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9년 10월 10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에 입사하였고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시기 헌신하며 서울의 중증장애인들에게 공공돌봄을 제공하던 돌봄노동자입니다. 정년이 아직 24년이나 남았고, 저의 돌봄노동이 절실한 이용자들이 줄을 서있지만, 5년도 채 못 채우고 서사원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제가 심히 분개한 것은 설립초기 체계와 인력이 부족해도 공공돌봄의 실현을 위해 그저 밤낮, 주말 가리지 않고 24시간 일당백처럼 진심을 다해 일해 왔기 때문일 겁니다.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지원책이 미흡해 현장에서는 총알받이처럼 고군분투하였고 누군가의 희생과 미안함의 문제로 해결되는 수많은 전쟁의 연속이었습니다. 3년 전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록에도 '오대희 선생님 같은 경우는 지난번에 언론에도 한번 날 정도로 굉장히 헌신적이고 열심히 일을 하시는 선생님'이라고 칭했었습니다. 그렇게 현장에서 온몸을 다해 증명했으니, 일자리는 차츰 확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시장이 바뀌자 다짜고짜 예산부터 대폭 깎더니, 퇴사자는 발생하는데 단 한명의 인력 충원은커녕 정원까지 줄여놓았습니다. 예산적 효율성만 강조하며 이용자-노동자 모두가 반대하는 혁신안이 등장해 투쟁 없이는 살 수 없게 쥐어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노동조합과 시민이 목소리를 내었지만, 서울시는 노조를 악마화하고 현장으로 책임 전가하면서(센터축소, 어린이집 등 위수탁시설 종료 등 혁신안 강행되었습니다.) 공적돌봄의 체계는 속절없이 중단되고 축소했습니다. 공공돌봄을 축소시키는 혁신안이 거의 모두 진행되었건만 돌봄노동자들의 생활임금마저 개선은커녕, 임금 수준을 최저임금 이하로 후퇴시켜 이윤 경쟁을 하라고 합니다. 이에 노조가 제대로 평가 논의도 없이 수익창출을 위한 희생과 야만적 착취가 아닌 모두의 권리를 위한 공공돌봄 실현을 위해 반대한 것이 설립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시는 결국 서사원을 졸속 해산했습니다. 서사원의 설립 목적에는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근무환경, 처우개선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입사 이래로 전문성과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는 처우를 견디면서 인력부족 상황을 감내했습니다. 그럼에도 시는 오히려 취업규칙불이익 변경을 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수준으로 노동자의 처우를 후퇴해 이윤경쟁에 내몰았습니다. 이것이 공공돌봄 목적 달성입니까. 이처럼 무늬만 공공돌봄이고 현장 개인의 희생을 담보로 한 공공 생색내기의 문제를 바로잡고자 저희는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동안 낮은 처우와 이윤중심의 시장화된 민간돌봄에서 수많은 병폐가 반복되지 않았습니까. 이제 곧 한두 달 안에 공공돌봄을 받던 이용자들은 대책없는 지경에 이르고, 돌봄노동자들은 집단해고됩니다. 코로나 시기엔 우리를 필수 돌봄노동자로 부르더니, 이제는 쓰레기처럼 내다 버립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이었습니까. 그저 필요할 때만 찾는 소모품이었습니까. 돌봄은 대면서비스로 노동환경이 서비스품질에 직결됩니다. 그래서 돌봄노동자들의 처우와 노동조건이 중요합니다. 민간에서는 상상도 못할 월급제의 팀제 운영은 노동자와 이용자의 개별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지원체계를 갖추어 서비스의 질과 공공성을 향상하기 위한 기반이었습니다. 품질확보를 위한 각종 협업과 회의, 교육훈련, 휴게, 이동시간 보장으로 서사원은 공공돌봄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직접서비스 시간만 노동으로 인정되는 민간에선 상상 못할 공공돌봄의 선도적 모델이었습니다. 이 공공돌봄 시스템을 잘 활용하여 확대해야 하는데, 소수의 정책결정권자들이 시스템을 이해 못 채, 시장주의자들의 어설픈 논리를 잣대 삼아 돌봄노동자들을 고비용 저효율로 낙인찍어 해산만을 도모했습니다. 서울시의회와 경영책임자들은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 수천만 원 들여 투자한 전문가들의 서사원 운영모델을 적용하고 확대하기는커녕, 시장화 논리에 맞추어 공공돌봄을 무너뜨리는 혁신안에 매몰됐습니다. 해산을 졸속으로 진행하더니, 이제는 자진 퇴사하고 모든 이의제기 및 권리를 포기하면 돈을 준다고 합니다. 공공성, 투명성을 자랑하던 공공돌봄기관 맞습니까. 무엇이 두려워 우리를 돈으로 빨리 내쫓아 '입틀막'을 하려고 합니까.
하물며 문을 닫으니, 모두 다 나가라면서 이용자와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는 뒷전인 채 또다시 대책 설명은 없습니다. 지금도 서사원 홈페이지 홍보마당에는 “'행복한 노동, 따뜻한 돌봄' 코로나시대, 돌봄노동자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게시글로 2020년 10월 8일, 전국 사회서비스원 돌봄종사자 영상간담회의 모습이 게시되어 있습니다. 간담회에서 "돌봄과 같은 대면서비스는 코로나 같은 비상상황에서도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이다", "무엇보다도 돌봄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고, 월급제를 시행하는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며, 이러한 좋은 일자리를 바탕으로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서사원은 당시 이렇게 홍보되었지만, 센터가 축소되어 이용자들은 억지로 민간 서비스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문까지 닫힐 예정입니다. 이제 센터는 이용자들에게 또 다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모두 다 나가라고 하고 있습니다. 무대책의 역사는 왜 반복됩니까. 서울시는 서사원 해산 뒤 공공돌봄강화위라는 기구를 만들었지만, 다시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약자와의 동행은 무대책, 무소통으로 진행되는 단절과 배제, 해고의 다른 이름입니까. 우리가 함께해야 할 이용자가 서사원에 아직 있고, 지금도 민간에서는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워 공공돌봄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용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돌봄의 공공성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우리 잘못도 아닌 이유로 부당하게 낙인찍혀 일터가 축소되고 해산까지 이르렀는데, 해고라니 억울해서 못나가겠습니다. 서울시가 공공돌봄 서사원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곳에 입사해 최선을 다해 일했을 뿐입니다. 이용자는 공공에서 서비스를 보장한다기에 안정되게 받았을 뿐입니다. 그랬던 서울시가 서사원 노동자와 이용자들을 책임져야 되지 않겠습니까.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생각하는 공공돌봄이란 돌봄노동자들이 최저임금만도 못한 임금을 받으며 이윤경쟁에 나서는 것입니다. 저는 서울시민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의 서울시는 기업투자자들과 손잡고 자본의 시장경쟁에 미쳐서 병들어 있지 않습니까. 저출생과 자살, 고독사와 돌봄 부재, 고립 등 이 모든 것의 원인이 과연 무엇입니까. 돈입니다. 이에 우리 사회가 서사원을 통해 추구했던 것은 이윤중심의 착취와 경쟁이 아닌, 사람답게 살면서 돌봄하고 돌봄 받는 세상이었습니다. 이윤중심으로 서로를 통제하고, 경쟁과 각자도생으로 만드는 시장돌봄의 병폐를 바로잡고자 서사원이 생긴 것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서울시와 시의회가 직접 나서서 공공돌봄을 없애고, 돌봄은 원래 민간시장이 맞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울시가 서울시민이 누려야 할 양질의 보편적 돌봄을 없애고 이윤중심의 자본만이 전부인 사회를 지향하며 앞장서고 있음을 똑똑히 기억하고 주시해야 합니다. 서사원 해산은 돌봄사회에 대한 위협입니다. 우리 공공돌봄 노동자들의 가치와 생존의 문제입니다. 다시 한 번 더 호소합니다. 억울해서 못나가겠습니다. 우리의 부당함을 알리고, 공공돌봄 사수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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