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미래혁신포럼 활동을 재개한 날, 이준석 대표는 최재형 혁신위원장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묘한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이 대표는 '윤핵관'들을 '반(反)지성', '공성(攻城) 대상'으로 지목하며 날을 세우는 동시에, 자신이 보수진영에 10년 만에 등장한 '선거 승리를 이끈 당 대표'라는 점을 한껏 부각했다. 이 대표가 주도해 출범시킨 혁신위는 이날 공천 과정을 혁신 작업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의 징계 시도, 안철수 의원과 '윤핵관' 그룹의 제휴, 최고위 내의 리더십 위기까지 사면초가에 몰린 이 대표가 최 위원장과 손을 잡고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당내 친윤계와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이 대표는 27일 최 위원장이 주최한 '반지성 시대의 공성전' 세미나 축사에서 당이 "공성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이들 중 하나로 "언론에 익명으로밖에 이야기하지 못하는 분들"을 꼽으며 '윤석열 핵심 관계자'로 언론에 발언이 인용되는 이들을 공격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 대선 승리와 지방선거 승리를 일궈냈다"고 주장하며 자신감을 보이는 동시에 자신이 당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직전에 마지막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게 2012년 총선과 2008년 총선"이라며 "그런데 그 선거들은 바람을 타고 된 선거이거나 아니면 인기 높은 지도자,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 (등의) 영도 하에 개인적 팬덤이 크게 작용한 선거였다. (반면) 지난 대선과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힘 이하 모든 정당이 아젠다를 가지고 공세적 입장을 취해 상대 영역을 오히려 개척해 우리 영역으로 만들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제안해 지난 23일 최고위원회 의결을 얻어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도 이날 국회에서 1차 회의를 열었다. 회의 전 모두발언에서 최 위원장은 "지난 대선과 지선, 보궐선거에서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무거운 책임을 맡겨줬다"며 "우리 당을 둘러싼 환경은 나날이 변화한다. 우리 당도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고 밥그릇을 놓고 다투는 모습으로 비춰지면 국민들이 언제 싸늘하게 바뀔지 모른다"고 해 혁신위 출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의 추천으로 혁신위에 합류한 천하람 혁신위원은 "혁신위원들이 혁신위 때문에 당이 시끄러워지는 걸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한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라며 "시작 전부터 (혁신위를) 권력 갈등 도구인 것처럼 폄하하는 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혁신위가 이에 굴복해 아무 풍파 없이 지나가면 실패한 혁신위가 될 것"이라고 해 혁신위로 인한 당내 갈등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혁신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활동기한을 연말까지로 하고 당 혁신에 필요한 의제를 선정한 뒤 의제별 소위원회를 두는 형태로 혁신위를 운영하는 데 합의했다.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일반 국민을 상대로 당 혁신 관련 설문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최 위원장은 '혁신위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현 공천 제도의 문제점이 뭐냐'는 질문에 "혁신위원들이 워크숍을 하기로 햇는데 이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공천 시스템이 뭔지에 대해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혁신위가 공천 문제를 다루는 데 대해 친윤계를 중심으로 당내 저항이 적지 않지만,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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