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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어머니에게 안아달라 말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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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어머니에게 안아달라 말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입양인이 고발한 국제 입양의 문제점

여자는 성장 과정에서 친부모와 접촉할 수 없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과거에는 성장 환경이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전자도 성장 환경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유전자는 친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포함한다.

여자는 자신의 친모의 성격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만약 여자가 친부의 성격을 물려받았다면 여자의 삶은 더 쉬워졌을지도 모른다.

여자는 친부의 성격을 물려받았다면 삶이 더 쉬워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성장 과정에서 친부모와 접촉할 수 있었다면 더 쉬운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친부모 밑에서 자랐더라면 더 쉬운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친부모 밑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와 닮은 사람들 밑에서 자랐더라면 여자의 삶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여자가 스스로를 반영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람들. 여자는 셋째언니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아스트리가 무척이나 놀랐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스트리는 여자와 여자의 셋째언니가 걷는 모습이 너무나 닮았다고 말했다.

여자는 자신이 단 한 번도 친부모와 함께 산 적이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지금도 여전히 친부모의 집에서 잠을 잤던 날을 기억한다. 여자는 바닥에 자던 친모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여자는 친모와 함께 자는 것은 그리워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서른이 되어서 어머니와 같은 요 위에 누워 자는 일을 그리워하는 것은 일반적이라 할 수 없다. 여자가 자신의 그리움을 토로했을 때, 로랑은 그것이 일반적이든 아니든 스스로 마음이 편하면 되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갓난아기가 어머니와 떨어져 사는 것도 일반적인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여자는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한다. 서른이 되어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는 것은 일반적이라 할 수 없다.

여자는 자신이 서른이 되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것난아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약 여자가 갓난아기라면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울 것이다.

여자는 자신이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어머니의 입장에선 서른이나 된 딸을 품에 안아주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 일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어머니도 여자를 안아주었을 것이다.

여자는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어머니에게 안아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어머니에게조차 안아달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아버지에게조차 안아달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아버지에게 안아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여자를 안아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아버지의 품에 안겼을 때의 느낌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가슴속에 솟구치는 울분을 진작에 치유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여자의 양모는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며, 1년 전에 틱낫한을 만났다 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라 덧붙였다. 여자가 가슴속에 쌓인 울분을 인지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마음을 열었던 것은 바로 지금이니까.

여자는 가슴속에 쌓인 울분을 치유하기 위해 더 일찍 마음을 열지 못했던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여자는 쌓인 울분 때문에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른 후에야 이를 치유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앤드류가 아니었더라면 여자는 정말 울분 때문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여자는 <화: 불꽃을 잠재우는 지혜>라는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던 앤드류에게 감사한다. 그 책에는 울분을 감싸안고 잘 보듬어줌으로써 얻는 것도 있을 것이라 했던 틱낫한의 말도 찾아볼 수 있다.

여자는 <화: 불꽃을 잠재우는 지혜>라는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던 앤드류에게 화가 난다.

▲이 글을 쓴 마야 리 랑그바드. ⓒ필자 제공

마야 리 랑그바드는 덴마크 시인이자 한국계 입양인이다. 랑그바드 씨가 쓴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2014년 덴마크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국가 간 입양을 처음으로 비판하고 나선 책으로서 덴마크뿐만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을 읽고 해외에서 아동을 입양하기로 했던 결정을 재고하거나 철회했다는 가정들의 소식이 여럿 들려올 만큼, 마야 리 랑그바드의 책은 덴마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돼 출간됐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 마야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난다 펴냄 ⓒ난다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조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월 8일 추가로 237명에 대한 조사 개시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만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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