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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혁 '운명의 날'...물거품이냐, 대반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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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선거개혁 '운명의 날'...물거품이냐, 대반전이냐? 바른미래당 '끝장토론' 결과에 정치권 촉각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해온 '선거제도 개편 패스트트랙'의 운명이 사실상 18일 결정될 전망이다. 패스트트랙의 열쇠를 쥔 바른미래당이 의원총회를 예고하면서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17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다음날(18일) 의원총회를 소집한다고 공고했다. 의총에서 논의될 주제는 선거제도 패스트트랙, 4.3 보궐선거 패배 후 당 수습 방안 등으로 알려졌다.

앞서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국회 정치개혁특위 차원에서 4당 간 잠정 합의된 선거제도 개편안 수용 여부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사안과 연계시켰다.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에 대해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수정안을 여당이 수용한다면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에 협조하겠다는 취지다. 바른미래당 수정안 내용의 핵심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주지 않는 것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프레시안> 기자와 만나, 사법개혁 사안에 대해 여당과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면서 "오늘 중으로 (협상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 사법개혁특위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지난 11일 오전 "(아직) 공식적으로 수정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우리 당의 수정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사개특위 간사 백혜련 의원은 이날 오후 "오늘은 (간사 간) 접촉이 없고, 최근에 특별한 게 없었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분적으로' 부여하는 협상안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백 의원과 오 의원은 모두 "그런 제안을 받은 바 없다"(오신환), "전혀 아니다. 그런 것이 논의된 적 없다. 헛소문"(백혜련)이라고 부인했다.

단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공수처에서) 기소권을 모두 없애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고위공직자 일부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도록 하는 대안이 있다면 타협이 가능하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부분 기소권' 등을 골자로 양당 간 협상안이 도출된다 해도 바른미래당 의총에서의 논의는 난항이 예상된다. 바른미래당 내 구 바른정당계는 선거법 패스트트랙 추진 자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대 입장이었던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달라진다고 해도 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제 주장은 '원칙'에 대한 부분"이라고 했다.

바른정당계의 구심인 유승민 전 대표 역시 선거제도 개편은 여야 합의로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패스트트랙 추진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유 전 대표는 지난 9일 연세대 특강 후 "패스트트랙은 다수의 횡포"라며 반대 입장을 재천명하고, 선거제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중대선거구제에 연동형 비례제를 추가하면 사표 방지도 되고, 정당이 좀더 개혁적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정치체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추진 여부만 해도 이처럼 결론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은 4.3 보궐선거 후 지도부 총사퇴론 등을 둘러싸고 격한 내홍까지 겪고 있다.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논의가 정상 진행될지조차 불투명해 보인다. 바른정당계는 패스트트랙 추진 반대 입장과 동시에, 보선 패배와 지지율 정체에 대해 현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며 최고위원회 참석을 보이콧하고 있는 바른정당계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에 대해 "이번 주말까지는 (최고위에) 참석을 해서 최고위·당무를 정상화시켜 달라"며 일종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주말까지 보이콧이 계속될 경우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 최고위 의사정족수를 확보하는 강수를 둘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때문에 18일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거취 관련 논란이 불거질 경우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은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한 바른정당계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패스트트랙 관련) 의원총회를 할 시기가 아니다.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적절하지 않다"라며 "(의총에서) 리더십 관련 논의도 나오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국민의당 출신 의원도 "정치 상황에 대한 인식 등 여러 논의가 될 것 같다"며 의총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움을 시사했다.

이처럼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에 대한 바른정당계의 반대가 명약관화한데다 지도부 거취 논란까지 겹친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의총을 소집한 배경이 주목된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패스트트랙을 하려면 원내대표로서는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타이밍과 연관된 것이기 때문에 김 원내대표는 (여당과의) 협상·논의 결과를 놓고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선거제 개편은 "마냥 시간을 끌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구 획정을 '총선 1년 전까지'로 규정한 공직선거법상 시한은 이미 지나갔다. 역대 계속 '범법적'이었던 과거의 전례에 준하더라도, 내년 4.15 총선을 두 달 앞둔 2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마저 빠듯한 상황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20대 총선에서 선거구 획정이 '총선 1년 전'에 된 경우는 전무하고, 한두 달 전에야 이뤄지는 게 보통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은 선거일 44일 전, 2016년 20대 총선은 42일 전에야 선거구가 획정됐다.

바른미래당 내부의 의견 대립과 민주당-바른미래당 간 이견 등을 모두 극복하고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한다 해도, 제1야당(114석)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는 법안 처리에 최대 330일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안건은 소관 상임위가 18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고,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는 그 이후 9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만약 상임위가 180일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그 기간이 끝난 다음날에 소관 위원회 심사를 마치고 법사위로 회부된 것으로 본다."(국회법 제85조의2 4항)

또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역시 90일을 경과할 경우 "그 기간이 끝난 다음날에 법사위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동조 5항)고 국회법은 정하고 있다. 상임위(선거법의 경우 정개특위)와 법사위 심사를 '패스트트랙'으로 돌파하는 데만 최장 270일, 9개월이 걸리게 되는 것.

다만 '법사위를 통과한 것으로 보는' 시점 이후 실제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의 기한은 최장 60일로 정해져 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 처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 기간은 단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 내 중론이다.

따라서 총선을 2개월 앞둔 내년 2월부터 역산해 9개월 전까지는 패스트트랙 지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년 2월 1일 기준 '270일 전'은 올해 5월 7일이다. 공교롭게도 5월 7일은 4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공수처 이견 때문에 다 합의된 선거제 개혁까지 물거품이 되는 걸 누가 이해하겠나"라며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에 맡겨진 협상 시간이 더 이상 남지 않았다. 이제 결정의 시간"(지난 9일 기자간담회)이라고 애를 태우는 이유다.

심 위원장은 17일에도 "이번 주까지 최종적으로 협상이 안 되면 그냥 다 없던 걸로 할 것인지 합의된 수준만큼이라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안 한다고 하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개혁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정의당 등 범(汎)진보진영에서도 바른미래당 의총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손 대표 등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결단을 해야 한다", "바른미래당이 전향적으로 결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들린다. 불확실성에 불확실성이 제곱으로 겹친 바른미래당 '위칭데이' 의원총회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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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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