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현지시각) 저녁 기자회견에서 지상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진입하며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예상됐던 대규모 지상 전면 공격은 아니지만 지상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에서 열린 회견에서 "어제 저녁 우리 지상군이 악의 요새 가자지구 입구에 추가로 진입했다. 이는 전쟁의 두 번째 단계"라며 "목표는 분명하다. 하마스의 군사 및 통치 능력을 파괴하고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 내각과 안보 내각이 만장일치로 지상전 확대를 결정했다"며 "우리는 "육지와, 바다, 공중에서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가자지구 내부 전투는 길고 어려울 것"이라며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3주 째 이어져 막대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가자지구 공습이 "아군의 안전한 지상 습격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인을 전쟁 범죄로 비판하는 사람은 도덕성이 한 방울도 없는 위선적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28일 언론 브리핑에서 밤사이 보병, 기갑, 공병, 포병 부대를 포함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로 진입해 지상 작전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28일 새벽 가자지구 북부로 밀고 들어간 뒤 토요일 저녁에도 가자지구 내부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이 26일과 27일엔 밤사이 가자지구 내부에서 지상 작전을 펼친 뒤 모든 병사가 해당 지역을 빠져 나왔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예상됐던 대규모의 전면 지상 공격은 아니지만 이번 공격을 통해 사실상 지상전 전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방송 국제 편집자 제러미 보웬은 30만 명이 넘는 예비군이 동원된 군사력 증강이 이뤄졌을 때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전면 침공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현재 상황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한 조각씩 정리해 나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는 매우 큰 군사 작전"이며 "지상 공격, 혹은 매우 확대된 습격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쪽이 적어도 현 상황에서 전면 침공을 보류하고 보다 제한된 형태의 지상 작전을 택한 배경엔 미국의 권고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뉴욕타임스>는 미 당국자들이 이런 형태의 지상 공격이 최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스라엘 쪽에 제안한 방식과 일치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 당국자들이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벌인 지상 공격은 이스라엘군 당국자들이 초기에 미국 쪽에 설명한 것보다 규모가 작고 더 좁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오스틴 장관 및 다른 당국자들의 노력 끝에 이스라엘이 계획을 수정하고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지상군 진입과 함께 27~28일에 걸쳐 가자지구에 분쟁 시작 이래 가장 강력한 공습이 펼쳐지며 통신 중단 사태가 벌어져 내부 피해 상황 파악이 더욱 어려워졌다. 유엔(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7일 저녁 6시께부터 가자지구의 유선전화,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됨에 따라 가자지구와이 연락이 두절됐다"며 "통신 중단으로 인해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인도주의적 지원 전달이 완전히 중지됐다"고 밝혔다. OCHA는 가자지구 보건부가 27일 저녁 6시부터 28일 정오 무렵까지 적어도 377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숨졌다고 밝힘에 따라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 의한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7703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통신 회사는 29일 가자지구의 유선,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점차 복원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이스라엘 쪽에서 대부분 민간인인 1400명이 숨졌다. 하마스는 당시 220명 이상의 인질을 납치해 가자지구로 끌고 갔으며 지금까지 단 4명만 석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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