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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은 '서울과 그 외 도시들'이 돼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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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왜 한국은 '서울과 그 외 도시들'이 돼 버렸나" [인터뷰] 부산관광공사 정희준 사장

대한민국 제1의 해양도시 부산은 서울, 제주와 함께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도시 중 하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부산은 최고의 해양도시라는 자부심을 내세우며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갈치시장, 태종대, 해운대, 광안리해수욕장 등의 명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부산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관계악화, 크루즈 관광객들의 감소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에 부산시는 새로운 관광객 유치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다만 국내 관광객이 방문하기에는 좋은 교통환경을 갖추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관문공항 역할을 해야 하는 국제공항이 입지로 인한 출입국 시간의 제한 등으로 제기능을 할 수 없어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은 여전히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해안가를 중심으로 초고층 빌딩이 곳곳에 들어서는 등 민간자본의 대규모 난개발이 진행되면서 스카이라인을 훼손하고 고유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어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조망권과 즐길 거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역 여론도 팽배한 상황이다. 이로 인한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는 지역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며 부산시민들의 어께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부산의 관광을 전담하고 발전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부산관광공사 정희준 사장을 만나 현재 부산이 처한 관광 현실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과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신임 부산관광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직접 들어와서 본 부산의 관광 현황은 어떤가?

정희준 : 부산은 지난 2016년 관광객이 300만 명 가까이 도달했다가 이후 사드 여파로 인해 25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처음에 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때는 의욕을 가지고 왔지만 역시 지역에 현실,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정말 해야 할 일이 많구나 하면서도 이것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 ⓒ프레시안

프레시안 : 임명 초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문제는 다 해결됐는가?

정희준 : 몇 가지 제도개선 관련으로 노조 측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 부분은 원만하게 대화를 통해서 해결했고 지금은 회사의 발전과 부산 관광 발전을 위해서 모두 합심하기로 정리했다.

전문가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내부자이기도 하고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사람이다. 당연히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도 필요하지만 전문성만 가지고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특히 오거돈 시정이 강조하는 것이 혁신이기도 하고 관광공사 내부의 혁신도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러한 것을 해나가는 게 저의 소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저희 공사가 7년 동안 인사이동이 한 번밖에 없어 쇄신의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부임하면서 지난번 인사이동을 통해 조직개편을 통해 감사기능 강화, 홍보마케팅 분야 강화를 위해 담당팀도 신설하면서 분위기를 한번 바꿔놓았다. 나름 평가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프레시안 : 부산관광공사라고 하지만 실제로 관광 홍보나 유치 실적면에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은 부족하다. 공사의 역할을 확대할 방안이 있는가?

정희준 : 이 부분은 제가 사장으로 부임한 다음에도 부산시청에 얘기한 부분이다. 좀 더 많은 예산과 권한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었고 시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한 번에 바뀌기에는 쉽지가 않다.

예를 들어서 관광공사의 사업부서인 마케팅 분야의 예산에 90%가 부산시에 위탁된 사업들이다. 자체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자체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공사의 예산으로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공사 설립 목적에 맡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달라고 했고 부산시에서는 점차적으로 늘려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 부산시의회에서도 공감을 하고 있다.

올해 초 부산시민이 생각하는 부산시의 미래상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관광도시가 1등을 했다. 시민은 물론이고 시의회, 시청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잘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있다. 마침 올해에는 한·아세안 정상회담을 유치했고 골프, 축구대회, 탁구대회 등 스포츠 이벤트도 연달아 유치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지역관광 지원센터도 선정되고 부산시에서 추진하는 동남권 광역관광본부까지 현실화된다면 올해는 부산 관광에서 굉장한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관광에서 교통 인프라를 빼놓을 수는 없다. 부산은 국내 항공, 철도, 도로 등의 여건은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좋지만 국외 접근성은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상황은 어떤가?

정희준 : 관광은 교통이다. 교통은 결국 관광의 성패를 좌우하며 지자체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다. 그래서 24시간 운항이 가능하고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의 주민들은 해외에 나가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계속해서 인천을 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인천이 해외다"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김해공항이 확장된다고 해도 24시간 운항이 가능하지도 않고 군공항을 겸하면서 중장거리 비행기는 뜨지 못한다. 이런 공항은 확장해도 결국 문제는 남게 된다.

동남권 관문공항은 24시간 안전하고 소음으로부터 해방되지 않는다면 부산의 관광뿐 아니라 미래는 지금 이 상태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지역의 미래를 이렇게 결정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인천은 3터미널을 짓고 5활주로까지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신공항 3개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본인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지역을 죽이겠다는 발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프레시안 : 부산의 관광을 포함한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도 가덕도 신공항은 필요하다는 것인가?

정희준 : 그게 되지 않는다면 부산은 그냥 말뿐인 제2 도시로 남고 우리나라는 그냥 서울과 그 외 도시들일 뿐이게 된다. 부산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직항을 지난해 11월에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사시켰지만 이착륙할 시간도 만들 수 없어 비행기가 뜰 수 없는 상황이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직항도 없다. 인도네시아는 한류도 큰바람이 불고 있어 직항을 만들면 분명히 수요가 있다. 한 지인에게 들은 것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을 하면 200명 제한에 350명이 신청해 난리가 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을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직항 노선 하나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도네시아 직항도 만들지 못하는데 미국이나 유럽이 가능하겠다는가.

프레시안 : 관광 인프라의 확충은 필요하지만 해운대와 남구 용호동을 잇는 케이블카 같은 경우 시민단체나 시민들이 난개발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다수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부산은 앞선 시정에서부터 민간자본으로 인한 수많은 난개발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데 관광공사가 보는 시각은 어떤가?

정희준 : 이러한 문제들은 부산 미래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대표적으로 황령산 스노우캐슬, 이기대 고층 아파트 등을 본다면 어떻게 저런 건물들이 가능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고 이를 본 외지인들도 놀란다. 산복도로를 올라가서 부산항을 내려다보면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조경을 가리기 시작했다.

또한 바닷가와 딱 붙어 있는 해운대 엘시티나 달맞이 고개를 보며 만약 일본이나 유럽이면 정말 아름답게 만들었을 공간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나 건물들이 들어서 경관을 망쳐 버렸다. 저에게 한 지인이 "거북이 등에 칼을 꽂은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건물들의 건립을 가능하게 한 부산시는 뼛속 깊이 반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초고층 빌딩 15개 중 10개가 부산에 있다고 하는데 9개가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부산의 고층빌딩은 충분하다. 오히려 부산의 조망권을 살리고 스카이라인을 확보할 고민을 해야 한다. 송도에도 케이블카가 있지만 광안리 해수욕장을 가로지르는 용호동 케이블카는 바로 난개발이다. 이것은 광안대교의 가치를 죽이는 것이며 안전 문제에서 봐도 가능하지 않다. 저는 해운대, 용호동 케이블카가 설치된 경관은 촌스럽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달 전쯤 부산시에서 해안가 근처 초고층 건물을 제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저는 이 결정을 너무 환영한다. 부산의 바닷가 조망은 공공재다. 하지만 몇몇 소수의 투기 자본이 들어와 공공재를 사유화하려는 것인데 이것은 부산시에서 막아야 한다. 부산을 얘기할 때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다고 말하는 만큼 우리가 먼저 보존해야 한다.


▲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 ⓒ프레시안

프레시안 : 부산의 대표 관광지는 해수욕장이다. 그러나 관광객 수는 걸맞는 기반시설이 없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수상레저 시설들이 다수 도입되고 있지만 관리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해수욕장 활성화 방안은 있는가?

정희준 : 해수욕장은 4계절 관광, 레저 공간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부산은 해양도시라는 강점을 말하지만 제가 20년 전 부산에 내려와 본 모습과 지금은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해양스포츠나 레저 등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부산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시각에서 바다를 즐길 거리로 보지 않고 생업의 현장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크루즈를 예로 들자면 아시아 크루즈 시장은 중국이 대부분을 가져가고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이 7~8%를 분점하고 있는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이는 비슷한 경제 상황의 다른 나라는 크루즈를 굉장히 많이 즐기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괜찮은 해양상품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로는 한국은 규제가 너무 심하다. 하나의 사업을 하려고 해도 부산시, 해양경찰청, 항만공사, 해양수산부 등 4개의 벽을 뚫어야 한다. 바다를 친수공간으로 만들고 해양레저스포츠를 활성화해야 하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에 대해서도 유연해져야 한다. 특히 부산이 해양도시라고 한다면 말이다.

프레시안 : 부산은 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의 메카로 발전하며 관련 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팝으로 대변되는 한류 등은 여전히 서울밖에 없다. 다양한 관광 인프라 확보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정희준 : 부산국제영화제도 20년을 성장하면서 부산을 영화의 도시라고 인식을 바꾼 것이다. 이를 통해 부산에 대한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여 홍보기능도 이뤄졌다. 하지만 부산의 원아시아페스티벌이 이제 4년째를 맞이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입하는 능력 면에서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원아시아페스티벌의 역사를 비교한다면 원아시아페스티벌은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인데 관광공사에도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했던 담당자를 영입해왔고 이미 다양한 부분에서 관련 사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레시안 : 부산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해운대 아르피나 매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숙제다. 공공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소유권은 도시공사가 가지고 있어 의견 충돌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해결책이 있는가?

정희준 : 부산시에서도 고민인 문제다. 저희는 도시공사라는 파트너가 있기에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100억원이 넘는 세금 문제도 있는 등 해결하기는 쉽지 않지만 관광공사는 현재 유스호스텔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는 현재 다른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 부산 관광발전을 위해서 임기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정희준 : 일단 한·아세안 정상회담이 유치됐으니 이와 관련된 준비가 우선이다.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2만1000명 정도 된다. 베트남이 제일 많고 브루나이가 법무부 등록 기준으로 1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수의 많고 작음을 떠나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올해를 우호친선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과 부산이 잘 어울려진다면 아세안 국가 축제의 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부산을 방문하는 아세안 국가 관광객의 수가 50만 명이 조금 안 되는데 이번을 기회로 오거돈 시장의 임기 내에 100만 명을 목표로 세웠다.

정책 부분에서는 5년 전만 해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보다 많았다. 우리가 1200만 명이었다면 일본이 1000만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3000만 명을 넘어섰다. 내년 하계올림픽까지 열리는 일본은 현재 관광객 40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의 경우 5~6년 전 일본 오사카보다 관광객이 더 많았지만 현재 오사카는 1300만 명, 우리는 250만 명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를 고민해보니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은 입국을 인천으로 하면서 80% 이상을 서울을 관광하고 나머지가 지역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작은 소도시로도 많은 관광객이 가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관광이 왜 이렇게 됐는지를 사드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지역관광에서 찾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의 관광이 살지 못하니 한국 관광 전체가 살아날 수 없는 것이다.

서울에 관련 업체들이 포화상태라서 부산에 가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부산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바로 공항부터가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관광으로서 일본을 따라잡고 싶다면 지역을 살려야 한다. 일본의 사례는 귀감이 된다. 중앙과 변방이라고 생각한다면 일본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부산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희준 : 부산에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생기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이 몰려드는 도시가 돼야 한다. 부산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도시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들이 다 사라져 버렸다. 경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를 살리고 기업 유치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에 가면 무엇인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활력과 사람이 찾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이 잘 돼야 한다. 사람들이 정말 즐겁게 와서 찾고 즐기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저희는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면서 부산을 관광도시로 만들고 더 널리는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

취재 : 김진흥, 박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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