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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정부여당, 출총제 사문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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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정부여당, 출총제 사문화 기도" "정권말기 재벌개혁 의지 후퇴 상징"
방만한 경영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출자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정부와 여당이 합의하자,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출총제가 사문화된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당정 "공적자금 투입 기업 인수 위한 출자는 출총제 예외"**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규제하는 출총제는 기업집단(재벌)에 속하는 계열사가 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로, 재벌규제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출총제는 지난 1997년 재계의 반발로 폐지됐으나, IMF 사태의 주요 원인이 재벌의 순환출자에 의한 무분별한 사업확장 때문이라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2002년에 부활된 제도다.

이 때문에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출총제는 가뜩이나 예외조항을 많이 두면서 유명무실해졌는데, 출총제의 입법 취지상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 인수를 위한 출자는 결코 예외대상이 될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일 당정협의를 통해 공적자금이 투입돼 산업은행이나 자산관리공사 등 정부출자기관이 3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출자는 출총제의 예외로 인정해주도록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정밀,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구 대우그룹 계열 5곳과 쌍용건설이 출자대상 예외인정 기업이 될 전망이다.

***참여연대 "금호, 두산, 한화 등 재벌에 대한 정치적 배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3일 논평을 내고 "정부출자기관이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구조조정기업 출자에 대한 예외인정 확대는 '구조조정의 비용 부담주체와 그 편익 수혜주체를 달리하는 전형적인 정책적 모럴 해저드"라면서 "정치적 고려에 의한 규제의 무력화와 원칙의 훼손이 갖는 위험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올해 상반기 최대의 M&A 대상으로 꼽히는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최종 입찰대상자로 선정된 6개 컨소시엄 중 가장 유력하다고 하는 금호, 두산, 한화 등이 모두 출총제에 걸려 있는 현실에 대한 정치적 고려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개별 재벌의 특수한 사정을 모두 적용제외, 예외인정으로 수용하는 이번 시행령 개정 논의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간명하다"면서 "규제를 준수하기보다는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로비에 열중하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현행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만으로도 이미 전체 출자총액의 절반 이상이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재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밀면 밀리는' 정부가 노조와 여타 이해관계자들에게 '법을 준수하고 사회대타협을 위해 먼저 양보하라'고 요구한다면 이 요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당정은 이번 출총제 완화방침에 대해 공식적으론 "출자총액제한제의 기본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비점을 합리적으로 완화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고위 관계자는 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공적자금 투입 기업 인수를 위한 출자를 출총제의 예외로 삼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말해, 출총제 완화가 당의 압력에 의한 것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당 일부에서 올해 안에 아예 출총제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출총제를 폐지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갖춰지지 않는 한 폐지는 있을 수 없다"면서도 "지난 2002년 일본이 출총제를 폐지할 때처럼 안전판을 마련하면 폐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출총제가 사전적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한계가 지적됨에 따라 이 제도를 사업지배력이 과도한 기업집단의 설립을 금지하는 규제정책으로 대체했다.

***"선거 의식한 무리한 경기부양 우려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이번 당정협의 과정에서 출총제가 대폭 완화된 배경을 정권 말기에 접어들면서 재벌개혁 의지가 본격적으로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했다.

김 교수는 "정권 말기에는 정치인들은 선거 때문에 차출되면서 핵심 부처 장관들이 주로 관료 출신들로 채워지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관료들에 힘이 실어지는 집권 후반기에는 친기업적인 정책이 슬그머니 추진됐다는 것이 역대 정권의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내년쯤 출총제 폐지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폐지는 이미 당론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재벌개혁 후퇴뿐 아니라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지방선거와 대선을 의식해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자금 조성과 배분 등 기업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무리한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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