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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 예산이 턱없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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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후위기 대응 예산이 턱없이 적다 [초록發光] 돈 없이 어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에너지와 온실가스에 관해서 정부가 발표한 여러 계획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 계획을 달성하는데 들어갈 돈 얘기가 없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2030 온실가스로드맵, 얼마 전 발표된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은 물론이고, 지난 18일에 공청회를 연 제2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도 첫째,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가적으로 얼마만큼의 돈이 들지, 둘째, 그 돈은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는 빠져 있다.

일을 해 본 사람들은 알지만, 무언가 달성하고자 할 때 필요한 것은 시간, 사람, 그리고 돈이다. 예산이 따라붙지 않은 계획이란 ‘애써 지키려 하지 않겠다’고 해석될 수 있다. 또 눈치 빠른 사람들에게는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계획에는 돈이 안 보인다고 하더라도, 실제 정부 예산에는 다르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2019년도 예산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너무 적다.

환경부의 기후변화대응 예산, 2019년 총 792억 원에 그쳐

환경부의 2019년도 예산 중 기후변화대응과 관련해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 계정에서 572억 원이, 환경개선특별회계 계정에서 220억 원이 편성되어 있다. 총 792억 원이 환경부의 기부변화대응 프로그램 예산이다.

표: 환경부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총괄
출처: p23 대한민국정부 2019년도 세입세출예산안사업별 설명서 (환경노동 국토교통 여성가족)

이 중 각종 경비나 경직성 예산을 제외하면 실제 사업 예산은 얼마가 되지 않는다. 온실가스감축 및 기후변화 핵심기술개발에 85억 원,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사업 지원에 48억 원, 비산업부문 온실가스 진단컨설팅에 22억 원, 배출권거래제 참여 중소기업 감축설비 지원사업에 13억 원이 전부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사업에 환경부는 고작 168억 원을 쓰겠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대기오염 발생원 관리에만 5664억 원을 편성하고, 이 중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 보급사업에만 493억 원을 배정한 것과 비교하면 이 액수는 턱없이 적다.

세부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자. '배출권거래제 참여 중소기업 감축설비 지원사업'은 25개 업체에 각 2억6000여만 원을 5년에 나눠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사업 지원사업'은 12개 시도에 각 1억2000여만 원을, 6개 지자체에 각 8300여만 원을 지급해서 공공기관 온실가스 감축지원을 하고, 공공부문 배출권거래제 참여기관 47곳에 3억 원을 5년에 나눠서 지급하는 사업이다. 마지막으로 비산업부문 온실가스 진단컨설팅 역시 17개 시도에 각 1억3000여만 원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한 곳에 지급되는 지원금 규모가 매우 적고, 몇 년에 걸쳐 있다.

환경부는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예산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며,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투자에는 단지 168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대기업 지원 예산은 전혀 보이지 않는데, 마치 대기업은 배출권거래제에 맡기면 다 해결되고, 돈을 지원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특히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7억2000만 톤을 넘은 현실을 보면,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크게 의문이 든다. 온실가스를 제일 많이 배출하는 대기업들에 대한 아무 지원 없이도 지금 이대로의 배출권거래제에 맡기기만 하면 배출량이 알아서 줄어드는 희망적인 상황은 절대 아니다. 또 환경부가 중소기업과 공공기관에 쪼개어 지원하는 돈도 액수가 아주 적어 감축의 효과가 큰 투자비가 많이 필요한 설비를 도입하기도 어렵다.

국토부, 농림부의 관련 예산도 턱없이 적은 수준

기후변화 대응 예산이 적은 것은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이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건축물 온실가스 및 에너지절감사업 활성화에 25억 원을, 제로에너지건축신산업육성에 10억 원을 편성했고, 건축물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의 온실가스감축사업(배출권거래제)에는 9억5000만 원을 편성했다. 또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그린리모델링 활성화에는 이자 지원금 형식의 83억 원이 전부다. 돈을 이렇게 조금 써서 건축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도대체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후변화에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온실가스감축및기후변화대응사업에 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에서 32억 원을,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서 28억 원을 편성했고, 농업온실가스감축및기후기후변화실태조사에 8억3000만 원을, 농업기후변화대응체계구축사업(계속)에 174억 원을 잡았다. 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 중 스마트농업육성에만 669억 원이 편성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는 정말 너무 적게 쓴다.

해양수산부에서는 기후변화대응이라는 프로그램에 잡힌 예산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가장 관련 있는 것은 친환경 고효율 선박 확보 지원 사업 85억 원, 노후 예인선 LNG연료 추진 전환 사업 28억 원이다. 그런데 이것도 연안화물선유류비보조라는 화석연료 지원 사업에 252억 원이나 배정한 것과 비교하면 너무도 적은 금액이라 하겠다.

계획을 달성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걸맞은 예산을 수립해야

돈 없이는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어렵다.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 데에는 감축 방법이나 감축 기술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50만 원에서 100만 원의 투자비가 든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배출량 5억4300만 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부터 2030년까지 2억 톤을 줄이기 위해서는 총 100조 원에서 20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서 온실가스를 아예 만들어 내지 않는 방법으로 그 돈을 아낄 수는 있겠지만, 매년 수조 원에서 십 수조 원의 투자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뜻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을 우리의 노력으로 하지 않고 한가하게 있을 상황이 아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부족한 국가에 세금을 매기는 ‘탄소 국경세’ 도입을 강조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이 수입하는 제품에 온실가스 1톤당 30~40유로의 관세를 붙이겠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돈을 국내에서 쓰면서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온실가스로드맵의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아니면 막판에 닥쳐서 외국에 탄소관세를 물거나, 외국에서 배출권을 사오거나, 또는 무역장벽이 무서워 화력발전소를 강제로 끄고, 산업계는 조업중지를 할 것인가?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 문제를 나중에 저절로 해결될 일로 보는 것 같다. 그래서 국회에 올라 간 2020년 예산에도 이러한 우려는 전혀 반영되어 있을 것 같지 않다. 나설 곳은 국회다. 국회는 정부에 따져야 한다. 각종 계획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돈이 반영되어 있냐고,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를 대응하기에 충분하냐고 말이다. 국회는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고 각종 계획을 철저하게 이행하기 위해서 다른 곳 예산을 빼 와서라도 기후변화 대응예산을 종전의 10배, 아니 100배 늘리겠다는 각오로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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