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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앞지른 '폭염 시대'…"탄소 배출 절감 없으면 유럽 기온 5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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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앞지른 '폭염 시대'…"탄소 배출 절감 없으면 유럽 기온 50도" '연료난' 서방은 화석연료로 퇴행중…기후법안 좌초된 미국 '기후비상사태' 선포 가능성
영국 기온이 최초로 40도를 넘어서고 유럽 전역의 산불과 폭염으로 1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대피하는 이상 고온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지목되며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 절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료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은 석탄 발전을 늘리고 석유 증산을 촉구하며 화석연료로 더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각) 남동부 링컨셔 코닝스비 지역에서 최초로 영국의 기온이 40도를 넘긴 가운데 영국 기상청은 "최근 수십 년 간 극단적 더위의 빈도·지속기간·강도가 증가한 것은 지구 온난화와 명확한 연관이 있다"며 폭염의 원인으로 온난화를 15일 지목했다. 지난주에만 360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고 전국 20여곳에서 타오르고 있는 산불 진화에 애를 먹고 있는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도 18일 산불 현장을 방문해 "기후 변화는 사람·생태계·생물다양성을 죽인다"며 이상 고온이 기후변화에 근거한 것임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의 빈도와 강도·지속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직접적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기후분석과 선임과학자 케빈 트렌버스는 "포르투갈·스페인·프랑스와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불에 기후변화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기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기온이 높아지고 건조해진다. 따뜻한 공기는 식물에서 수분을 빨아들인다"고 미국 매체 <살롱>에 설명했다. 미국 국립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서 기후변화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마이클 웨너 선임 과학자는 산불의 원인으로 여러 요인이 고려될 수 있으므로 "'기후변화가 이 산불을 일으켰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기후변화가 산불을 더 빈번하게 발생시키거나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19일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봤던 학자들도 이번 폭염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너무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2020년 이미 온난화로 인해 영국의 기온이 40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한 영국 기상청의 피터 스콧 교수는 이날 "충격"을 받았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불과 2년 전에 "낮은 확률"로 예측한 고온이 닥치면서 그는 "극단적 고온 위험이 우리 이전 계산보다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프랑스 소르본대 로버트 보타드 교수는 "프랑스의 기온이 향후 수십년 내로 50도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대륙에서 이미 최고 기온이 50도 가까이 오른 나라들은 50도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지난주 포르투갈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기온 47도를 기록했다. 유럽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 온 폭염과 산불의 근본 원인이 기후 변화라고 지적되는 상황에서 기후 위기에 맞선 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가디언>에 영국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것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40도 기온이 "일반적 현상이 될 건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드문 현상이 될 건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온실가스 배출이 멈출 때까지 폭염은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 클로크 리딩대 수문학 교수는 이번 폭염은 "기후 위기에 울리는 경종"이라며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고 기록을 깨고 있는 극단적 기후와 높은 에너지 가격 충격이 지도자들에게 한차원 높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앞서 18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도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집단 자살"이라며 각국의 조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각국의 "화석연료 중독"을 강하게 경고했음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연료난에 직면한 유럽 각국은 오히려 석탄발전소를 부활시키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독일· 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은 유휴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생산량 한도를 늘릴 방침을 밝혔다. 유가가 오르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에 석유 증산 요청도 빗발치고 있다. 화석연료 가격이 오르면 대체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후 운동의 희망마저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시 폭염과 산불이 빈발하며 현재 1억명 가량의 인구가 폭염 주의보 및 경보 아래 놓여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지난달 말 연방대법원이 미 환경보호청(EPA)의 석탄발전소 온실가스 배출을 광범위하게 규제할 권한이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온 태양광·풍력발전 등 대체에너지에 대한 지원과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등 기후변화 대응 방안이 포함된 이른바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의 반대로 사실상 좌초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BBB 법안이 좌절되면 2030년까지 2005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다만 19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직권으로 기후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다. 각국이 기후 관련 책임있는 대응 대신 "서로를 헐뜯는 데만 골몰"하는 동안 피해는 커지고 있다. 7월 평균 최고 기온 22도 정도로 에어컨이 있는 가정도 거의 없고 무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영국에서 폭염을 피해 강이나 호수에 뛰어들어 사망하는 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미 지난 주말부터 유사한 사고로 적어도 4명의 청소년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18일 20살 남성이 남부 코츠월드 호수공원에서 익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이 17~20일 4일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1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19일(현지시각) 프랑스 북서부 브리타니 지방에서 일어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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