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가 현장 기자의 제작 자율성을 축소하고 게이트키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KBS의 뉴스 제작 환경을 바꾸고, 경영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설에 대해서는 선선히 인정했다. 박 후보자는 7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이 '뉴스 공정성' 회복 방안을 묻자 "현재 KBS는 소위 편성지침이라는 것이 있는데 제작 가이드라인에 명시한 제작 책임자와 제작 실무자 간 균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 균형이 무너지면 마치 의대생에게 중요한 수술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답했다. 그는 "제작 자율성만 너무 앞세워서 '데스크'의 게이트키핑 기능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충분히 경험이 없는 젊은 기자들이 자기 소신이나 양심이라는 주장 하에 제작하고 보도하고 방송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또 하 의원이 KBS 경영적자 해결 방안을 묻자 "우선 조직과 비효율적인 경영상황을 최대한 개선해보겠지만 그도 어려워지면 구조조정도 불가피하지 않을까"라며 "장기적으로는 KBS가 갖고 있는 여러 자산을 적극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박 후보자는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조직운영 구상을 묻자 "수년 간 거버넌스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여러 외부 요인이 개입되고 내부는 사분오열되면서 일 잘 하는 사람보다 로비 잘하는 사람이 승진을 하는 구조가 정착돼 있다"며 "시간만 지나면 다 1억 원대 연봉을 받는 구조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 직장인 문화일보사에서) 노조위원장도 했고 사주조합 이사를 거쳐 사주조합 이사, 편집국장도 했다"며 "노사 문제가 어떻게 정립이 잘 돼야 되는지, 경영의 원칙이 어떻게 지켜야 되는지 직접 몸으로 느꼈다. 그 부분에 대해 집중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의 사장 선임 과정과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과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꺼내 공세를 폈다. 윤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말에 박 후보자는 "개인적 친분인 것 같다"고 시인했다. "작년 대선 때 자문이나 (캠프) 참여 요구를 받았나"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박 후보자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 받은 적은 없다"며 "캠프에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런 말은 있었지만 직접 제의한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사임, 남영진 전 한국방송 이사장 해임, 윤석년 전 한국방송 이사 해임, 이 모든 과정의 종착지가 박 후보자로 모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드린 말"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박 후보자가 <문화일보>에 재직 중이던 2021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일본계 아웃소싱 기업에 자문한 대가로 월 500만 원 총 1500만 원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받은 일에 대해서도 "법 위반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박 후보자가 KBS 이사회 면접에서 이와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국민권익위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답한 일을 거론한 뒤 "제가 문의하니 그런 유권해석을 해줄 수가 없다는 것이 권익위워장과 담당 과장 답변"이라며 "실제 유권해석을 받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신상발언 요청을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과방위원장이 거부해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던 중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해 초반부터 파행을 겪었다. 고민정 의원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제기에 박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이 청문위원 실명을 거론하며 '근거 없는 허위 주장으로 공격을 멈추기를 바란다'고 했다. 청문위원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신상발언을 요청했다. 장 위원장이 "신상발언은 질의 때 하라"고 거부했다. 고 의원은 "위원장의 갑질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장 위원장은 청문회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고 반발했다. 장 위원장도 "자격은 고 의원이 부여하는 것인가"라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항의를 거듭하던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집단 퇴장했다. 장 위원장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집단 퇴장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 위원장 자격 운운한 것을 사과하라"고 한 뒤 정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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