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상처난 마음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보단 아픈 상처부위를 건드리고 헤집기 일쑤다. 일부에서는 "놀러 가서 그렇게 된 일을 왜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느냐"고 그만하라고 이들의 등을 떠민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길거리, 국회, 대통령실을 부유한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어떻게, 언제,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고 싶다는 이유가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1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상인 1명은 국회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 참석해 참사에 대해 증언했다.이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구구절절했다. <프레시안>에서는 이들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이들이 겪는 슬픔, 그리고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다. 아래는 참사 희생자 고 이지한 씨 아빠 이종철 씨 발언 전문.
※기사를 보기 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진술서 전문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의 현장과 참사 경험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지한이 아빠,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종철입니다. 지금 이정민 부대표님께서 존경하는 국조특위 위원님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감사를 드려야 될지 말아야 될지 난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유가족협회회를 대표해서 감히 몇 말씀 올립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수년간 이루어진 축제에 들렀다가 159명이 희생되었습니다. 거리를 지나가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하게 되었습니다. 유가족협의회 가족분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한 분, 한 분 너무 사랑스럽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159번째 희생자분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참사 현장에서 겨우 살아남은 고등학생 희생자분에게 10월 30일 경찰이 병원으로 찾아와 부모의 동석을 허락하지 않고 조사를 50분 동안 했다고 합니다. 이후 복지부 직원이 다시 30분만 상담을 하자고하여 부모 동석 하에 허락을 하였지만 병원 일정상 하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그것은 성폭행을 당한 미성년자에게 보호자 없이 따로 경찰관이 불러서 그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세세하게 얘기해 달라고 하면 그건 그 미성년자를 또 한 번 죽이는 일입니다. 그 얘기를 듣고 도저히 저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어요. 정부의 부재 속에 희생된 친구를 모욕하는 온라인 글에 고통받는 등 2차 가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희생자의 가족들은 10.29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아니라며 원스톱지원센터로부터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도 들었다고 합니다. 정부의 기준이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참사 앞에 희생자도 유가족도 모두 빠져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왜 한 명도 없습니까? 지금도 많은 유가족들이 2차 가해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을 계속 방치할 것입니까? 특수본의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대규모 인파가 매번 모이는 핼러윈 축제 때 무책임하게 휴가를 떠나 술을 마셨다는 경찰청장, 재난안전관리에 총괄적인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 대규모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대비하고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대응을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는 서울시 관계자들. 모두 소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의견을 묻거나 브리핑을 하는 등의 조치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수사를 종결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조사에 기대가 있었습니다. 너무 기대를 했던 것일까요. 국정조사를 지켜보며 우리 유가족들은 오히려 실망감과 좌절감을 크게 느꼈습니다. 허위부실자료를 제출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기관들, 출석조차 하지 않는 국무총리,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기관들, 허위로 답변하거나 책임회피식 답변을 하는 증인들. 너무나 좌절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더욱 좌절스러운 부분은 피 같은 국정조사 시간에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쟁을 위해 질의하는 일부 위원님들의 질의나 태도였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자 봉사자입니다. 모 의원님, 대통령, 정부를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 계신 것이 아닙니다.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일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국정조사 공청회 때 한마디라도 더 말하고 싶었던 가족분들이 많았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23명의 증인신청을 하였지만 결국 합의하에 12명으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왜 증언을 안 들으려고 하시는지,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증인 수를 계속 축소하고 녹음본조차 못 하게 하고 이런 것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입니까? 피해자를 위한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맞습니까?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진상규명이 되어야 유가족들은 비로소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답변과 허위진술로 점철된 국정조사로 인해 유가족들은 이후에도 진상규명을 외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두렵지만 사랑하는 이들의 가족으로서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미흡한 진상규명 결과 납득할 수 없습니다. 진상규명은 정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당연히 국가가 유가족들에게 보장해야 할 권리입니다. 따라서 국정조사 이후에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절차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가족들의 절박한 호소에 국회가 응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난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님들이 행정부를 잘 감시해서 이 모래성 같은 행정부와 경찰청 조직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시고 꾸짖고 일 못하는 분들을 처벌해 주셨으면 이런 참사는 없었습니다. 국회의원님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행정부를, 국민들을 위해서 진심으로 일할 수 있는 그런 공무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의원님들이 힘써주셔야 됩니다. 전쟁 발생 시에 그때도 여야가 총으로 쏴야 되는지 대포로 쏴야 되는지 싸우실겁니까? 전쟁이 발생하면 여야가 한 팀이 돼서 적과 힘을 한 군데로 모아서 싸워야 되는데 그때도 총으로 쏠지 대포로 쏠지 싸우시면 안 됩니다. 국민들은 여러분들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왜? 우리를 지켜주실 분들이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매년 5년 동안 이태원 핼러윈축제에 200명씩 배치가 됐다고 했었는데 올해는 왜 그게 지켜 지지 않았는지, 그 200명이 어디로 갔는지, 대통령 관저를 경비하러 갔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사실이 더 많지만 국정조사를 통해서 저희 유가족들은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너무 큰 기대를 하다 보니 실망도 너무 컸습니다. 국조특위 위원님들 그리고 대한민국 국회의원 여러분들. 저희 국민들을 위해서 아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국민들을 위해서 이런 대형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유가족들이 보는 방향을 같이 똑같이 여야 의원님들이 똑같이 바라보시고 우리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 뒷다리는 잡지 마시고 힘이 드시면 앉아서 같은 방향만 바라봐주셔도 저희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정쟁의 도구로 절대 딜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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