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대통령 직속 '비정규직 권리 보장 위원회'를 설치하고 취임 100일 안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 한국금융연수원 인근에서 연 '새 정부 국정요구 선포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의 공약이나 말에선 비정규직이라는 단어조차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으며 "취임 100일 이내에 공공과 민간 전체를 아우르고, 플랫폼 노동, 기간제, 단시간, 간접고용, 특수고용 비정규직 전체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대통령 직속 비정규직 권리 보장 위원회'를 설치해 노동조합과 (비정규직 문제를)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의 지적대로 윤 당선인의 20대 대선 공약집에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와 연관된 공약은 "공정사회"의 하위 항목인 '노동권 보호 사각지대 해소'에 "플랫폼종사자 등 모든 노무제공자의 권리 보장",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등 다소 추상적이거나 부분적인 형태로 제시돼있다. "노동개혁"의 하위 항목인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노사관계 추진'에도 "대기업 집단, 원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공동노사협의회 운영 활성화"가 있지만, 공약의 초점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아닌 "협력적인 노사관계 기반 구축"에 맞춰져 있다. 선거 기간 윤 당선인의 발언에서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적극적 해결의지를 찾기는 어렵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9월 경북 안동에서 가진 안동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임금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발언해 고용, 복지, 노조할 권리, 산업안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받는 비정규직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간담회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해 "청년들이 공정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을 게 당연하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자신이 이야기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선거 기간 윤 당선인의 행보는 오락가락했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은 지난 7일 경기 지역 유세에서 "하청 근무를 하거나, 파견이거나, 정규직이거나 비정규이거나 같은 노동을 하는 사람은 같은 보수를 받는 게 공정하고 정당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등 8개 학술·시민사회 단체가 지난달 14일 발표한 정책질의 답변서에서 윤 당선인은 근로기준법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명시하는 방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관련기사 : 또 '강성 노조 탓' 한 윤석열 "왜 같은 일하고 정규직만 고소득 받나")
이윤희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윤석열 당선자의 생각은 무엇이냐"며 "우리 사회의 핵심 과제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대통령 당선자의 생각을 알 수 없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 불행"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비정규직이 무엇인가. 복잡할 것 없다. 정규직과 달리 고용이 불안하고 정규직과 달리 임금 등 처우가 다르고 차별받는 노동자"라며 "윤석열 정부가 이들에 대한 차별 해소 요구를 이런저런 핑계로 외면한다면 비정규직 투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공공운수노조는 차기 정부 우선 실행 과제로 △ 기획재정부 전면 개혁 정부조직법 개정 △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독립성과 민주성 강화 △ 교통기본법 제정 등 교통 운수 공공성 강화 로드맵 마련 △ 사회서비스 국가책임 강화 예산제도 개선 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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