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 조건으로 "오너의 헌신"을 들었다. 워크아웃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지만, 실제 오너 일가가 진정한 '헌신'을 하는지는 미지수라는 시장의 의구심이 여전하다. 9일 이 금감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7개 금융지주회사(KB·신한·농협·우리·하나·한국투자·메리츠) 회장단과 산업은행 회장, 기업은행장과 신년 금융 현안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가지 수단을 전부 내놓더라도 기업(태영건설)을 살리겠다는 오너의 헌신이 있어야 워크아웃 개시 결론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최근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을 만났다며 "'태영건설의 채무 관련 보증 채무 청구가 TY홀딩스에 집중돼 유동성 일부를 유보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전체 그룹의 유동성을 함께 보면서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같은 입장에서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전 모두발언에서도 태영그룹 상황을 두고 "그룹 내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모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신청기업뿐만 아니라 모기업 등 연관회사의 유동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달라"고 금융사들에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일부를 TY홀딩스 빚 갚는데 쓴 '태영 그룹 차원 유동성 문제'가 이해할 만하다는 뜻이다. 다만 이 원장이 워크아웃 개시 조건으로 제시한 윤 회장 일가의 '헌신'에 진정성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된다. 당초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1549억 원 중 890억 원을 워크아웃 필요가 커진 태영건설이 아니라 그룹 지주사 TY홀딩스 빚을 갚는 데 썼다. 당시 이 소식이 알려진 후 채권단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그룹 경영권 방어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복현 원장마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강하게 비판한 대목이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화하는' 전형적 사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처럼 비판이 이어지면서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이 커지자, 그제야 태영그룹은 지난 8일 해당 890억 원을 새로 마련해 태영건설에 추가 지원했다. 이로써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 원 분 전액이 결국 태영건설 유동성 지원에 들어갔다.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 노력의 최소 조건을 만족하게 됨에 따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은 커졌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오너 일가의 '진정성'을 향한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회사가 제시한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 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으로 정리된다. 이 가운데 결국 핵심은 새로운 890억 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였다. 이에 관해 지난 8일 TY홀딩스는 윤재연 블루원 대표와 블루원으로부터의 430억 원 차입금을 빌리는 등의 조치가 핵심인 자구안을 공시했다. 이 자금은 태영건설의 최대주주인 TY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을 담보로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330억 원을 빌리고, 그와 별개로 블루원에서 100억 원을 차입하는 등의 조치로 마련됐다. 윤재연 대표로부터의 차입 기간은 오는 7월 8일까지 6개월이며, 윤 대표는 이 기간 연 이자 4.6%를 받는다. TY홀딩스가 해당 차입금 담보로 윤재연 대표에게 제공한 SBS 주식은 117만2000주다. 담보 한도는 403억 원이다. 그런데 윤재연 대표는 윤세영 그룹 회장의 딸이다. 그룹은 이번 공시를 두고 윤재연 대표가 사재를 출연해 TY홀딩스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윤재연 대표는 사재 '출연'이 아니라 '대여'했다. 그것도 태영그룹의 'SBS지키기'와 결정적으로 관련 있는 SBS 지분을 담보로 받은 조치다. 사실상 윤세영 회장으로부터 윤재연 대표로 SBS 지분 승계 사전 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구설까지 나돈 배경이다. 한편 윤재연 대표가 330억 원을 담보로 받은 SBS 주식 11만2000주의 주당 가치는 2만8157원가량으로 평가됐다. 이날(9일) SBS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95% 하락해 2만9250원이 됐다. 윤재연 대표는 만일의 상황의 경우 TY홀딩스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SBS 주식을 시가보다 더 헐값에 가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점이 채권단 안팎에서 여전히 태영그룹의 자구 노력에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배경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오는 11일 결정된다.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워크아웃이 개시된다. 금감원이 현재 기존보다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만큼, 현재로서는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커보인다. 한편 윤세영 TY홀딩스 창업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구노력이 부족할 경우 지주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살려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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