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목숨을 끊은 담임교사 A 씨가 생전 학부모 민원과 관련해 학교에 10차례 상담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 측은 이번 사태의 핵심적인 문제로 지목된 '연필 사건' 또한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27일 국회 교육위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공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숨진 서이초 교사 A 씨는 지난해만 2번, 올해엔 8건 학교에 상담을 신청했다. 모두 '학부모의 민원으로 인한 상담 신청 내용 및 내역'이다. 10차례의 상담은 지난해 5월부터 A 씨 사망 직전인 올 7월까지 이어졌다. 특히 올해 들어선 3월에 1번, 4월에 3번, 6월에 1번 상담 신청이 있었고, A 씨가 목숨을 끊기 직전인 7월에도 3번의 상담이 이뤄졌다.
7월 13일자 상담 기록을 살펴보면, A 씨는 '학급의 C 학생이 D 학생과의 실랑이 중 이마를 연필로 긁혔다'는 내용의 연필 사건을 학교 측에 보고했다. 이에 학교 측은 가해-피해 학생의 학부모들 간 만남을 주선했다. 이후 A 씨는 사건이 "원만히 해결되었다"고 보고했지만, 같은 달 다시 상담을 요청해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 당시 학교는 A 씨의 이 같은 도움 요청에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고"만 권유했다. 또 다른 7월 상담 기록을 보면 A 씨는 학급의 B학생과 B학생 학부모에게 "선생님 잘못"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어 힘들어하기도 했다. A 씨는 학교 측에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들으니 본인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이에 학교 측은 "절대 선생님 잘못이 아니다", "학생의 상담 치료가 절실하다"는 등의 상담을 진행했지만, 해당 민원을 막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았다. 10개 상담 기록 전체에서 학교 측이 A 씨에게 권유나 조언, 위로가 아닌 실질적 조치를 취한 경우는 △기초학력협력강사가 배정된 시간이 아니더라도 교무실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안내 △학급에 학습지원튜터(보조교사)를 추가적으로 지원할 예정임을 안내 △안전공제회 비용 청구를 안내하는 정도에 그쳤다. 2년차 담임교사인 A 씨는 앞서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교사노조는 A 씨 동료 근무자들의 제보를 받아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및 업무과중 등이 A 씨 사망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과 교육당국은 서이초 교사 및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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