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이슬란드 여성파업을 두고 한국 언론은 환호했습니다. 차별과 폭력, 저임금과 착취에서 벗어나려 한 아이슬란드 여성들의 파업은 성별임금격차를 비롯한 성차별을 개선하는 힘이었습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말을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여성노동자들의 자리마저 삭제하려 합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싸워 쟁취한 성과마저 지우려합니다. 이에 한국에서도 2024년 3월 8일 여성의 날을 여성파업으로 돌파하고자 합니다. 32개의 단체와 노조가 모여 2024여성파업조직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연재 기고 '역행하는 시대, 우리가 멈춘다'는 2024여성파업의 의미와 현재에 대해 말합니다.
'공공이 해야 하는 돌봄을 경험한 나'
나는 현장돌봄노동자(장애인활동지원사)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근무하고 있다. 여기는 공공기관이지만 다른 공공기관과 다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보육교사, 조리사 등 현장돌봄노동자들을 직접 채용해서 서울시민에게 돌봄을 직접 제공한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2019년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출범을 앞두고 "그동안 민간영역에 맡겨졌던 장기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보육 등의 사회서비스를 공공이 직접 제공하여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스 품질 향상과 종사자 처우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서사원의 돌봄노동자들은 안정된 고용을 바탕으로 돌봄의 '공공성'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 왔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코로나19 시기 서울시민을 상대로 중단 없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해왔고, 나는 서울시 인재개발원에 이용자와 함께 격리되어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긴급돌봄을 제공했다. 민간에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 이었지만, 이것이 공공이 해야 할 역할이고 '공공 돌봄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서 격리까지 해가며 최선을 다해 일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방송국에서 인터뷰도 했었다.
이용자, 노동자의 목소리는 없는 서사원 혁신계획 추진배경
현재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혁신안'으로 시끌시끌하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주된 내용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통합 기본급 조정 △민간 중복사업 중단 등이다. 이 혁신안은 서사원 구성원들의 동의 하에 내놓은 혁신안이 아니다. 그러니 갈등도 엄청났다. 이미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작년 하반기 어린이집 위수탁 해지 추진문제로 큰 갈등을 겪었었다. 임금체계(소정근로시간 등)와 관련한 내용은 일단 우리 돌봄노동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변경할 수 없다. 과반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비중이 큰 상황이다.
사측은 혁신안의 추진 배경에 시의회, 서울시 종합감사 결과 내용을 언급했다. 서울시민인 이용자들과 우리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언론에 많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사원은 이용자들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혁신안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없는 이야기였다. 서사원의 혁신안은 정말 누구를 위한 혁신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처우개선 없는 불안정 노동으론, 요양보호사 인력 확보 불가능
보건복지부 '2023년 제5차 장기요양위원회' 보도자료에 나온 요양보호사 인력 추계 결과는 미래의 돌봄 디스토피아를 연상하게 할 만큼 절박한 전망을 보여준다.
위 자료에 따르면 2027년 요양보호사 필요인력 수는 7만 5699명으로 나온다. 이 인력들을 다 어디서 구할 것인가? 특히 요양원 같은 시설보다 집에서 돌봄을 하는 재가요양보호사 인력 부족이 두드러진다. 시설은 1만 5140명, 재가는 6만 559명이다.
위의 결과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방문형 요양보호사의 대부분은 시간제 계약직의 형태라는 불안정한 고용이라는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도 마찬가지다.
'2022년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기요양인력 채용의 어려운 이유는 열악한 처우, 업무 강도 등이 주요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음을 고려하여 향후 장기요양에서의 인력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장기요양 인력의 근무환경 개선 및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어 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요양보호사가 시간제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이 아닌 정규직 월급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실태조사에서 지적하는 방문형 요양보호사의 불안정한 노동환경 상당수가 이미 해소된 형태이다. 우리는 이것이 돌봄노동에 있어서 최소한의 "제 값"을 치르는 것이라고 본다.
서사원은 '2023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혁신 계획에 관한 Q&A'에서 "실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모든 직원이 동일 임금을 수령"한다면서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기본급 조정을 개선안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제 자체가 틀렸다. 이미 소정근로시간을 통해 매일 8시간, 주 40시간을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에게 대체 실제 근무시간은 무엇인가?
서사원의 설명에서 알 수 있다. 서사원은 "방문요양과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의 특성상 근무지가 일정하지 않고 이용자의 가정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지기에 근무자는 시업과 종업시간 내에 서비스 장소 간 이동이 발생한다. 또한 업무관련 회의, 교육 행정업무 처리 등의 시간소요가 있기에 일 8시간의 근무 시간 중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시간이 구분되며, 이는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 시간만을 근로로 인정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시급제 형태의 민간요양보호사와 구분되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한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요양보호사와 민간의 요양보호사의 차이점은 돌봄노동의 처우개선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도 처우개선 없이 불안정 노동으로 요양보호사 인력확보나 우리 사회의 안녕을 꾀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을 준수하라",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라"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노동조건에 관한 이러한 투쟁은 서사원 내부 구성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중장년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요양보호사들의 "온전한 노동"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이미 돌봄 현장은 근로기준법조차 지키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노동시장의 약자인 중고령 여성 개인들이 감수하게끔 전가되어 있다.
한국 사회에서 돌봄공공성을 담보할 유일한 공적 돌봄기관이나 다름없는 서사원이기에 서사원의 싸움은 중요하다. 공공돌봄 실현이 어떻게 가능할지, 어떻게 공공돌봄의 돌파구를 뚫을지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다.
투쟁 과정에서 돌봄노동의 열악한 사회 인식을 깨고, 우리 돌봄노동자들의 처우를 지켜내고, 동시에 민간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함께 목소리 낼 것이다. 3.8 여성파업에 참여하면서 우리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새롭게 하는 파업으로 만들기 위해 보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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