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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 맞은 한중관계, '자기중심적 외교'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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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 맞은 한중관계, '자기중심적 외교'로는 안 된다" [코리아연구원 동아시아 정세 분석] <3> 중국
코리아연구원의 '2012 동아시아, 정세 분석 및 전망' 시리즈를 전재합니다. 총6회로 진행되는 이 연재에서는 2012년 리더십 교체가 이뤄지는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중동의 정세를 전문가들의 눈으로 분석합니다.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이정철 숭실대 교수)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 분야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입니다.(
) <편집자>

2012년 중국 정세와 한중관계 전망과 제언

I. 들어가며

2011년 끝자락에 발생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사건은 한국의 기존 대중국 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김정일 사후 북한문제의 국제적 처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대외정책의 일대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대중국 외교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제대로 개선되지 못한 점은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이다. 이에 본 글에서는 2012년 중국 국내외 정세를 간략히 고찰해 보고 향후 한국의 대중국정책의 개선방향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II. 중국의 국내외 과제와 전망 : 화려한 부상과 내재된 모순의 긴장

2012년 중국의 최대 정치이벤트는 10월 예정인 중국공산당 제18차 당대회이다. 금번 당대회에서는 지난 10년간 중국을 통치해온 후진타오체제가 마무리되고, 시진핑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등소평 사후 파벌 간 집단지도체제라는 중국공산당의 통치구조를 감안할 때, 현재 유력한 후보인 시진핑체제의 출범은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거의 기정사실로 예상된다. 따라서 금년도 중국 정세의 쟁점은 다른 나라와 달리 누가 권력을 잡을 것인가가 아니라, 국내외적 산적한 과제를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하겠다.

먼저 중국 국내정세를 살펴보면, 지난 30여 년간 중국공산당의 일관된 목표는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에 있다. 2050년까지 정치적 안정(사회주의와 공산당 일당통치의 유지)과 일관된 정책(개혁개방)을 유지하며 (미국 수준의)경제발전에 매진하는 것이, 중국 당·정·군의 지상과제인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까지 중국은 순조롭게 발전해왔다 할 수 있다. 2010년 마침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중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G2로 불리며 국제적 위상을 한껏 드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마냥 장밋빛 미래를 논하기만은 어렵다.

정치적 측면에서 중국공산당의 통치체제는 여전히 견고하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계층간, 지역간, 도농간 심각한 빈부격차 등 사회문제는 점차 정치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권위주의는 인민들의 파업이나 폭동과 시위 등 집단적 저항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소수민족 문제도 빈부격차 등 경제적 격차와 종교문제 등과 결합하여 더욱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한 젊은층의 조직적 반발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인민들의 정치적 불만은 매우 높고, 공산당 통치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중단기적으로 중국공산당 일당 체제의 붕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첫째, 인민들의 불만이 아직까지 공산당에 대한 보편적 반대로 나아가지 못했고, 둘째, 반공산당 세력이 정세변화에 영향을 줄 만큼 전국적으로 조직되지 못했으며, 셋째, 당정군의 통치계급에서 의견차이로 인한 논쟁은 몰라도 분열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적 모순에 의한 공산당 체제의 물리적 변형 가능성은 당분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서구식 다당제를 포함한 정치개혁 또한 상당기간 지지부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통치체제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낮다고 하여 현재 공산당 체제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비조직화된 투쟁이지만 인민들의 저항은 날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체제는 공산당과 국가기관의 하부조직을 위주로 인민들의 정치적 참여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크나 큰 도전을 맞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지금까지 중국경제의 빠른 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국가의 일관된 정책과 근면한 인민들의 낮은 임금에 따른 희생으로 인해 가능했다. 문제는 저임금에 기반한 제품 수출이라는 구조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12·5 계획 등을 통해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첨단산업 위주로, 동남부 연해 지역에서 내륙으로 경제발전의 중심을 이전하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을 뜨겁게 달군 "중진국 함정" 논란은 지난 30년간 중국의 발전을 가능케 한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내수중심, 산업구조 조정, 지역균형 발전 등 산적한 과제가 하나도 만만한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재작년 중국을 뒤흔든 파업 열풍은 지방정부의 임금 인상 러시를 가져왔으나,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 등을 감안할 때 여전히 미흡하다 할 것이다. 임금인상 등 경제발전의 과실 분배 문제는 결국 기득권층의 양보를 필요로 하는 정치적 문제이나, 파업사태 이후에도 구조적 변화는 여전히 지체되고 있다. 따라서 집단지도체제의 성격이 보다 강화되는 시진핑체제가 과연 기득권층의 반발을 얼마나 극복할지 주목된다.

끝으로 중국을 둘러싼 대외환경을 살펴보자. 중국 대외정책의 기본목표는 국내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안정적 대외환경 구축에 있다. 따라서 주변국가와는 현상유지를 통한 안정을, 초강대국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도광양회 유소작위(韜光養晦 有所作爲)하는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는 중국 외교안보정책의 핵심과제인데, 21세 중미관계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라는 전환기적 모습을 보이며, "대립과 협력이 교차하는 이중적 불안정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대중정책에서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와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Responsible Stakeholder)"라는 상반된 관점의 공존이라 할 수 있다. 전자는 공산당 독재가 지배하는 중국은 변해야 하고, 이를 위해 미국은 동맹국과 군사안보적 유대를 강화하여 중국을 봉쇄한다는 전략을, 후자는 9.11 사건 이후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며 국제적 책무를 분담한다는 동반자 정책을 지칭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양국은 환율과 TPP 등 경제분야와 남중국해 등 안보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전략과 경제대화'(S&ED)를 2009년부터 정례화하면서 양국 문제와 국제이슈에 대한 협의도 제도화하고 있다. 특히, 작년 말 김정일 사망에 따른 북한체제 안정에는 공동의 이해를 보이는 등, 양국은 상호필요라는 현실적 요인(Chimerica)에 의해 협력과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전략적 의심을 거두지 않는 불안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은 미국에서도 대선이 있는 해이다. 중국문제는 이미 미국 국내정치의 주요 이슈가 된 상황이므로, 대선까지 보수층 표를 의식한 오바마의 중국 때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은 아직까지 자신의 실력이 미국에 미치지 못함을 잘 알고 있음으로, 시진핑체제에서도 기본적으로 미국의 견제 속에서 핵심이익은 지키되, 그 밖의 영역에서는 협력하며 동시에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 첫날인 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청와대

Ⅲ. 한중관계와 한국의 대중국 정책 : 자기중심적 외교의 한계

수교 20주년을 맞이한 한중관계는 탈냉전이라는 국제사회 분위기와 양국간 실용적 이해관계의 부합으로 짧은 시간에 급격히 발전하였다.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한중 양국은 우호협력관계(1992년) → 21세기를 향한 협력동반자 관계(1998년) →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2003년) →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2008년)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경제사회분야에서 양국 관계의 발전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1992년 수교 당시 63.7억 달러에 불과한 무역규모는 2010년에는 1884억 달러로 무려 29.6배나 상승하였다. 2003년부터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이자 흑자국이 되었고, 2위나 3위권인 EU나 미국 등 주요 교역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중국의 비중이 높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2011년 11월까지 한국은 제3의 무역상대국(홍콩 제외)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경제교류와 함께 사회적 인적 교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1992년 양국 간 방문자 숫자는 13만 명 수준이었으나, 2010년에는 6백만에 달하여 40배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유학생 숫자도 2010년까지 중국 내 한국유학생 약 6만 3천여 명(어학연수생 미포함), 한국 내 중국 유학생은 약 5만 8천명으로 각자 자국 내 외국인 유학생 중 최대 규모이다.

이처럼 한중관계는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한국은 오히려 너무 심한 대중국 집중도를 고민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동시에 한중관계는 경제사회적 교류의 폭발적 성장과 달리 양국간 상호신뢰 증진으로 연결되지는 못하였다. 즉 물질적 가까움으로 인한 기대치는 높으나 상호 이해와 신뢰의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매우 취약한 구조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작년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문제에 대한 인식 및 정책의 차이로 발생한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한국대로 민간인이 거주하는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 북한을 옹호하는 듯 한 중국의 태도에, 중국은 중국대로 한반도에서 긴장을 일으키는 한국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 지역에 긴장상황이 발생하면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미군을 개입시켜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전술은 사건의 진실과 무관하게 중국이 반발할 것은 분명한데,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한국의 대중국 정책적 이해가 매우 낮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 등 군사모험주의를 경계하고 또한 2006년에는 이를 비판하고 국제적 제재에도 일정하게 동참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급격한 붕괴 방지 즉 한반도의 안정은 북핵문제 보다 우선하고 있음은 과거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군 항공모함의 서해 진출 등은 중국입장에서는 북한문제에서 나아가 자국의 안보문제로 간주될 것이 분명하므로, 미군 개입을 통한 대북봉쇄정책이 중국에 의해 저지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개인 간에도 마찬가지이나 국가 간에도 상호신뢰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먼저 상호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기 위해서도, 먼저 우리 스스로 중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이것이 대외정책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를 성찰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중국에, 남한은 미국에 대한 의존성이 강화되어 한반도가 G2 대결의 최전선이 될 경우, 누구보다 큰 피해자는 우리 스스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Ⅳ. 2012년 한중관계 제언과 대응 방향 : G2 사이 균형을 찾아야

결과적으로 향후 한국 대외정책의 최대과제는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경제교역국인 이웃나라 중국과 관계 속에서 어떻게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며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가에 있다.

미중 양국은 아시아 전역에서 인권, 영토분쟁, 무역마찰, 위안화 절상, TPP, 한반도 및 대만문제 등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동시에 향후 김정은 체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양국은 북한에 대한 전략적 관여를 시도하고 상호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이렇게 새해에도 경쟁 및 대립하면서도 동시에 매년 장관급 전략회의와 정상간 핫라인 구축 등 상황을 공동 관리하고자 할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냉전적 사고를 탈피하여 21세기에 맞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대외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바로 생존의 문제이다. 최근 한중 정상간 핫라인 불통사태에서 보듯 한중관계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 비상사태 발생할 경우 우리는 손도 쓸 수 없는 허망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대립과 협력의 불안정한 이중구조를 지속할 미중관계 속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 이는 정권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시급히 중국과 정상간 핫라인 구축, 외교와 안보 부문의 다양한 협력기제를 마련해야 하고, 이는 실질적으로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자적으로도 한미일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한중일, 한중러 등 다양한 채널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한국이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유일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는 북한과 관계개선에 있다. 남북관계가 안정되고 우리의 주도권이 일정하게 확보될 때, 중국 뿐 아니라 미국과도 보다 대등하고 호혜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다. 2012년은 한중관계 20주년이다. 성년을 맞는 한중관계가 더욱 성숙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 동아시아 정세분석 전편 보기
<1> 미국 : "오바마 대북정책, 2월 '키리졸브 훈련'이 시험대"
<2> 중동 : 가열되는 미국-이란 '치킨게임', 전쟁으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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