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 전세사기 종합대책의 6개 피해자 인정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에 대해 "물건만 보면 딱딱 떨어지는 것"이라며 "당연한 요건"이라고 반박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국가가 보증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앞이 캄캄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원 장관은 28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자신이 발표한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에 대해 "1, 2, 3번은 계약이 있을 것, 경매에 넘어갔을 것, 서민 주택일 것, 이런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물건만 보면 딱딱 떨어지는 것"이라며 "그 다음 4, 5, 6번이 다수일 것, 사기 의도가 있을 것,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것인데 이것도 사실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설정한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은 △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개다. (☞관련기사 : 정부, 전세사기 대책안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부여" … "피해자 걸러내기" 반발도)
'전세사기 피해 보증금을 국가가 지원할 수는 없나'라는 질문에 원 장관은 "사기 피해에 대해 국가가 가입해서 피해 금액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못받으면 세금 부담을 하는 제도는 현재 있지도 않고 선례를 만들 수도 없다"며 "이런 제도는 우리 헌법의 권리체계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다. 무엇보다 국민 합의가 뒷받침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보증금을 바로 직접 돌려주는 부분은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선이라고 본다"며 "예를 들어 주가 조작 피해, 보이스피싱 피해, 당근마켓 (중고 거래 사기) 피해 이 부분들에 대해 국가가 피해자는 다 평등한데 누구만 사기 피해를 국가가 대신 내줄 거냐. 이런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다급하고 앞이 캄캄하고 이런 심정은 이해하지만 국민들의 건강한 상식과 우리 어떤 형평, 우리 질서에 봤을 때는 조금 무리가 따르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IMF 때 정부가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매입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원 장관은 "부실 채권 인수에는 전제가 있다. 부실 채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다 자른다. 경영 책임 묻는다"며 "그 다음 부실 채권은 나중에 회수될 수 있는 비율을 봐서 할인을 한다"고 답했다. 그는 "미추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채권을 거기다 넣어서 최고로 얼마까지 벌 수 있나 평가를 해보라고 하니 10%가 나온다"며 "8000만 원 보증금이면 800만 원을 주고 채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피해 보증금 채권을 국가가 매입한 뒤 사기 범죄자들의 은닉재산을 찾아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없나'라는 질문에 원 장관은 "은닉재산 찾으면 안 그래도 피해자들한테 돌려주도록 돼 있다"며 "그런데 그건 언제 돌려받을지 모르는 확률 계산도 안 되는 그것(피해 보증금)을 국민 부담으로 떠넘기겠다는 이야기로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따지면 보이스피싱도 범인들 잡아서 나중에 찾아오고 (국가가) 다 물어줘야 된다"라고 반박했다. 원 장관은 이날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를 위해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전세사기는 제도 결함 등 원인에서 비롯된 사회적 재난이기 때문에 보증금 지원 검토가 필요하다'는 야당 의원들 주장에 대해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 앞으로 사회적 원인으로 벌어지는 사기는 전부 사회적 재난인가?"라고 맞섰다. 그는 "주가 조작도 (국가가) 대납해야 하나?"라며 "국가 대납 제도를 수많은 사기 유형에 적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원 장관은 "대한민국에서 사인, 법인 간의 거래 관계는 사적 자치, 자유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 게 원칙"이라며 "위험에 대해 세입자가 판단하게 돼 있는데 (사인 간) 사기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일(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전세사기 종합대책에 대해 "엉성하고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며 "사태 해결의 핵심인 보증금 지원 방안은 또 제외됐다"고 질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무려 6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되는데, 전세 사기 피해자 중에 기준을 충족하는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될지 매우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과 간담회를 할 때 '3억 이하 (보금증 주택)만 해당이 된다는 것을 해지해달라. 3억 이상 전세보증금 떼인 사람도 피해자다' 이러면서 울며 사정하던 분들을 정부 당국자들은 못 보거나 아예 잊어버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초 부자들에게는 수십 조 원씩 턱턱 인심을 쓴다. 그런데 목숨을 잃는, 목숨 같은 보증금을 때인 이 국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왜 이리 인색한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보증금 보전 문제 등을 포함해서 정책이 포함된 전세사기 특별법을 5월 임시국회에서 최대한 조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도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런 안일한 대책으로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정부 전세사기 종합대책을 비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에 대해 윤 의원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며 "(사기) 의도를 어떻게 증명할 것이며, 다수의 피해자는 몇 명이며, 보증금의 상당액이 몇 퍼센트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제 대상자 중 일부 대상자를 누락시킬 수 있다"며 "'대항력·확정일자가 있는 임차인'의 경우, 이미 경매에 넘어가서 낙찰까지 되어 버린 대상자는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또 면적이나 보증금이 서민주택을 조금 넘어가는 임차인은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라고 했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매수금을 빌려주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안일한 발상"이라며 "대부분의 피해자는 자금의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자금을 빌려준다고 해도 담보부족이나 낮은 신용도 등으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지금이라도 LH가 별도로 기금을 조성하거나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하고 임차인의 보증금 채권을 분할 상환해 주는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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