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20시간 '부릴' 자유 마련하겠다?
이 장관은 우선 주 52시간제를 두고 '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하게 줄"여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편 필요성을 시사했다. 해당 사례로 이 장관은 "정보통신(IT)‧소프트웨어(SW) 분야 등 새로운 산업이 발달하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별‧업종별 경영여건이 복잡‧다양해지는 만큼,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영계)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그 대안으로 작년 4월 유연근로제가 보완됐으나 "활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현장에서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는 특별 연장 근로를 불가피하게 요청하는 실정"이라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경영계가 일방적으로 요구한 노동 시간 연장 필요성을 노동부 장관이 시사했다. 아울러 주 120시간 '부릴' 자유를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관을 반영한 언사로 해석된다. 특히 이 장관은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1500시간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 근로시간 단축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동시간을 더 줄여야 하는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 노동관에 맞춰 사실상 노동시간 연장 필요성이 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편 셈이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이 장관은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운영방법과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 장관은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방식을 노사 합의에 따라 변경 가능하도록 개정하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적정 정산기간 확대 등을 추진하며 △스타트업과 전문직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연공제 폐지 선언
이 장관은 연공제 폐지에 나서겠다고도 선언했다. 이 장관은 "작년 기준 우리나라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급 운영 비중이 55.5%이고 1000인 이상인 경우 70.3%"라며 "연공성이 매우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제도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우리나라의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2.87배로 연공성이 높다는 일본(2.27배)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 보상시스템은 '공정성'을 둘러싼 기업 구성원 간 갈등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개인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노동자 역시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면서 현재 일한 만큼의 보상을 현시점에서 정당하게 받기를 원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이 장관은 초고령사회로 한국이 진입함에 따라 연공제를 폐지해야 "장년 근로자가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며 연공제 폐지가 불가피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은 "청년과 여성, 고령자 등 모든 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과 확산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미국 오넷(O*net)과 같이 풍부한 임금정보를 제공하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넷은 미국의 800여 개 직업의 임금 정보와 수행하는 직무, 그 자리에 필요로 하는 능력 등을 제공하는 노동 관련 포털이다. 이 장관은 아울러 △개별 기업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확대하고 △우리나라 임금제도 실태 분석을 하는 한편 △해외 임금체계 개편 흐름을 토대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를 선정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또 임금피크제와 고령 노동자 계속 고용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 발굴에도 나설 것이라고 이 장관은 덧붙였다.노동자 출신 장관 "노조 '불법행위' 엄정 대응"
이 장관은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노동시장은 법‧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의식과 관행의 개선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하다"며 "신뢰의 토대인 공정한 룰이 원칙있게 지켜질 수 있도록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사 불문 엄정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이번 정부 개편안에 대한 노동계 반발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노동계는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관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예정됐다. 다만 해당 집회는 경찰이 이미 불허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조치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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