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핵사고 36년을 맞아 전국의 환경단체들이 국내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반대,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6일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등 환경단체들이 함께하는 탈핵시민행동은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체르노빌 핵 참사를 기억하며 한국의 핵발전 정책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국장은 "36년 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지금까지도 생명이 머무를 수 없는 땅이 되었다"라며 "지금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체르노빌 지역에 주둔했던 러시아 군인들이 방사능에 노출되었다는 소식도 있다"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 100킬로미터(km) 인근인 체르노빌 원전 지역을 점령했다. 이후 약 한 달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원전의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넘겨줬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부근에서 가장 방사능 오염이 심한 지역인 '붉은 숲'을 보호 장비 없이 통과했다는 증언이 전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핵 안전, 보안, 안전조치 요원들은 4월 26일부터 체르노빌에 머물며 중요한 장비를 전달하고 방사능 관련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핵발전은 건설하는 순간 뿐만 아니라 후세 아이들까지도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라며 "체르노빌 인근 벨라루스를 비롯한 사고 지역에는 여전히 수천 베크럴이 넘는 방사능이 검출된다"라고 말했다. 체르노빌을 포함한 원전 사고 지역에서는 사고 이후 수십 년이 흘러도 방사성 물질이 지속해서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쿠시마의 경우, 원전 사고 이후 11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해 방사성 물질이 식품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민단체의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원전 강국'을 내세웠던 윤 당선인의 원전 공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환경운동연합 송주희 활동가는 "윤 당선인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닌 노후원전 수명연장, 원전 비율 확대로 추진되고 있다"라며 "지금도 처리할 곳이 없어 원전 부지에 쌓아놓은 핵폐기물의 대책 없이 핵발전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0일 '원전 계속운전 신청시기'를 확대해 임기 내 수명 연장이 가능한 노후 원전을 18기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기존에는 설계수명 만료 이전 2~5년 전부터 상업 운행 신청이 가능했지만, 이를 5~10년으로 확대해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을 임기 내 추진하는 내용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25일 '미래 먹거리산업 신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소형모듈원전(SMR)을 새로 육성할 첨단 산업으로 꼽은 바 있다. 탈핵시민행동은 "새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신규 핵발전 사업을 재개하고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꾀하고 있다"라며 "윤 당선인이 들어야 할 것은 산업의 이익만을 염두에 둔 원전 산업계의 호소가 아니라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비극과 고통의 소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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