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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의료계에 기름부은 尹대통령 '51분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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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난 의료계에 기름부은 尹대통령 '51분 담화'

의료계 "당신만 모를 뿐"…국민의힘에선 '탈당' 요구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7주째 접어든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면 전환을 모색했다.

윤 대통령이 특정 현안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에, 지난해 11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만큼 의료계 사태가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인화력이 큰 현안이라는 위기감이 51분에 걸쳐 1만4000자 분량의 담화를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배경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지자 여론 추이가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조속한 해결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코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이 겹친 국민의힘에서 의료개혁에 속도조절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한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직접 의료개혁에 관한 정부 입장을 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소통 의지와 문제 해결에 대한 뚝심이 평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담화 도입부에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늘 송구한 마음"이라며 자세를 낮춘 대목이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과학적 근거를 갖고 통일된 안"을 의료계가 제출하면 의대 정원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면서 "더 타당하고 합리적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담화 대부분을 '2000명 증원' 방침이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도출된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에 할애해 유연한 입장 변화로 해석될만한 여지를 스스로 줄였다.

특히 윤 대통령은 2000명 증원을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재확인하면서 "의사 증원을 의사들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국민의 목숨의 가치가 그것밖에 안 되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대화 상대인 의료계에 날선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의료계의 집단행동 배경으로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지목하는 한편, 단계적 증원 방안에 대해서도 "의대 지망생의 예측 가능성과 연도별 지망생들 간의 공정성을 위해서도 증원 목표를 산술평균한 인원으로 매년 증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며 논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윤 대통령이 핵심 쟁점인 '2000명 증원'에 대한 완강한 입장을 담화를 통해 재확인했고, 의료계 집단 행동에 대해선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는 팽개친 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은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한 만큼, 윤 대통령의 대화 제의가 실효를 거둘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2025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까지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수정 계획조차 뒷받침되지 않은 윤 대통령의 담화에 의료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윤 대통령의 담화에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대통령은 예상했던 대로 물러섬이 없다"며 "편향된 정보의 제공, 그것이 권력의 횡포"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는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의 면허를 정지해야 하고 그 때문에 의료가 마비된다면 당신이 말하는 정치가 잘못된 것"이라며 "온 국민이 알고, 당신만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의힘에서도 당혹감이 역력하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건강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숫자(2000명)에 매몰될 문제가 아니다"며 윤 대통령과 온도차를 보였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안철수 의원도 "의사, 정부, 시민단체, 외국의 공신력 있는 기관 등이 모여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증원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대 정원 재논의를 촉구했다.

가장 직설적인 반응을 보인 함운경 후보(서울 마포을)는 페이스북에 "대국민 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면서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 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며 윤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했다.

이처럼 총선 위기론과 맞물린 의료개혁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재확산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윤 대통령은 총선 정국과 관계 없이 의대 정원 증원 기조를 고수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내가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해집단의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당의 요청에 거리를 뒀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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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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