다"며 "인터뷰 자리의 누구도 그 말을 '이준석 탄핵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글을 SNS에 남겼다. 진 전 교수는 "다소 당혹스럽다. 이 대표가 과잉해석한 듯하다"며 "대표의 역할은 당내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지 생성하는 게 아니다. 있는 갈등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데 없는 갈등을 만들어내니 원"이라고 혀를 찼다. 그는 "아무튼 이 대표 귀에 기분 나쁘게 들렸다니 일단 신 실장이 사과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짓는 게 좋을 듯하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라고 신 실장에게 '져 주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李의 노림수, '경선 사전토론회' 수세 탈출용?
앞서 이 대표는 '경선 사전토론회' 문제와 관련해 수세에 몰려가고 있었다. 최고위 구성원 가운데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재원·조수진 최고위원은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반대·우려 의사를 표명했고, 배현진·정미경 최고위원도 반대에 가까운 입장으로 알려졌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정책위의장과 청년위원장을 빼면 사실상 선출직 전원이 반대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이 대표에게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이날 오전 <뉴스1> 인터뷰에서 "경선도 하기 전에 경준위가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하는 건 자기들의 존재 가치를 표시하기 위한 일일 뿐"이라며 "군소 후보들을 알리고자 한다면 경선이 시작하고 나서 알리면 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신 실장이 출연한 CBS 라디오 방송은 전날인 11일 오후 6시반부터 8시까지였다. 김 전 위원장의 인터뷰는 12일 오전 6시경 발행됐다. 이 대표가 신 실장의 '탄핵' 발언에 비난을 퍼붓기 시작한 것은 그 30분 후부터다.최재형 참전 "당 대표와 유력후보 갈등 바람직하지 않아"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 전 총장을 겨냥하고 나섰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와 가장 유력한 후보의 갈등이 빚어지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당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이어 이날 오후 최재형 캠프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대출 의원은 "윤석열 예비후보의 정무실장이란 분이 느닷없이 '당 대표 탄핵론'을 꺼내들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고 신 실장을 비난했다. 박 의원은 "느닷없이 왠 당 대표 탄핵론인가. 탄핵이란 말의 무게를 진정으로 모르나"라며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으로 유감이고, 개인의 일탈이라고 넘기기에는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아름다운 경선에 찬물을 끼얹은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갈등을 마무리짓기 바란다"고 했다. 박 의원은 그런 한편으로 "특정 후보 측 인사는 당 최고위원에게 '(친윤) 감별사' 운운하고, 당 대표는 모 후보가 대통령 되면 지구를 뜬다는 말까지 한 동영상이 나돈다"면서 "당 지도부와 경준위가 권한 남용 논란을 자초하는 것 역시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 대표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이번 경선을 '당 대표 주도 경선'으로 만들지 말고 주연 배우들이 빛나는 경쟁무대로 만들어 달라"고 말해, 최재형 캠프 역시 '경선 사전토론회'에 대해서는 윤석열 캠프와 마찬가지로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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