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전 진행된 당원투표 참여율이 지난해 3.8 전당대회보다 저조한 수치를 보이면서 각 당권주자 측이 다른 해석을 내놨다. 유력 당권주자 한동훈 후보와 각을 세워온 나경원·원희룡 후보는 이른바 '한동훈 대세론'이 실제 당원투표율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동훈 바람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 후보 측은 낮은 투표율에도 '과반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당 일각에선 세 후보 간의 마타도어 등으로 전대 흥행 자체가 흔들린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나경원 후보는 22일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다'는 지적에 "한 후보가 (목표 득표율) 65%라고 얘기를 하고 굉장히 본인들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고 했는데 결국 투표율이 낮은 것"이라며 "(한동훈) 바람은 없었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나 후보는 이어 "많은 당원들께서 (한 후보에 대해) '이건 아니네' 하는 여러 가지 섭섭함들을 발견하신 것 같다"며 "이제는 한 후보한테 맡기면 좀 불안하겠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조한 투표율이 한 후보에 대한 실망에서 기인한 현상이라는 풀이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19~20일 이틀간 이뤄진 당원 모바일 투표와 21일 진행된 ARS(자동응답방식) 투표를 합산한 누적 투표율은 총 45.98%다. 이는 같은 시점 기준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53.13%)와 비교해 7.15%포인트 낮은 수치다. 22일 하루 동안 더 진행되는 ARS 투표율을 합한 예상치도 50% 이하로 추산돼, 작년 전당대회 최종 투표율인 55.1%에 비하면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 후보는 이어 이날 오후 대구 서문시장 상인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투표율 현황과 관련 "검증 과정이나 토론회에서 '왜 이렇게 싸워' 하고 좀 피로감이 있으시기는 하지만, 결국은 당에 깊은 애정을 가지신 분들은 모든 투표에 나섰을 것"이라며 "(전당대회는) 결선투표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후보 또한 이날 대구 서문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표율 저조 현상에 대해 "당에 뿌리가 약한 인기와 팬덤 현상이 우리 당을 많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당원들의 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는 그런 결과"라고 평가했다. 역시 이번 전대 선거과정에서 두터운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돼온 한 후보를 겨냥한 말이다. 원 후보는 "특검 문제라든지 아니면 당을 (위한) 동지의식이라든지 앞으로 하나로 뭉쳐서 갈 수 있는 그런 입장에 대해서 (후보들 간) 실제 진지한 토론과 차별화가 많이 됐다"며 "어떤 당 대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경험과 정체성과 동지의식을 가진 지도부가 세워져야만 당의 분열과 당정충돌을 막고 거대야당에 맞서 이길 수 있다는 당원의 판단이 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원 후보와 나 후보는 한 후보의 '나경원 공소취소 부탁' 폭로 논란을 계기로 한 후보에 대해 "동지의식이 없는 것"이라는 공세를 펴왔다. 해당 논란으로 당 현역 의원들이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한 후보를 비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후보 측에선 '한동훈 대세론이 깨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경원 캠프의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 지지자들 중에서 중약성 지지자들 같은 경우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하겠구나', 혹은 물음표를 찍어서 투표를 포기하거나 보류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 윤상현 후보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의 공소취소 부탁 폭로 논란과 관련 "한 후보에 대해서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논란이 한 후보에 대해 신뢰가 훼손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는 다만 '한동훈 대세론이 꺾였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투표 결과를 예단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후보들이) 각자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만 했다. 윤 후보는 투표율 저조 현상의 구체적 원인으로는 "후보들의 도가 넘는 네거티브 공방 설전, 또 지지자분들의 몸싸움, 육탄전도 있지 않았나"라며 "유례없는 네거티브 공방, 볼썽사나운 모습 등에 당원들이 실망을 많이 하지 않았나. 그래서 투표율이 낮지 않나 이런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 측은 '대세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캠프 측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후보나 원 후보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라며 "투표율이 낮았던 것들 몇 개 이유가 있겠지만 첫 번째는 이게 워낙 처음부터 '어대한'이라는, 지지율 격차가 크다 보니까 언더독을 지지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응하지 않았다. 이런 측면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반대 해석을 내놨다. 그는 "한 후보에 대한 지지 강도가 다른 타 후보에 비해서 높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더 투표에 임하면 임하지 이게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패스트트랙 (공소취소 부탁) 논란 이후에 일부 당원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대세를 바꿀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대한'은) 유효하다"며 "1차에 과반을 득표해서 2차 투표로 가지 않는다"고도 단언했다. 정 대변인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와 비교해 투표율이 낮다는 지적을 두고는 "3.8 전당대회 때가 55% 기록했는데 이때가 상당히 이례적으로 전당대회치고 높았던 것"이라며 "이준석 후보 때가 45%였고 김기현 대표 때가 55%였으니까 지금 대략 49% 정도 될 거라고 예상해보면 두 전당대회의 한 중간 정도에 수렴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이번 투표율이 역대 전당대회에 비해 크게 낮지는 않다며 논란 확산을 차단하고 나섰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대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전대) 투표율은 대개 45%, 55% (정도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아마 그 수준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것"이라며 "전당대회 준비가 차질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하여 비대위원장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만 지도부의 긍정평가에도 불구, 당 일각에선 투표율 저조 현상을 두고 '전당대회 흥행 자체가 떨어진 것'이라는 취지의 우려 섞인 평가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투표율과 관련 "당원과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되는데 지금 이와 같은 전당대회의 모습은 그걸 기대하기가 어렵다"며 "그러다 보니까 투표율도 지난 전망대회보다도 떨어지고 관심도도 떨어지는 부분도 있는 등 안타까운 현상이 지금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가 지나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당 안팎의 지적을 두고도 "전당대회라는 게 정말 당의 화합과 정치 발전을 통해서 당원과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되는데 지금 말씀한 대로 '분당대회다', '최악의 전당대회다' 이런 평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영우 전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후보들 간 흑색선전, 비방전, 난타전이 되면서 투표율이 지난해 이 시점과 비교해 낮아졌다"고 우려했다. 김 전 의원은 다만 "이번 전당대회는 팬덤 대 조직의 대결이 되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투표율이 굉장히 낮은 것을 보니까 조직 선거는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대세가 뒤집힐 가능성은 없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조심스럽게 한다"고 예측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