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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찾기위한 고통과 사투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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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가족 찾기위한 고통과 사투가 시작됐습니다" [이태원 참사, 끝나지 않는 이야기] 고 이주영 씨 아빠 이정민 씨 국정조사 공청회 발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상처난 마음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보단 아픈 상처부위를 건드리고 헤집기 일쑤다. 일부에서는 "놀러 가서 그렇게 된 일을 왜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느냐"고 그만하라고 이들의 등을 떠민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길거리, 국회, 대통령실을 부유한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어떻게, 언제,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고 싶다는 이유가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1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상인 1명은 국회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 참석해 참사에 대해 증언했다.이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구구절절했다. <프레시안>에서는 이들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이들이 겪는 슬픔, 그리고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다. 아래는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 씨 아빠 이정민 씨 발언 전문.

※기사를 보기 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진술서 전문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의 현장과 참사 경험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딸 이주영 아빠 10.29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입니다. 제 딸은 저녁 식사 후 9시 30분경 핼로윈 축제를 잠시 구경하려고 이태원을 들렀습니다. 그러나 많은 인파 때문에 포기하고 지하철을 타러 이태원역 1번 출구로 향하는 길에 제 딸은 참사로 희생되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11시 30분쯤에 정신없이 이태원역으로 갔습니다. 딸을 포함한 46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는지 살아있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이태원 1번 출구 옆 상가 건물 안에 누워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워있던 제 딸과 희생자들이 구조대원으로부터 제대로 도움을 받았었는지, 받지 못했다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런데 국정조사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도 저는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정조사를 시작하기 전 우리 유가족들은 최소한 희생자들이 언제 어떻게 사망하였고 국가로부터 어떠한 조치를 받았는지 밝혀달라고 했습니다. 유가족으로서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순간이 어떠했는지, 정말 살릴 수 없었는지, 아니 애초에 왜 참사를 막기 위한 대비를 국가가 지방자치단체가 하지 못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제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닙니까. 기대했던 진상규명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희생자들이 이태원에서 다목적체육관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체육관 앞에 유가족들이 모여서 애타게 희생자들을 찾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신원을 확인조차 하려 하지 않았고 실종자 신고를 하라고 합니다. 가족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체육관으로 모아둔 희생자들을 갑자기 개별 병원으로 다 분산시켜 보내버렸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유가족들은 가족을 찾기 위한 고통과 사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부에서 희생자들을 강제로 실종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유가족들에게 최소한 설명이라도 해야 되는데 어떤 이유로 누가 왜 그런 조치를 한 것입니까? 답해주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왜 희생자를 찾아온 유가족들을 막았나요? 왜 기자들이 알고 있는 희생자 병원 이송 위치를 유가족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희생자를 찾아 헤매는 유가족을 기자가 정보를 알려주어 병원을 찾아 희생자를 만나야 했나요? 기관보고나 청문회에서 아무도 제 의문점을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희생자들이 현장에서 사망했는지, 이동 중에 사망했는지, 병원에 도착해서 사망했는지, 희생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없었는지, 참사 발생 이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참사를 대비하기는 한 것인지, 최소한의 설명조차 없었습니다. 왜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희생자들의 옷을 모두 탈의시키고 시급하게 검시가 이루어졌고 마약 이야기를 했으며 유가족들에게 의사 확인도 없이 분향소를 운영했는지. 대비와 대응이 왜 그리 난장판이었는지. 행안부, 서울시, 경찰 등 책임자들은 왜 그리도 모르는 게 많고 제출하지 않는 자료가 많은지요. 참사 이후 컨트롤타워라는 국무총리는 출석도 안 했습니다. 중대본 뭐했습니까? 존경하는 여당,야당 의원 분들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를 하기는 한 것입니까? 뉴스를 보니 특수본은 윗선 수사를 하나도 안 한다고 합니다. 국정조사에서는 다들 모른다고하고 허위 증언을 하기까지 합니다. 출석할 때마다 책임자들이 사과드린다고 하지만 정작 유가족들에게 책임을 인정하고 후속 대책을 약속하는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넨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책임자들의 형식적 사과는 위패 없는, 희생자 없는, 유가족 없는 분향소에 대한 조문과 마찬가지로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 뿐입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진 진실이 일부는 있겠죠. 그런데 우리 유가족들은 국정조사가 끝나가는데도 의문투성이입니다. 제 일부 의문점만으로도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유가족들이 가지는 의문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진정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정권이나 윗선의 눈치를 보지않는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필요합니다. 유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조사기구가 필수적입니다. 국정조사와 특수본 수사로 유가족들이 납득할 만한 진상규명이 불가함을 이미 확인했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이,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유가족들이 억울함 없이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서라도 독립적인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은 필요합니다. 그래야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게 떳떳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 모든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서 우리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우상호 위원장님을 비롯한 여야 국조특위 위원님들,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야의 정쟁으로 흘러가지 않는 오로지 진실규명만을 위한 조사기구를 통해 유가족들의 의구심이 모두 해소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국정조사를 위해 힘써주신 특조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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